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조회 수 1303 추천 수 0 2009.11.07 09:25:00

아래는 10월 몽당계자(134 계자)에 함께 한 이들이 남긴 글입니다.
어른들 글은 맞춤법을 고친 것이 있으나
아이들 글에서는 그대로 옮겼습니다.
의미 전달을 위해 띄어쓰기를 일부 고친 것을 빼고는
쓴 그대로 옮겼지요.
편집자 주(註)는 '*'표시를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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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태형:
나는 처음으로 가을 몽당계좌(* 아이들은 자주 이렇게 쓰지요.)를 왔다. 아는 사람은 현준, 희중샘, 옥샘 밖에 없었지만, 5학년 형들 3명과 금방 친해져서 더 재밌었다. 올 때는 감기 기운이 있어 걱정을 했지만 다음날에 나아서 재미있게 놀아 좋았다. 현준이도 감기가 있었는데 나보다 좀 늦게 오늘 나았다.
택시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고 기차를 탔다. 기차 안에서 핫초코도 먹고 재미있게 놀다가 3시간 후 영동역에 도착했는대 인원수가 5명 밖에 없어서 놀랐다. 버스를 1시간을 타고 내려 5분(*1분인데...) 정도 걸어 물꼬에 도착했다. 와서 밥을 먹고 책도 읽고 축구도 하다가 야콘을 케러 갔다. 하다형, 나, 현준이가 먼저 도착해 5학년 형들에게 “어서와.”하고 인사를 하고 설명을 듣고 계속 2시~5시까지 야콘을 캐서 땀을 뻘뻘 흘렸지만 야콘을 캐낼 때마다 기분이 뿌듯하다. 다하고 비늘을 덮고 물꼬로 와 밥을 먹고 책을 보다가 별골 창고방(* 달골 햇발동 별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춤명상 여러 가지를 했다. 그리고 오락방에서(* 햇발동 3층 다락방 더그매) 놀다가 자고 일어나 명상을 하고 서둘러 씻고 갈아입고 물꼬를 내려와 아침을 먹고 놀다가 여러 곳에가 산국을 많이 땄다. 그리고 와 칼국수, 국화전을 만들어 먹고 연탄 1500장을 나르는데 몇 개는 깨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았다. 3시간 정도 놀다가 연탄 500장을 또 날랐다. 그리고 밥을 먹고 달골에 가 춤명상을 하고 고구마도 먹고 검은 것을 막 묻혔다. 그리고 연탄을 나를 때 중간에 돈까스가 엄청 재미있었다. 그리고 일어나 절 100번을 하고 밥을 먹고 감도 따고 감도 갔아 곶감도 만들었다. 2박 3일이 엄청 빨리 갔다. 그리고 이번엔 엄청 재미있었다.

5년 현진:
여름에 계절자유학교를 못와서 아쉬웠는데, 이번 몽당게자에 와서 놀아서 참 재미있었던 것 같았어요.
우선 야콘을 캘 때 쑥쑥 뽑는 게 재미있었어요. 너무 깊은 건 안 뽑아져서 애 좀 먹기도 했고요.
둘째 날에 산국을 찾을 때 숨바꼭질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산국을 찾으면 ‘여기다’ 하면서 우르르 몰려가서 따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보글보글방할 때 대학생 형, 누나들이 왔을 때 깜짝 놀랐어요. 차가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잘 놀아주는 누나들, 형이라 재미있었어요.
연탄 나르기는 정말! 휴~. 저는 연탄이 그렇게 무거울 줄 몰랐는데 무게가 장난 아니더라구요! 한 1kg 정도?
어쨌든 우리가 1500장의 연탄을 옮기는 대신 물꼬에 있는 사람은 따뜻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중간에 돈까스란 게임을 한 것도 참 재미있었어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좀 슬프지만 지금까지 재미있게 놀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해요. 비록 3일이지만 지금까지 재미있게 지낸 것 같구요. 다음에는 산촌유학센터네서 인도를 간다고 하지만 마다하고 물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옥샘이 해주신 밥 참 맛있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물꼬에서 포식해본 것 같네요! 1년 전 ‘초여름 한 때’처럼 이번에도 ‘초겨울 한 때’를 열어주시기 바래요!
그럼.
2009/10/25

