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4.흙날. 맑음

조회 수 1275 추천 수 0 2012.02.17 04:44:55

 

 

가마솥방 안쪽 수도마저 얼었다는 학교의 소식입니다.

틀어두는 걸 잊은 모양.

잠깐 잊는 순간 그렇습니다.

뜨거운 물 붓고 녹혀서 겨우 다시 나왔다고

밤에 다시 이어진 소식.

그래도 멀리까지 얼지 않았던가 봅니다.

 

성빈네서 하룻밤을 묵고 서울행.

눈물 그렁해진 성빈을 뒤로 하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덕소를 떠났더랍니다.

‘아, 달포를 물꼬에서 우리 그리 정들었고나...’

 

저녁, 홍대 언저리에서 콘서트가 있어 샘들이 모였습니다.

특수교사 10년을 한 뒤 털고 일어나 가수의 길을 가는 친구입니다.

고즈넉한 노래들,

그리고 그 정서를 공유하는 그 만큼의 잔잔한 사람들.

그는 어려운 시간을 건너며 도움이 필요했고 상담을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잘 건넜다고.

그래요, 우리는 때로 도움이 필요하고,

그때는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어선 뒤 지나고 나면 모든 건 옛이야기 되는 거지요.

옛날 이야기하는 그런 시간을 만나는 겁니다.

 

그리고 밤.

부암동에서 선배들이 모였습니다,

발해 1300호를 타고 떠나 바다에 묻힌 장철수 형을 추모하기 위해서.

내일은 발해 1300호 추모제가 있고,

해마다 하루 일찍 만나 그를 기리는 이런 자리가 있어왔습니다.

 

나는/강보에 싸여 옹기장배를 타고/

욕지도로 사량도로 삐걱이는 노젓는 소리에/ 자장가 되어/

이섬 저섬/ 아줌마들에게 젖동냥을 받으며/ 인심과 사랑을 먹었다.//

나는 보았다/만선에 나부끼는 풍선의 깃발과/

뱃길을 안내하던/갈매기의 힘찬 날개짓과/우렁찬 노인의 목소리와 억센 팔뚝/

그리고 분명/대마도도 보았다.//

맑은 바닷물에/은빛 멸치 떼들의 눈부심과/강구안을 찾아온/

길 잃은 고래를 잡던/통영항의 함성/

나는 삼십여 년/고향 바다가 그립고 서러워 서러워/

메우고, 더럽혀진/내 놀던 터밭/

치한들의 완력에 못 이겨/갈갈이 찢겨진 여체처럼/바닷가 한가운데 서 있다./

나는/10여 년 저 동해 끝/울릉도 독도를 오가며/

왜 여기까지 왔는가?/태산 같은 파도가 삼키려/달려들 때도/눈을 부라렸다./

그렇다./내가 자란 이 바닷가/임진란 승리의 깃발이 나부낀,//

통영오광대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던/그 신바람과/

대마도를 본 그 갯가 사람이었음을//

오늘도 무지랭이들은 그물을 내릴 것이다/

바닷가에 국경이 그어져/풍랑을 만나도/월경으로 감옥 갈지 모르는...//

깨어나라/민족이여!/또 다른 외침의 시작./

남해, 동해, 서해의 온몸을/꽁꽁 묶어 버릴/200해리 경제수역의 올가미./

그 트집으로 전쟁의 시작./

아! 답답한 바다여!/낭만의 읊조림과 향수로/

이 민족을 사지에/처넣을 어설픈/협상 기술자들.//

21세기의 바다./윤이상 선생과 약속했던/

저 조그만 독도에서 평화음악제가 열리고/

싸움의 바다가 아닌/자연의 바닷가/오염과 메움이 아닌/

물고기가 숨쉬는 자유의 세상/갈라섬이 없는 바닷물은 /

하나로 꽁꽁 묶을 통일의 바다와/남해,서해,동해와/연이을/

저 넓은 태평양과/오대양 육대주/인류평화를 부르노라!//

 

- ‘21세기 바다를 꿈꾸며’; 영원한 독도 지킴이로 살다 뗏목탐사대 "발해1300호"와 함께 한

기록문학가 장철수 유고집 < 바다의 노래, 땅의 노래>에서

 

이번엔 한 선배가 게스트하우스를 마침 마련해

거기 다 모일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은 낮 5시부터 모여 오픈스페이스 회의 방식을 통해

발해 1300호의 뜻을 어떻게 계승할까 의논하고 있었고,

그 끄트머리에 함께 했습니다.

누가 왔더라...

마은식 이상찬 유경란 강영욱 이소은 임정규 함영준 김건연 이승호 우성

김대진 류승완 김현숙 권용인 이영기 부상기 김광섭 김윤배 조철현...

고맙습니다.

 

구영이 구슬이 어느새 자라 대학생들 되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간호대, 교대를 진학했다지요.

그 아이들 초등 어느 해의 겨울을 물꼬에서 보냈고,

한 때 물꼬의 상설학교 진학을 바랐으나 합격하지 못했더랬답니다.

선배의 아이들이지요.

시간이 그만치나 흐르고 만난 선배는 어제 보았던 듯하였습니다.

이도 고마울 일이지요.

한 선배의 죽음이 해마다 우리를 그리 모으고

그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삶을 성찰합니다.

우리는 왜 진즉 장철수 그의 뜻에 힘을 더 실어주지 못하였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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