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풀섶 벌레는 날 지나치지 않았네.

해마다 여름이면 서너 차례는 있는 일,

종아리가 땡땡 부어올랐다.

약을 열심히 바르는 중.

 

8시에야(그래도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는 40분이 이른) 제도학교에 도착,

목 빼며 기다린 1학년 윤전이가 먼저 반갑고 좋아라 인사한다.

그렇게 좋아?”

그런 윤전에게 채밤이가 버럭.

그래놓고 정작 저야말로 두 팔로 나를 껴안는.

보고팠네, 그대들. 닷새 만에 보았더라.

 

하루 쉬다 오시게 할 걸 그랬어요...”

출근길에 특수학급부터 들러

행사(연어의 날) 잘 치렀냐며 하루 쉬는 날 주지 못했음을 못내 미안해하시는 본교 교장샘.

그런데 우리 학급은 참 자주 맞춤하고 다행하기도 하지.

오늘 갑자기 본교 특수교사가 병가를 냈다.

08:50부터 시작해 09:30에 끝나는 1교시,

어라, 동료가 아니 오네, 그제야 손전화를 확인하다.

08시에 병가 내노라는 문자가 와 있다.

도움샘은 2교시에 와서 13시까지 머무니 그도 오기 전

갑자기 자폐아동 돌봄에 투입되다.

2교시의 숲교실을 위해 준비하는 1교시인데...

다행히 30분은 앉아있을 수 있는 호흡이 된 아이가

잘 앉아 있었댔네.

후반부에야 일어서서 돌아다니는.

앉혀서 나머지 통합수업을 하고 2교시에 맞춰 아이를 데리고 나오다.

 

2교시 숲교실.

참나무 잎을 구분하는 걸 해야는데,

나도 자주 헷갈려하는데,

그래서 미리 확인을 하려는데,

오늘은 1교시에 발이 묶여버렸으니.

그렇다면?

, 날도 흐린데 차를 달이면 좋겠네,

숲에서 큰 잎 따다가 다식 접시로 삼으면 어떨까?

인도 네팔에서처럼 뿌자의식에 쓰이는 나뭇잎마냥,

큰 사원 앞에서 아낙네들이 파는 그 접시처럼.

숲교실 들어갈 때마다 보는 자리공이 오늘은 얼마나 컸나 확인도 하고,

고새 또 얼마쯤을 익은 산딸기를 따먹고,

정자까지만 가서 판소리 한 소절 받고(누가 정자를 이곳에 두자 하였나. 바람이 정말 잘 닿는),

감잎과 칡잎을 따서 돌아오다.

본교 교장샘도 동행하시었네.

 

참 맞춤한 일들이 많지.

마침 지난 쇠날 특수학급 도움샘이 치즈케이크를 사 놨네.

하나 하나 조그맣게 포장이 돼 있어

다식으로 하나 올려놓기 좋았다.

향도 피웠다.

오늘은 뭘 마셔볼까?”

중국 10대 명차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철관음 개별포장과

라오스에 다녀온 이가 사다 주었던 홍차를 꺼냈는데,

거의 모두가 포장이 예쁜 홍차를 마시기로 정하였다.

차는 바로 따서 마실 때가 참말 맛나지.

아니나 다를까 어찌나 부드럽고 향긋한지.

차는 향기를 맡고 한 모금 마신 뒤 후루룩 마셔요.”

4년 태음이가 어디서 차를 배운 모양이었다.

그것 아니어도 제법 다담을 나눌 줄 아는 그라.

자신에게 마시기 좋은 대로 하면 될 것 같아.”

내 의견을 건네다.

네팔도 그렇지만 라오스도 차가 좋다.

둘 다 무역시장이 활발하지 않으니 세상이 몰라주는 게 있을.

 

3교시 4학년 국어, 4교시 6학년 국어, 5교시 4학년 수학,

가끔 산기슭으로 지나는 기차 소리가 건너오는 마을에서

우리는 시간마다 이원수의 시에 붙인 기차 노래를 불렀네.

요새 자폐아를 안고 마음을 가라앉혀줄 때마다 부르는 노래였다.

 

퇴근 직전 교무실 올라오라는 전갈,

샘들이 공동구매한, 작년과 올해 펴낸 두 권의 내 책이 커다란 상자에 들어있었다.

교무실에 남아있는 이들이 먼저 줄서서 사인을 받았다.

고맙고, 즐거웠다.

물꼬의 살림을 위해 본교 교장샘이 두루 소문을 내셨음을 짐작한다.

잠시 읍내 나가 시퍼렇게 멍들고 멍울 생긴 팔에 물리치료도 하고 돌아왔더랬네.

 

내일까지 들어야 할 연수가 있었고,

오늘은 학교보안을 담당하는 주무관에게 늦은 퇴근을 알렸다.

옆반 담임교사도 마침 낼까지 제출할 서류를 못 다 챙겼다지.

교사들이 빠져나간 학교에서 같이 두어 시간 더 일을 하고

읍내 나가 저녁을 같이 먹었네.

그가 영광이다고 했다.

글을 쓰니 작가 소리를 들을 때가 있는.

부디 저자에 그치지 않는 나였으면.

소소한 마음들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남편을 위해 한 가지를 부탁했다.

가라앉은 가정의 분위기가 살아날 길 하나 되기를.

 

이 지역도 드디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코로나는 한 발 한 발 가까워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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