5년 재우:
몽당계자에 쇠날에 버스를 타고 오는데 10시 51분이어서 얼른 뛰어와서 기차를 탔다. 그리고 자유학교를 온 다음 때건지기를 하고 야콘을 캐러갔다. 계속 캐다가 쉬고 있는데 어떤 애가 흙을 뿌려서 내 입속으로 들어갔다..... 계속 하고 자유학교로 와서 때건지기를 했다. 그리고 달골 햇발동으로 올라갔는데 많이 힘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때건지기를 했다. 그리고 산국을 따러갔다. 산국을 따러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그런데 성재가 대나무를 주어서 들고 갔다. 다 끝이 나고 때건지기에서 보글보글을 하였다. 한 15분 걸렸다. 물꼬에 최고 기록인 거 같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샘 5명이 오고 연탄차가 왔다. 처음엔 연탄 나르기가 점점 여려워졌다. 보니 800개를 더 하라는 말에 죽는 줄 알았다. 다 끝나고 몸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또 연탄 500개를 더 하라는 말에 기절할 것 같았다. 다 끝나고 밥을 먹고 춤명상을 했다. 힘들었다. 그리고 곶감을 만들었다. 처음엔 재미가 있었다. 홍시도 따서 먹었다. 재미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아쉬었다. 몽당계자여서 3일 밖에 안했기 때문이다. 다음에도 물꼬를 올 거다.

5년 성재:
처음에 집에서 나와 기차를 타고 물꼬로 왔다.(올 땐 열차까페가 없어 실망했다.)
그리고 ‘들에서’에서 야콘을 캐러갔다. 고래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모두 나가버렸다.
야콘을 캐는데 옆에서 들리는 하다의 목소리, “넓게 캐라구!” 쩝. 넓게 캐려고 해도 잘 안캐지는 걸. 그리고는 ‘때건지기’ 밥을 먹고 난 뒤, 달골, 창고동에 올라가서 춤명상도 하고, 친구들과 1박 2일씩 술래잡기(?)도 했고, 현진이가 말한 거미줄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간단하게 해건지기 스트레칭을 하고 ‘때건지기’ 이번에도 역시 밥을 먹었고 ‘숲에서’ 산국을 캐러 갔었다. 산국은 샛노랗고 참 조그만 게 너무 귀여웠다. 또 오면서 억새풀도 모자에 끼고 대나무를 들고 암행어사 행세를 했다. 이제 국화전도 만들면서 소곤소곤 얘기도 하며 놀았다. 그런데 도중 샘들이 왔다. 연탄 나르는 것을 도와줄 샘들이다. 또 희중샘의 일을 보태는 샘들이고 말이다.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돈까쓰(?)가 아니라 ‘돈까스’라는 게임을 하면서 서먹한 기운이 싹 나갔다. 이젠 공포의 연탄이 왔다. 내 생애 이만큼 힘든 건 없었을 것이다.(군대 가는 것보다......) 그리고 이제 한참 쉬는 도중에 또 왔다. 휴. 근데 덕분에 연탄에 대한 노래작곡도 했다. 달골의 창고동에 올라가서 한바탕 놀고 초승달춤, 봄농사춤도 추었다. 그리고 일찍 나고 물꼬로 내려오면서 얼떨결에 예지샘의 남편이 되었다. 그리고 추억의 단어 비슷한 놀이도 했다. 그리고 또! 돈까스도 했고 곶감도 땄다. 곶감은 중간중간 홍시는 샘과 나눠 먹었다. 언젠간 이 샘들과 같이 다시 놀 수 있기를!

4년 현준:
벌써 2박 3일의 몽당계자가 끝났다. 처음 몽당계자 왔을 때는 2박 3일이 길 것 같았지만 너무 짧아서 실망이었다.
그런데 오기 전부터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제데로 놀지도 못하고 도와주지도 못해서 마음 갈등이 조금 있었다(?). 그래도 서울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 많이 하고 야콘도 캐고 산국도 따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달골에서 잔 게 제일 좋았다. 다음에도 몽당계자, 그냥 계자도 많이 와서 물꼬 단골이 될 것이다. (윙~윙~ 벌이 없다면 더 좋은데)(* 현준이는 지난 여름 벌에 쏘여 혼이 난 경험이 있지요.)

