물꼬에서 맞는 주중의 아침이다.

비 내린다.

엊저녁 제도학교에서 대해리로 넘어왔다, 연어의 날을 준비하러.

다른 학교에서 지내는 고단이 있을 만하니

일단 충분히 쉬는 아침.

 

늦은 아침 점주샘이 들어왔다.

낮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작전 회의.

오후에는 준한샘도 들어와 일을 거들다.

작년 연어의 날도 같이 준비했던 구성원들이네.

준한샘은 인근 도시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나왔다던가 한

말짱한 장판을 몇 개 실어왔다.

물론 미리 필요하냐 물어왔던.

너무 낡은 우리 살림, 딱 그걸로 바꾸어야 할 공간들이 있었던.

비닐하우스 빨래방 안쪽에 일단 내려놓고,

모여들 앉아 지나간 큰 달력 뒤에 필요한 일들을 나열하기;

어른 해우소 약품처리도 좀 해야고,

햇발동 창고동 앞 개나리와 나무도 가지 쳐야 하고

그 뒤란도 풀을 깎아야.

아침뜨락의 측백도 가지 좀 쳐야지.

미궁, 감나무 아래, 지느러미 쪽 죽은 풀 정리.

미궁에서 밥못 가는 길도 풀베고,

멧돼지가 어그러놓은 대나무 수로 고쳐야는데.

멧돼지는 어째야 하나, 이번은 또 걱정만 하고 지나겠고나.

 

아침뜨락으로 가 돌담 주변을  손으로 정리하다.

넓은 곳은 잔디깎는 기계로, 좀 더 솔은 부분은 예취기로,

그것들 닿지 않는 곳은 손으로.

날이 더워지며 부유물이 꽉 낀 밥못도 쳤다.

대나무 기도처에 드디어 바닥도 다 깔다.

준한샘과 학교아저씨가 애썼다.

아무래도 사람이 모이면 먹는 일이 제일 중한.

아래 학교에서는 부엌청소.

사람들이 오고서야 닥쳐 하지 않으려고,

이제는 손보태는 이들이 좀 덜 고생하라고 안에서 더 많이 해두려는,

일찍 구석구석 걸레질을 해놨던 터라 수월했다.

그렇다고 일이 또 없는 게 아니지.

해도 해도 표 안나고 어느새 또 나오는 집안일이라.

냉장고도 이참에 정리.

 

엄지손가락 뿌리께부터 팔뚝 안쪽까지 시퍼렇게 든 멍,

배구연습 때문이었다.

거기 볼록 몽오리 하나 올라 적이 걱정이 여러 날 일기도.

병원에 가볼 시간은 안 나겠는 걸.

그렇다고 달날까지 기다리긴 부담이다.

의원장님 한 분께 사진을 보내고 안내를 받다.

걱정할 건 아닌 듯 보이지만 다녀가란다.

6시 마감하는 의원에 10분 전 부랴부랴 닿아 주사 한 대.

그래야 잊어버리지.

한 인연이 이 지역 저쪽 끝에 작은 명상공간을 만들었다.

점주샘과 가까운 벗이기도 하고 나 역시 연이 닿아있던.

강가 그 댁에 가려 꽃집도 가고 빵집도 들렀네.

덕분에 물꼬 것도 하나씩 챙겨오고.

병원과 그곳 방문을 하나로 엮어 후다닥 나갔다 온 걸음.

 

늦은 저녁밥상 뒤

삶아야 할 차건이며 행주며 팍팍 빨아 불에 올리고,

뜨거운 물에 수저도 한 번 굴려주고.

10시에는 가마솥방 불을 껐지.

행사를 준비할 땐 번번이 자정이 넘기 일쑤.

이제 우리 제발 그리 좀 일하지 말자 하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56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117
6555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115
6554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114
6553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114
6552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111
6551 2005.11.8.불날. 맑음 / 부담스럽다가 무슨 뜻이예요? 옥영경 2005-11-10 2110
6550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09
6549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108
6548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107
6547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05
6546 6월 9일 물날, 오리 이사하다 옥영경 2004-06-11 2098
6545 5월 31일, 권유선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04 2097
6544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095
6543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094
6542 6월 11일 쇠날, 숲에서 논에서 강당에서 옥영경 2004-06-11 2092
6541 6월 15일, 당신의 밥상은 믿을만 한가요 옥영경 2004-06-20 2085
6540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081
6539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081
6538 120 계자 이튿날, 2007. 8. 6.달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08-16 2079
6537 2011. 6. 1.물날. 비 / MBC 살맛나는세상 옥영경 2011-06-14 207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