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숲에 있었다.

어제 한 반 스물여섯을 만났고, 오늘 또 다른 반을 안내했다.

초등 6년스물넷과 어른 하나가 동행했다. 한 아이가 결석했다.(*)

날이 살짝 흐렸고, 바람도 조금 일었다.

어제와 같이 나와 숲-이름이 제목이었고,

어제 움직임에서 조금 덜 것 덜고, 보탤 것 보탰다.

아이들은 담임교사가 학급을 꾸리는 특색을 숨길 수가 없다.

어제는 정돈된 느낌이 컸고, 오늘 학급은 퍽 자유로웠다.

초임은 아니라는데 첫 발령지로 온 것 같은 작고 젊은 남자샘이 담임이었다.

남자 아이들 속에 있으면 구별이 어려운.

아이들이 샘을 둘러싸고 경쾌했다.

 

맞이 동그라미로 시작하다.

지식이 넘치는 세상, 뭘 그리 가르치고 배우나, 그저 걸어만 보아도 좋으리.

흐름을 안내하고,

숲길을 걷고, 편백 아래 둘러서서 나무 이야기를 하고,

오솔길에서는 침묵하면서 숲의 다른 존재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제처럼 편백숲 가운데 평상에 옹기종기 앉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 '우듬지'와 '나무초리'라는 낱말을 나누고,

숲에 난 길을 따라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마지막으로 안내자가 마련한 작은 공연을 선사하였네.

출발지로 돌아와 다시 동그라미.

다양한 존재들이 조화롭게 숲을 이루듯 인간 삶도 다르지 않을 것,

각자 자신의 삶으로 살아 빛나시길, 언젠가 어느 자리에서 그 이름을 우리 서로 들어보자며

한 명 한 명 그 이름을 불러주었더라.

 

숲은 어디라도 좋다.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배움터라.

그래도 아이들을 맞는다면 좀 더 준비되면 좋을.

이번에 간 곳은 교육영역으로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언론에 노출되어 찾아오는 이들이 많고,

그들에게 숙소와 거한 요리를 내는 것에 들이는 정성에 견주면

아이들 교육에는 지나치다 싶게 모자란.

그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곳을 다시 찾는 비율 또한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물꼬가 매우 고마운 공간이다 싶었네.

아이들 학교로서의 교육일정만 보아도

한번 다녀가는 이벤트성 교육처이기보다

오랫동안 그 아이들 자라는 걸 볼 수 있는 곳이니.

현장이 어떻든 수업을 안내하는 이의 자세와 태도와 준비로 구멍을 메울 수도 있을.

혹 나는 우리 공간이 아니라는 까닭으로 '덜' 하지는 않았는가...

물꼬처럼 전체를 책임지거나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오직 수업만 하면 되었거늘.

붉어지는 얼굴이었다.

 

돌아오며 정원을 잘 가꾼 집에 들러 둘러보고,

한 치유숲에서 치유사들과 숲 학습안을 나누었네.


(*) 결석한 아이도 오늘의 기념품을 가질 수 있게 따로 챙겨보내다.

이곳에 같이 있지 않아도 우리는 그대를 잊지 않았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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