5년 하다:
이번 10월 몽당계자에는 성재(5), 재우(5), 현진(5), 나와 태형(4), 현준(4), 이렇게 여섯 명의 아이들과 6명의 어른에 3명의 학교어른이 참가했다. 그리고 어른 6명은 둘째 날에 오셨다.
  첫날에 애들이 왔을 땐 무지무지 반갑고 좋았다. 작은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애들이 왔을 때 내가 엄마가 닦으라고 한 평상을 닦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버스가 와서 애들이 오게 돼서 내 첫인상이 구겨졌었다. 나는 무지 삐졌다.
  그런 일이 있고 우리는 오자마자 밥을 먹고 난 후에 야콘을 캤다. 그 야콘은 4월에 심은 것인데 그 전날에 비가 와서 정말 땅이 질퍽질퍽했었다. 그래서 힘들게 땅을 삽으로 뒤집고, 심고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야콘이 제대로 자랄지 걱정이 되었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이었다. 이번에 캐보니까 키도 크고, 줄기도 두꺼워서 정말 잘 자랐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야콘은 물꼬가 처음으로 심고 거두게 된 것이어서 하나의 모험이었는데 잘 자라주고 수확도 많아서 너무 행복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일 같아서 재밌기도 했다.(사실 고구마를 캐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때쯤 꼭 마지막 날 같을 정도로 모두가 친해져 있었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뭐, 사실 모두 알고 있는 애들이기는 했다.
  저녁을 먹고 달골에 올라가서 ‘피고 지고 거두고’라는 춤명상을 했다. 춤명상은 자주 하던 것이고, 이 춤도 자주 췄었지만 그래도 즐겁고 좋았다. 나는 춤명상에 좀 빠지며 음악을 타면서 열매에서 싹이 돋고, 꽃이 피고, 그 다음 지고, 열매가 맺히는 상상을 하면서 몸을 움직였다. 그때의 그 느낌은 내가 꼭 신비로운 세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애들도 지루한 것도 같았지만 그래도 재밌어 하는 것 같았다. 춤명상은 하면 할수록 신기한 명상법 같다.
  그다음에 우리는 다음날에 연탄을 나르기 위해서 좀 이른 잠을 청하면서 꿈나라로 향했다.
  
  둘째 날에는 일어나자마자 국선도 기본 동작과 명상을 했다. 하기는 싫었는데 그렇게 한번 귀찮은 걸 하고 나니까 하루 종일 좀 개운하고 일이 잘 됐던 것 같다.
  오전에는 종일 숲을 들락날락 하면서 산국를 땄다. 처음에 숲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조금씩 길가에서 따면서 전진했는데 내가 선두로 가다가 엄청난 국화밭(?) 을 발견해서 우리 모두 실컷 땄다. 내가 여기에 살아 일에 익숙해서 그런지 모두가 딴 국화의 양이 내가 딴 국화의 양보다 적었다. 애들은 잎과 꽃을 섞어 넣었고, 나는 꽃만 땄는데 말이다. 
정신없이 꽃을 따고 보니까 덥고 힘들어서 우리 모두가 달골계곡에 가서 발을 담궜는데, 겉에서 보기에는 들어가면 시원해서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니까 진짜 춥고, 아쉬웠다. 진짜 미친 짓 같았다. 원래 우리는 산국으로 향주머니도 만들려고 했는데 계곡을 가는 바람에 만들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오후에는 보글보글을 했는데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엄마가 아는 분들인 대학교 누나 형아 들이 와서 내가 안내를 맡았고, 그래서 식재료조차 만지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고, 애들이 밉기도 했다. 잠깐 동안만이었지만 말이다.
  점심을 먹자마자 연탄을 날랐는데 꼭 지옥 같았다. 처음에 천장을 옮길 때 나는 가장 힘든 곳에 있어서 허리하고 팔이 부서질 것 같았고, 두 번째로 오백 장을 날랐을 때는 어두운데도 날라서 애들이 연탄을 많이 깨트렸다. 그런데 나는 연탄을 한 장도 안 깨트렸다. 솔직히 내가 참 자랑스러웠다.
  보통 애들과 어른들은(나도 포함해서) 우리가 자는 방이 어떻게 따듯해지는지, 우리가 먹는 밥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것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하고 피땀을 흘리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 연탄 나르기를 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배우게 돼서 참 큰 공부이자, 깨달음을 얻은 자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과정을 배우는 물꼬는 생각하면 할수록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깨달음을 얻어 가면 좋겠다.
  첫 번째 연탄 나르기와, 두 번째 연탄 나르기 사이에는 쉬는 시간이 있어서 돈가스를 했다. 돈가스는 1번이 돈가스를 하면 모두 돈가스를 하고, 1번이 가스를 하면 가스를 하며, 돈을 할 때는 꼭 가운데를 밟고 튀면서 남의 발을 밟는 게임이다. 정말 재밌고 힘든 게임이다.
  저녁에는 새로 온 누나 형아 들과 함께 춤명상도 하고, 창고동에서 돈가스를 또 했다. 너무 너무 좋고 흥분됐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에 백배 절명상을 했다. 나는 지지난달까지만 해도 절명상이 지루하고, 정말 하기 싫고, 빨리 백 배째가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내가 많이 성숙해져서 그런지 자세도 삐뚤지 않았고,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재밌기도 한 것 같았다.
  가기 전에는 감을 따고 깎았다. 약간 지루하기도 했지만 홍시가 맛있어서 그것 때문에 감을 딴 것 같다.
  갈무리글을 쓰고 모두가 가는 것을 보았는데 너무 슬펐다. 시간은 참 빨리 가는 것 같다.
  
