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이야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던 밤이었다.

서로를 살리는 우정이라.

먼 길을 떠나기 전 고쳐 매는 신발 같은 시간이었다.

아침을 먹자마자 갈무리를 하고

그러는 사이 도시락을 쌌다,

낮밥까지 먹고 나서면 길이 막히리.

이 밥 드시고 굳건히 다음 걸음을 또 걸으시라.

 

점주샘이 남아 뒷정리를 같이 하다.

이번 어른의 학교에서의 꽃은 당연 점주샘의 집단상담 진행이었다.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인데 기꺼이 시간을 맡아주었다.

어른의 학교 시간을 되짚어보며 같이 마을길을 걷다.

때로 전장같이 느껴지는 삶에서 벗이 있는 한 시절은 꽃밭이다.

세월호를 겪고도 여전히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웃는 사람살이가 참 허허롭다가,

불의에 무엇 하나 하는 일 없이 제 일상이나 겨우 건져 올리는 삶이 비루하다가,

그나마 나날을 살 수 있도록 해준 건 함께 가는 건강한 벗들이었다.

물꼬의 어른들과 아이들로 그 시간을 건넜다.

바사기인 사람이 그나마 무사히 세상을 살아가는 건 순전히 그 벗들 덕.

누구보다 그 시간을 견뎌내게 해주었던 금룡샘이 한동안 앓으셨단 소식.

모두 안부를 물었고, 건강하시라 응원했다.


선정샘...

아이를 들쳐 업고 계자 밥바라지를 오면서 처음 만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런 사람이 물꼬를 아껴준다 싶으면 힘이 절로 나게 하는 이.

그는 지난 연어의 날에 다녀가며

부엌 곳간으로 들어가는 곳에 놓인 해진 슬리퍼가 걸렸던 모양이다.

새 신발을 사와서 두고 간다 했다.

늘 낡은 살림을 살피는 샘들이다.

그는 또 봉투를 하나 내밀고 갔다.

“연어의 날 보니까 부모님들이 이런 거 하더라구요. 저도 하고 싶었어요.”

언제나 그의 행동이 그러하듯

받는 이가 계면쩍지 않도록 건넸다.

행동 하나 말품 하나가 겸손과 덕을 갖춰서 우리를 멈춰 서게 하는 이를 가진 것은

분명 복된 일이다.

물꼬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적지 않다. 자랑스럽다.

잘 살아야겠다.


자정, 벗들 둘 왔다. 그참...

늦은 밤, 가까이에서 금세 들어오는 줄 알고 오라 했더니 그제야 보은에서 출발했던 모양.

두 사람 놀으라 하고 잠을 자겠다 했더니

주변 소식들 서로 전하고 보니 새벽 세 시도 훌쩍.

젊은 날의 노래를 또 얼마나 불렀게?

어이쿠, 목 아껴야는데, 낼 대전의 한 방송국에서 강연이 있는 바.

이미 물 건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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