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찾던 시간이 부모가 되어 자식을 맞는 나이가 되었다.

부모 여행을 보내드리거나 동행하던 시간이 있었더니

이제 자식이 챙겨주는 부모 여행을 가는 나이에 이른.

가야산을 기웃거리다 왔다.

아이들도 많았고, 부모님들도 많았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합천에서는 합천 가야산이고, 성주에서는 성주 가야산이다.

거기 국내 최초 군립식물원이라는 가야산야생화식물원이 있다.

 

식물원은 고만고만했다.

'2006616일 개관하여 총 400여종의 수목과 야생화를 식재국내 최초 야생화 전문식물원',

라고 소개하는 것에 견주면

심지어 쓸쓸함이 묻어날 지경이었다.

지금 철이 봄과 여름 사이 어중간하여 그렇다 싶기도 했고,

코로나로 사람들 걸음이 예전만 못하니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적잖아서 그렇겠다 짐작도.

옥외정원으로 나가는 문도 굳게 닫혀 매우 아쉬웠다.

꽃차 전시관도 닫혔는데,

마침 관계자가 들어서고 있어 덕분에 둘러보았다.

그곳 때문이었을 것이다, 돌아가서 꽃차를 좀 달여야겠구나 생각한 건.

두어 해 밀쳐둔 일이었다.

붙은 가격을 보면 망설여지는 값들인데,

만들어보면 비싸다 소리 못한다.

 

가는 길에 어디선가 고시원을 보았는데,

최치원을 들먹이고 있었다.

학교라는 권위를 업고 업자들이 파는 책이며 악기 같은 물건들이 많던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가정에서라면 아직 책이 제법 귀하기도 한 시절이어

<삼국유사><삼국사기>를 짜깁기한

학교에서 파니 당연히 사야는 줄 알았던 그 책을

앞뒤 표지 너덜해서 결국 찢어져나가고 말 때까지 읽었다.

거기서 최치원을 만났더랬네.

신라와 당나라의 난세에 몸부림치다 결국 좌절하고 정계를 떠났던 그는

머물던 집에 신발이며 그대로 남긴 채 가야산 신선이 되었다던가.

 

성주참외는 이름값을 한다. 대체로 퍽 달다.

어느 댁에서 밥을 먹는데 참외장아찌가 나왔다.

, 맛없거나, 딴 지 시간이 좀 지났다 싶은 거라면

생과로 먹는 대신 장아찌를 하면 좋겠네.

당장 해야지.

이렇게 또 다음 움직임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역시 백미는 팔만대장경!

해인사의 여러 화재에도 한국전쟁에도 남아서

지금도 거의 완벽한 목판본으로 있는.

민심을 모으고 몽고의 침입을 불력으로 막아보자고

피난지 강화도에서 시작해 16(1251년 완성)에 걸쳐 완성했다지.

한 글자 새길 때마다 삼배를 했단다.

그 간절함이면 나라를 구하고 말지 싶다.

현존하는 목판대장경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7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완벽하게 남은 81,352장 목판은

전체 무게가 280그 판을 다 쌓으면 약 3200미터로 백두산(2744m)보다 높고

길이로 이어 놓는다면 150(60km)라고.

마치 숙달된 한 사람이 모든 경판을 새긴 것처럼 판각 수준이 일정하고 아름다워

추사는 이는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마치 신선이 내려와서 쓴 것 같다.” 했다고.

오탈자조차 거의 없단다.

굳게 닫혀있는 장경각의 문살 사이로 목판이 보였다.

가슴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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