  우리학교는 샘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는데 이번 계자에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이런 시스템이 돌아가는 게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늘 참 고맙다.
 이번 몽당계자는 연탄 나르기가 가장 인상 깊었던 너무 힘들면서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돈가스는 다음에 언제라도 또 하고 싶다.
(2009.10.25)

윤희중:
물꼬에 온 지 어느덧 3년이 되었네요. 남들이 봤을 때는 3년이란 시간은 짧다고만 느끼겠지만 저에게는 아주 긴 시간을 물꼬에서 지내온 것 같습니다. 첫날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로 들어오면서 생각하였지요. 물꼬 샘들이 그렇듯이 아이들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하였지요. 저도 처음엔 이런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저도 느끼는 것 같더군요. 초등 고학년 때 본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하니 너무 신기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내가 보살펴준 아이들이 중고생이 되어 대학생이 되면 기분이 더 이상할 것 같기도 합니다. 참 좋습니다.
학교 행사로 지쳐있는 몸을 쉬기 위해 물꼬에 왔지요. 항상 쉬려는 마음으로 오지만 쉬지 못한다고 느끼겠지만 전 아이들과 오는 것이 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인경:
처음 물꼬에 도착해서 교문을 들어설 때에 느낌이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안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처음 보았을 때 쉽게 친해질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 걱정도 잠시 우리에게 활짝 마음을 여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감사하기까지 했다.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시작한 연탄 나르기. “천”이라는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다가왔고 트럭에 쌓여있는 연탄을 보면서도 솔직히 막막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모두가 힘을 합해 연탄 나르기를 시작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난 것 같았다. 얼굴에 묻은 연탄 가루를 보면서 서로 까르르 웃기도 하고 힘들어 하는 친구를 격려해주면서 “우리”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가 생긴 것 같아 가슴이 따뜻해졌다. 일하고 먹는 밥은 정말 맛있는 것 같다. 물꼬에서 머무는 동안 정말 맛있는 밥을 먹고 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 연탄을 나르고 모두들 지쳐있긴 했지만 아이들과 게임을 하면서 연탄 천 장을 날라 몸이 지쳐있다는 사실도 잊고 신나게 뛰어놀았다. 정말 너무너무 오랜만에 아이들과 실컷 웃으며 뛰어놀아본 것 같다. 아이들과 헤어지면 자주 생각이 날 것 같아 벌써부터 아쉬움이 남는다. 신나게 한바탕 놀고 밖으로 나가 나무 밑에 앉아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의 만남을 추억하기 위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시작된 연탄 500장 나르기. 낮에 연탄을 나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것을, 그 과정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무언가 나를 감성적으로 만들어주고 더불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녁이여서 연탄 나르기가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힘을 합치니 낮에 했던 것보다 더 수월하게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탄을 다 나르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원균이와 설거지를 한 후 아이들과 걸어서 달골로 갔다. 달빛과 별빛을 벗삼아 서로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느낌이 참 행복했다. 달골에 도착해 춤명상이란 걸 처음 해보았다. 쑥스럽고 어색할 줄 알았는데 자유롭게 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정말 재미있게 춤명상을 할 수 있었다. 춤명상이 끝나고 아이들과 한바탕 놀고 나서 맛있게 익은 군고구마를 먹었다. 서로 얼굴에 검은 재를 묻히기도 하고 호호 불며 맛있다를 연발하면서 정말 맛있게 군고구마를 먹은 듯.
아이들이 먼저 잠자리에 가고 자원봉사 쌤들과 옥쌤과 함께 한 막걸리 한 잔.
쌤의 좋은 얘기와 재미있는 얘기들도 인상 깊다. 그렇게 잠자리에 들고 나서 다음날 아침 시작한 절명상, 백배가 참 어려울 줄 알았는데 나름 할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을 싸서 다시 학교로 온 후 밥을 먹고 감도 따고 감도 깎고......
점점 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아쉽고 서운하지만 다시 만날 그날을 기약하며 정말 평생 잊지 못할 물꼬에서의 1박 2일! 앞으로 물꼬를 자주 찾고 싶어질 것 같다.

