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19.흙날. 맑음

조회 수 336 추천 수 0 2021.07.10 03:31:55


 

해가 쨍했다.

눈을 떠서, 낼모레 벗이 온다는 사실에 마음은 더 쨍했다.

햇발동 이불을 빨기 시작했다.

여러 날 맑을 거라는 예보다.

 

아침뜨락에 멧돼지가(혹은 멧돼지들) 또 다녀가시었다.

반길 건 아니나 이제 밉지도 않다.

해찰하는 아이들이 날마다 진흙발로 들어오는 방이려니 여기는 마음까지 생긴다.

이 골짝 식구들이다.

이번에도 맥문동을 헤집고 갔다. 심었다.

그들은 그랬고, 나는 그랬다.

아침뜨락에 들어가다 그렇게 묶였던 발,

그제야 다시 걸었다, 키 큰 풀들을 뽑으면서.

한 자리 앉아 풀을 매지 않아도 틈틈이 그렇게 풀을 뽑는다.

나오기 전에 감나무 아래 메리골드를 심었다.

어제 한 농원에서 왔던 것을 여기도 얼마쯤 올려놓았더랬다.

더 안쪽으로 심으려다 아침뜨락을 들어서며 보는 것도 좋으리라 하고.

 

한 작가님께 부탁했던 추천사가 닿았다.

이번  내내 농사 일로 바빴던 터라 저녁에 짬짬이 원고를 읽으셨다고.

곳곳에서 같은 지향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이 고맙고 힘이 된다셨다.

책에 물꼬의 살아있는 일상들이   담겼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말씀하셨다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통과 성장의 모습이   그려졌다면 

선생님의 생각들이   살아났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바로 그 이야기는 또 하나의 책으로 머잖아 나오게 될 것이다.

추천사를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추천사에 내가 읽은 위로 때문이었다.

추천사는 작가님의 글()처럼 담백했고, 그래서 외려 유려했으며,

그래서 감동이었다.

내 책보다 내 책의 내용을 더 잘 요약해주셨고,

더하여 물꼬에 대한 찬사까지 잊지 않아 주셨다.

추천사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책을 분명 빛내주겠구나 싶었다.

잘 말하는 법에 대해 생각케도 해주셨다.

추천사는 이렇게 쓰는 거구나, 또한 배움이 일기도 했다.

바쁜 틈에 얼마나 귀한 시간을 내셨을지.

너무 일찍 닿은 답신에 깜짝 놀랐다.

부족한 글에 화관을 씌워주셨다.

기쁜 마음이 넘쳐 글이 참 앞뒤가 없는 답메일을 보냈다.

뒤늦게야 작가님의 인터뷰 기사들을 몇 챙겨보았다.

선생님이 이런 말씀들을 하셨구나,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구나,

이런 어른을 이제야 만나는구나,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그런 비슷한 생각들을 하며 며칠을 보냈더라지.


추천사는 이랬다;

30년 동안 대안교육에 몸을 담아 왔던 저자는 2020년 팬데믹 시기에 공교육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비판했던 공교육의 역할을 새롭게 발견한다

자유학교 물꼬를 아는 이들은 공교육은 더욱 공고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그가 변했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그에게는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중심이다

그는 교육은 어떤 곳에서 이루어지든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하고 함께 성장하는 일이라 믿는다

그래서 공교육이 해왔고 앞으로 해가야 할 역할에 대해 숙고한다

팬데믹으로 맞게 된 낯설고 이상한 세상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내지 못하는 세상을 보면서도 그는 냉소하거나 체념하는 대신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다시 희망을 꿈꾼다

그 희망을 위해 숲으로 간다. 모든 생명이 함께 어우러져 호흡하고 성장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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