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17.불날. 맑음

조회 수 319 추천 수 0 2022.06.16 23:58:25


교사 안 대청소.

달마다 셋째주말 집중수행, 넷째주말 주말학교(빈들모임, 어른의 학교, ...)를 앞두고

달에 한 차례 크게 하는 청소.

틈틈이 하기도 하고 구간구간 하기도 하고

당장 교육일정이 잡혀 바삐 할 때도 있지만.

저녁답에는 느티나무 앞 장승 아래 이음새가 새던 수도관 부품을 바꾸다.

하지만 아직 손이 좀 더 가야 하는.

밸브를 열고 닫으며 흔들려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더 안정적일 수 있도록.

달골 대문께 철제 우체통도 하나 세우다.

편편한 너른 돌 위에 앙카 작업.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2021)를 읽었다.

유명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에 대한 찬사인 줄 알았더니

글은 뜻밖의 방향으로 향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계속 나아가는가에 대한 답이랄까, 사랑의 그물망에 대한 위대한 서사랄까.

경이로운 책이었다.

글을 쓰는 이에겐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

 

p.226~228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존재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어제 아침 수행할 때

, 배 안이 꼬여 나뭇가지 꺾이듯 탈날까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더랬다.

그 탓이었나, 배가 계속 결리는데.

2, 3월 두어 차례 연이어 앓았던 터라 계속 몸에 귀기울이는 중.

문질러주는 게 도움이 되는 듯도 한데 가벼이 지나가는 일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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