안연숙:
처음 연탄 나르러 가자고 했을 때 원래 집에 가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한 번 가보고 싶었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는 거라 재밌을 것 같아서 가기로 했다. 친구들이랑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다가 탔는데 버스비가 생각보다 비싸서 놀랐지만 다행히 친구 돈을 빌리 수 있었다. 학교가 너무 예뻤다. 연탄을 나른다기에 재밌을 꺼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연탄을 나르면서 자신이 힘든 것만 생각할 수 있는데 혹시 다른 친구가 불편할까 봐 연탄을 바르게 잡아서 주기도 하고 쉬운 자리가 편할 텐데도 어려운 자리에 있는 친구가 힘들어하면 선뜻 자리를 바꿔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힘들게 일을 해서인지 밥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그냥 입으로 넣는 밥이 농부들이 일년 농사를 짓고 또 밥을 짓는 사람을 통해 식탁 앞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남길 수가 없었다. 자려고 올라갈 때 깜깜한 곳을 별빛과 달빛만 가지고 올라갔는데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춤명상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어보고 내 생각을 말하면서 더 서로 가까워진 것 같다. 아침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절은 안했으면 했는데 몸이 좀 풀어진 것 같다. 학교 다니면서 과제나 친구들 가족 여러 생각에 머리가 꽉 찼었는데 명상을 하면서 머리를 비우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곳에서 평소에 해보지 못한 많은 것을 해봤다. 주말에 집도 못 가고 쉬지도 못했지만 집에 가는 거나 쉬는 것보다 더 값진 걸 얻은 것 같다.
며칠은 몸이 더 아플 꺼 같은데 몸이 아플 때마다 물꼬가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마음이 아파질 때에도 물꼬에서 들은 이야기나 경험들이 기억날 것 같다.

강휘령:
몽당 계자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왔지만 즐겁고 신나게 즐기다 갑니다.
비록 하루지만 어떤 아니, 많은 놀이도 하고 같이 일하면서
서로서로 금방 정도 들고, 웃음도 많아져서 오기 잘했단 생각을 매순간 했답니다.
그리고 또 같이 돈까스 하러 오라는 소리에 발걸음을 이쪽으로 또 할 것 같습니다.
앞에 있는 친구도 옆에 있는 친구도 대각선 앞에 있는 친구도 모두 이름은 외우지 못했지만
물꼬에서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눈에 선해서 지금도 다시 올 그날까지도 이 모습들을
기억하고 추억할 것 같네요. 연탄을 미워하려고(* 일이 힘들다고 해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연탄을 미워하기로 했던 결의가 있었더라지요!) 했던 것도 많이 생각납니다.
한 장 두 장 올라가는데 끝은 가늠되지 않고, 몇 장 남았어요~ 하는 소리에 격려보다는 소리쳤던 기억에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다가와주어서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아직도 연탄이 제 발에 연탄이 다 지워지지 않았지만 이 연타나의 때들이 녀석들과, 같이 온 친구들과의 지워지지 않을 추억이라는 것이라 생각하면 웃음이 입가에 스밉니다.
어두운 곳을 통해서 가는 그 길에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나누고 손의 온기를 나누면서 더 따뜻해짐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의 어색함 속에서 밥을 먹었던 것들도 지금의 모습이 있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저의 작은 생각입니다.
물꼬는 이런 곳이다 하루지만 깊게 느끼고 가려고 합니다.
신나게 느끼고 깨닫고 갑니다.

