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좋고!

 

이웃에서 얻어온 꽃 모종 자리를 잡아주는 아침 6.

송엽국과 박하, 그리고 하얀 지면패랭이.

거기는 흰 게 없대...?”

아침뜨락 밥못 가 분홍 꽃잔디를 보고 가신 뒤 나눠준.

미니 해바라기도 뽑아주셨더랬네.

아침뜨락 지느러미길 들머리에 해바라기와 송엽국을,

밥못 언덕 쪽 분홍 꽃잔디 한 무더기 앉혀놓은 곳 곁에 하얀 꽃잔디를,

달못 아래 습한 곳에 박하 일부를,

그리고 나머지는 물에 담가 두었다.

오후 일수행 일정에 마저 심자 하고.

 

어여 들어와 수행하고 '초치기'하며 원고를 쓰는 오전이었네.

틈틈이 마저 채워 초고를 이삼일 안에 일단 넘기려는.

출판사에 주말 끝 보내겠다 기별도 넣었고.

햇발동에 바람도 들이고 오신님방에 잠자리를 다시 살펴두고,

면소재지 나가서 장을 두어 가지 보고 달려오다.

부엌 선반들과 곳간 먼지를 털어내고,

낮밥으로 동치미 국물을 살짝 얼리고 냉면을 삶고,

겨자를 숙성시키고, 달걀도 삶고, 무초절임, 그리고 김치와 두어 가지 반찬도 준비해 놓았다.

달마다 셋째 주말 흙날과 해날에 한 차례 있는 집중수행이나

5월은 진즉에 구성원이 짜여졌는데 

꼭 참가할 까닭이 생긴 이가 있어 하룻밤을 더 열었다.

 

정오, 집중수행 시작. 버스를 타고 들어온 청년과.

낮밥상을 물리자마자 아침뜨락으로 들었다. 

옴자 안 맥문동 사이 풀을 뽑고, 뽕나무 아래의 난나와 티쭈 둘레 풀을 뽑고,

실도랑 가 너른바위 둘레 풀을 뽑고.

지난 달 뽑았으나 그 사이 또 채운 감나무 아래 벽돌디딤 자리들 사이 풀 뽑고.

참을 먹고 다시 얼마 쯤의 풀을 뽑고들 있을 적

그 사이 물에 담가두었던 박하도 실도랑 휘돌아 나가는 곳 어디께 마저 심고,

 

마을에는 남았는 해가 이쯤에서 아침뜨락에서는 진다.

물을 주어야지.

특히 아가미길 광나무.

죽어가는 줄 알았는데, 가물어 그랬고나이 봄날에만 그런 게 아니다.

겨울 가뭄도 길었다.

들여다보니 작은 촉들이 이제야 소식으로 오는데,

, 어여 어여 물을 주어야지!

길어다 흠뻑 주다.

겹벚꽃나무에도, 달못 가 자작 가운데 두어 그루 잎이 부실한 것도, 배롱나무도.

 

저녁밥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다른 손발들은 빨래방 풀을 뽑았다.

얼마 전 들어온 우족을 삶아 곰국을 끓여주자던 것이 그게 짬이 안 나더라.

못 먹고 사는 시절도 아니고 어렵게 사는 가정도 아닌데

아끼는 청년 하나 군대 간다고 그걸 해주고 싶었는데.

대신 집밥을 든든하게 멕이기로.

칠절판을 내고 고기를 굽고 자잘한 반찬들,

상추와 막장도 꺼내고,

물꼬의 들에서 나온 머위조림도 놓다.

툭툭 썬 애호박과 쑥갓이 싱싱하게 들어간 생선찌개도.

아직도 남아있는, 속초 앞바다에서 낚시해왔던 생선이었다.

정말 열심히 차린 밥상이었다.

밥에는 밥 너머가 있다!

청년이 사온 와인도 함께했다. 다른 수행 일정이었다면 없을 일. 

군대 가기 전 온 청년이 있었기 그를 위해 내주고 있는 집중수행이었으니.

 

저녁에는 차를 달이고감잎을 놓고 다식을 얹었다.

밤에는 책을 읽었다. 책 이야기를 나누고.

갈무리.

10시가 갓 지나 학교를 빠져나와 달골로 올랐네.

내일 아침 흐름을 안내한 뒤 씻으러들 들어가다.

내일 정오에 5월 집중수행 1차를 끝내고

나감과 동시에 수행자들 들어오며 2차 진행.

 

아들한테서 관련 문서와 함께 온 문자;

사르트르가 공산당인 건 알았는데

북한 공산당도 지지한 줄은 몰랐네ㅋㅋㅋㅋ

이 멧골은, 세상은 더 더욱 먼 곳이 되고

이제는 아이들(아이들과 청소년과 청년들; 아이들, 새끼일꾼들, 품앗이샘들)을 통해 세상 소식을 풍문처럼 듣는.

고요하기 어렵다면 볼 것 들을 것 없이 사는 환경에 있는 것도 좋은 방법.

그래서도 깊은 멧골에 사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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