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두어 시간씩 본관 뒤란의 뜯어놓은 흙집 벽을 보수 중.

지난 6일부터 틈틈이 하던 작업이었다.

겨울을 두고 바르셀로나로 건너갔던 2018년 초 한국의 겨울은 지독하다 했다.

그예 흙집 뒤란 벽 쪽으로 지나는 수도관이 터지고 말았고,

급한 대로 이웃마을 건진샘이 와서 욕실 쪽 관을 바꾸고, 욕실 샤워기 하나 쪽도 교체했다.

뒤란 벽 쪽 수도관은 무산샘이 불려와 고쳤다지.

헐어낸 흙벽은 급한 대로 옷가지며 직물들로 감싸 천막과 비닐로 벽에 타카로 고정,

뒤라고 그곳은 그 상태로 해를 지났다.

지난여름 계자를 앞두고 욕실 안은 당장 써야 해서 마침 당시 들렀던 준한샘이 손을 보태

벽을 채우고 타일을 붙였더랬다.

그리고 다시 겨울.

이번에 흙집 안에 양변기 둘을 들이면서 다시 벽을 뚫어 오수관을 넣어야 했고,

그 참에 파인 흙벽을 채울 때 지난 번 헐어낸 벽까지 손을 보기로.

학교에 있는 황토만으로는 양이 모자라 맨흙을 치고

시멘트를 5% 섞고 짚을 썰어 반죽을 해서 덩어리를 만들어 벽에 던져 넣기.

안으로는 기둥과 기둥 사이 대나무를 걸쳐 틀을 만들었고,

그 안쪽을 채운 뒤

바깥쪽 기둥과 기둥 사이는 반을 가른 대나무를 걸쳐 다시 흙 던져가며 다지기.

오늘은 내친 김에 마저 하자했네.

마침 하얀샘이 들러 마무리를 돕다.

욕심을 내자면 이미 갈라지고 허술한 전체 벽을 다 손보고 싶으나

지금은 헐어낸 벽을 보수하는 것까지만!

 

채웠다고 끝이 아니다.

벽 마감을 고민하며 자료들을 찾다.

, 이거 좋네,

조경에서 흔히 쓰이는 목으로 된 천을 덧대고 흙손으로 두드려 붙이면 갈라짐을 방지한다네.

일단 그걸 바르자.

다음은 어떤 흙 재질로 마감을 할까?

몇 가지가 나왔으나 역시 우리가 현재 가진 것에서 출발.

이거다: 황토 앙금 내고, 거기에 친 모레를 섞고, 한천(우뭇가사리) 삶은 물 섞기.

내일은 그렇게 황토몰탈을 만들고 바르기로.

 

꽃다발이 하나 보내져왔다.

인사를 한 번 했으면 하던 인근 도시에 사는 이가 보낸.

크게 웃게 한 이벤트였네.

어려웠던 스무 살 자취 살림에도

한 번씩 하는 사치가 그 조그만 방에 꽃을 들이는 일이었다는 내 얘기를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

다발이 커서 셋으로 나누어

말리기 위해 사이집에 하나 햇발동에 하나 거꾸로 매달고

가마솥방에는 주로 쓰는 식탁 하나 위 꽃병에 꽂았다.

쌀쌀한 11월에 공간들이 따뜻해졌네.

가마솥방에 이미 노란 국화도 소반과 유리그릇에 띄워져 있고

찻상 가운데는 소국도 몇 송이 꽃병에 있었지만

꽃은 넘쳐도 좋았더라.

밖에 지천인 꽃이어도 안까지 들이니 더욱 좋은.

 

, 사이집 돌담 가로 심은 사과나무 세 그루,

꽃필 무렵 심어 올해는 수확까지는 어렵겠다던 것이었으나

그래도 사과가 제법 달려 가을을 맞았더랬다.

새가 다 쪼기 전 몇 개라도 따자 하고 날만 흘렀는데,

오늘은 땄다.

하나를 깎아먹다.

작고, 껍질색은 볼품이 없었으나 그것들도 사과였네. 부사였다.

 

, 오늘 습이들 산책은 한 마리씩 따로 했다.

가습이가 제습이를 피하는. 같이 안 간다고 버텼다.

제습이 집을 저만치 멀찍이서 돌아 지나는.

며칠 동안 붙던 싸움이 어제 결판났더랬다.

가습이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죽은 듯이 하늘을 올려보며 패했음을 선언했던.

아주 혼쭐이 났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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