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0.쇠날. 갬

조회 수 259 추천 수 0 2023.10.30 00:31:23


비 지난 뒤 기온 뚝 떨어졌다. 바람까지 불었다. 쌀쌀했다.

삼거리밭에 한창이었던 메밀꽃이 숨이 좀 죽었다.

 

아침뜨락 북쪽 경사지에 있던 오리나무들의 잎이 온통 구멍 투성이었다.

심상찮았다.

지느러미길이 시작되는, 양 편의 수반에 담긴 수련의 잎들도 구멍 숭숭.

송충이인가 했다.

활엽수 잎을 갉아먹는 해충인 미국흰불나방유충이란 걸 오늘 알았다.

전국적으로 미국흰불나방의 밀도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산림청이 지난 8월말 예보단계를 1단계(관심)에서 3단계(경계)로 상향 조정했다네.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 이상기후 때문이라고만 보기 어렵지만

올해의 경우 가을철 온도가 높은 것이 영향을 주었을 거라고.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평균적으로 암컷 한 마리당 알 600개 정도를 낳고 죽고,

한 해에 암컷이 알을 낳고 죽은 뒤 이 알에서 부화한 2세대가 성충이 된단다.

그래서? 어떻게 예방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자료들을 좀 찾아야겠다.

 

신영복 선생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내겐 없는 책이었다.

내 것은 찾아온 어느 젊은 벗에게 주었던.

그런데 책 포장 앞에서 한참 눈이 멎었다.

책을 포장하고 준 적 오래다.

책 표지가 이미 포장이거니 하며 주고는 했던.

종이 한 장으로는 책이 싸지지 않았나 보다.

두 장을 이어 붙이고,

책을 싼 뒤 종이를 오려 테이프처럼 붙이고,

양편 모서리를 접은 곳 역시 종이를 오려 단단치 붙였더라.

책을 싼 그 마음을 생각하였네.

가지고 있던 책을 빼냈던 자리가 그대로 비어있었다.

거기 꽂았다.

 

한 일간지에 로테르크(1864~1901)의 그림들이 실렸다.

프랑스에 머물 적

몽마르뜨 언덕의 난전에서 이름 없는 이들이 그린 그림들 사이에도

그의 그림들이 엽서로 혹은 사진으로 걸려 있는 걸 쉬 볼 수 있었더랬다.

클럽 물랭루즈에 출근도장을 찍던 파리 사교계와 미술계의 스타였지만

볼품없는 외모에 더해 그림 소재가 클럽이라는 까닭으로 주류 미술계에 외면당하기도 했던 그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 같은 대중 미술이 싹트던 그 시기

로테르크는 배우와 가수들을 그린 포스터로 주목을 받는다.

19세기 말 당시 프랑스 사회와 예술에 깃든 세기말의 퇴폐적 분위기와

지본의 도덕적 가치들을 거부하는 풍조 속에 인기가 높아졌지만

알콜 중독으로 그는 서른다섯에 숨을 거두었다.

뒤늦게 명성을 얻은 그의 위상은 같은 시대의 고갱 쇠라를 뛰어넘을 정도라고.

로트레크가 생전 그랬다지.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추한 곳에는 언제나 매혹적인 부분이 있고,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 곳에서 그걸 발견하게 되면 대단히 기쁘다.”

인간은 추하지만 인생은 아름답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6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073
6535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068
6534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08-16 2066
6533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066
6532 영동 봄길 첫 날, 2월 25일 옥영경 2004-02-28 2065
6531 5월 15일 부산 출장 옥영경 2004-05-21 2058
6530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058
6529 2009. 5. 9.흙날. 맑음 / 봄학기 산오름 옥영경 2009-05-16 2057
6528 3월 1일 나들이 옥영경 2004-03-04 2053
6527 9월 빈들모임(2019. 9.28~29)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31 2049
6526 2008. 2.23. 흙날. 바람 / 魚變成龍(어변성룡) 옥영경 2008-03-08 2033
6525 옥천 이원 묘목축제,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026
6524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022
6523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021
6522 2월 29일 박문남님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3-04 2020
6521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016
6520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15
6519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011
6518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8-10 2010
6517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1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