김예지:
나에게 너무 행복했던 1박 2일!
많은 것을 하였고 많은 것을 얻고 돌아간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연탄 나르기, 아이들이 직접 해 준 보글보글, 함께한 춤명상, 돈까스, 감따기......
처음 일반 초등생 5학년이라는 말에 약간 긴장을 했었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이미지는, 말대답하고, 자기중심적에, 약간은 난폭한? 그런 이미지였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아이들이 ‘참, 멋지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연탄 나르기를 할 때 싫은 소리 많이 안하고, 웃으며 재미있게 일하는 것, 이것은 어른들도 무지 힘든 일이다. ‘내가 이걸 왜 해야 돼!, 쉬복 싶다, ......’ 등등 몸이 힘들어질수록 마음도 지치기 마련인데 씩씩하게 해낸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말하는 것, 행실까지 모두 배울점이 참 많은 아이들인 것 같다. 조금 토닥토닥해도 금방 양보하고, 친구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대화’로 풀어 말할 수 있는, 그리고 남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는! 나에게 부족한 면을 많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마음속에 꽃씨가 하나 내린 기분이다. 희망이랄까, 기쁨이랄까, 사랑이랄까, 아이들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는 게 지금 내가 느끼는 마음과 같겠지? 이 꽃씨를 잘 간직해 나도 순수한 마음, 양보하는 마음,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잘 길러야겠다.
현진, 성재, 하다, 재우, 태형, 현준, 거의 모두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다! 처음 만났을 때 꿈이 없다던 아이들도 헤어질 때가 되니 자신의 꿈 이야기를 멋지게 들려주었다. 물론 내 꿈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는 것은 가장 멋지고 소중한 일이고, 그만큼 다들 자신이 갖고 있는 꿈을 이뤄 후에 더 멋지게 만났으면 좋겠다. 물꼬 파이팅! 우리 아이들도 파이팅!

최원균:
TV에서만 보던 그런 시골 마르에 학교에 와서 몇 안 되지만 어린 아이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시간의 소중함, 음식의 소중함,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소중함, 사지가 멀쩡하여 움직이고 바브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이렇게 동화 속 같은 여유로 이삶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현대인들에게 권장하고 싶다. 정이 마르고, 자신 밖에 모르고, 물질만능주의, 이런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시간일 것 같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아직도 순수함이라는 희망을 본 것 같다. 나를 보다 어렸을 적으로, 이곳은 나를 그렇게 해주는 곳인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배우고 가요. 선생님 말씀대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항상 표현하고, 감사할 줄 아는 법을 연습해야겠어요~ 괜찮은 남자가 되고 싶거든요.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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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1 10월 13일, 교무실에 날아든 편지 옥영경 2004-10-28 1307
5610 2011 겨울 청소년계자 여는 날, 2011.12.24.흙날. 눈 얇게 쌓인 아침 옥영경 2011-12-29 1306
5609 2011.11.13.해날. 날이 개 거닐기 좋은 옥영경 2011-11-23 1306
5608 5월 29일 해날 옥영경 2005-06-03 1306
5607 2011. 6.22.물날. 마른 장맛비 / 모심을 받다 옥영경 2011-07-02 1305
5606 2008.12.26.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30 1305
5605 10월 27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4-10-30 1305
5604 10월 22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0-28 1305
» 10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09-11-07 1303
5602 2008. 6.1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7-02 1304
5601 2008. 6.10.불날. 맑음 옥영경 2008-07-02 1304
5600 5월 26일 나무날 맑음, 봄학기 끝 옥영경 2005-05-27 1304
5599 11월 4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1-19 1304
5598 2012. 4.12.나무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12-04-17 1303
5597 146 계자 사흗날, 2011. 8. 9.불날. 종일 비, 산마을에 물소리 꽉 차다 옥영경 2011-08-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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