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수업 하나. 예술명상 수업.

아이들과 맨발로 걸었다.

모래 위로도 진흙 위로도 시멘트 바닥으로도 흙 위로도 하수구 철망 위로도.

학교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춤이었다.

안으로 들어와서는 발에 닿은 느낌을 말로 바꾸기.

그리고 신체 부위로 느낌을 표현하는 낱말들을 들려주었다.

간이 콩알만 해지고, 간담이 서늘해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다리를 후들거리고,

머리칼이 곤두서고, 가슴이 터질 것 같고, 가슴이 저미고, 숨이 막히거나 숨이 가쁘고,

골 때리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몸이 쓰러질 것 같고, 넋을 잃고, 목이 메고, 가슴이 아프고,

속이 쓰리고, 소름끼치고, 전율을 느끼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애간장이 타고, 구역질나고, 피가 끓고, 몸서리치고, 진땀나고, 속이 빈 것 같고, 배가 아프고, ...

그 낱말들을 몸으로 옮겨도 보기. 역시 춤이었다.

다음 수업에는 찰흙을 가지고 놀면서 구성원들이 협업을 할 것이다.


인근 사립중학교에서 계절학교를 준비한다는 소식.

교장샘과 담당샘이 홍보를 위해 초등학교들을 방문하고 있었다.

물꼬가 쉬면 또 다른 곳에서 그걸 채운다.

그래서 꼭 우리가 다 해야 된다고 생각지 않는.

올 안식년은 어쩌면 그런 걸 확인하는 자리일지도 모를.

좀 더 쉬엄쉬엄 노닥노닥 걸어가도 되겠다는.


오전엔 말짱했던, 좀 흐릿하긴 해도, 하늘이었는데...

집중호우 몇 곳을 건너 지리산 언저리에 들었다.

대엿새 홀로 혹은 몇이, 더러는 많은 이들과 지리산 숲길을 걷고

이곳에 깃든 물꼬 식구들도 만날 것이다.

길을 좀 둘러 마음에 고여 있는 한 어르신도 뵙고 갔다. 세상 떠나신지 두어 해.

뜻밖에도 길을 알고 간 것도 아닌데

지난 봄 산소를 가는 길에 꽃을 샀던 가게를 용케 또 들어간 우연도 즐거웠다.

산청에서 길을 시작하기로 했는데, 진주 이정표가 등장했다.

아, 거기 벗이 살지! 묵기로 한다. 미리 한 약속도 아닌데 마침 짬을 잰 벗이었네.


한밤, 앗, 손전화가 훅 꺼져버렸다.

다니며 그걸로 일을 다 하는데,

당장 내일 지리산에서 만날 사람들과 연결이 캄캄하다.

번호를 외울 만큼 연락이 잦았던 이들도 아닌.

꼭 그렇지 않아도 요새는 외워서 하는 전화가 드문.(나 말이다)

손전화를 고치고 가자면 늦으리.

마침 종이에 적힌 전화번호가 남아있었던.

전화기를 빌려 문자 넣어두다, 좀 늦겠습니다!

창이 밝도록 책상 앞에서 일도 좀.

상황이야 어찌 되겠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6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072
6535 97 계자 둘쨋날, 8월 10일 불날 옥영경 2004-08-12 2066
6534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옥영경 2007-08-16 2065
6533 영동 봄길 첫 날, 2월 25일 옥영경 2004-02-28 2064
6532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063
6531 5월 15일 부산 출장 옥영경 2004-05-21 2057
6530 2009. 5. 9.흙날. 맑음 / 봄학기 산오름 옥영경 2009-05-16 2055
6529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055
6528 3월 1일 나들이 옥영경 2004-03-04 2053
6527 9월 빈들모임(2019. 9.28~29)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31 2049
6526 2008. 2.23. 흙날. 바람 / 魚變成龍(어변성룡) 옥영경 2008-03-08 2032
6525 옥천 이원 묘목축제,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025
6524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021
6523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021
6522 2월 29일 박문남님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3-04 2016
6521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015
6520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14
6519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011
6518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8-10 2010
6517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