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 보수공사 사흘째.

흙집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제 물을 머금은 벽체 한 면이 튀어나오고 있다.

보수의 범위가 더 넓게 요구되면서 교육청과 현장작업팀과 물꼬 간 긴급회의.

시설계장님은 계속 철거를 주장한다.

“쓰고 있는데 쓸 수 있도록 해주셔야지요.

여태 20년 동안 교육청에 따박따박 갖다 바친 임대료가 얼마인데... 집도 짓겠어!”

20년 살았다고 요새는 물꼬가 툭하면 큰소리다.

결국 칸칸마다 틀을 만들어 넣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면적은 적어지겠군요.”

그게 대수일까.

“사라지는 것보다 낫지요.”


기둥 아래마다 벽돌을 채우던 작업 대신 욕실 바닥은 결국 아주 메우기로.

믹서트럭이 들어왔다.

오늘까지는 흙집 관련 이들 작업,

내일은 가마솥방 지붕 위로 올라가 작업할 네 사람이 들어온단다.

낮밥을 냈다.


한밤 황간에 다녀오다.

우즈베키스탄 가기 전 봐야 할 일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도 있다.

갈 수가 없어 황간에서 보기로.

한 달을 비우면 그 한 달 만큼의 일을 일부 당기고 일부 밀어 메워야 한다.


그 틈에도 읽고 있던 책 하나는 마저 읽기로. 도서관에 반납하고 가야 하니.

<왕따의 정치학-왜 진보언론조차 노무현 문재인을 공격하는가?>(조기숙, 2017)

‘기승전-노무현’은 ‘기승전-문재인’으로 옮아갔다. 궁금했다. 왜?

‘현재’를 바꾸기 위해 정치를, ‘미래’를 바꾸기 위해 교육을 연구한다는 조기숙이 썼다.

흔히 좌는 진보, 우는 보수라는 주장은 20세기까지는 맞지만 21세기는 틀린다고 본다.

좌파 안에서도 갈등이 존재하며,

문화적 갈등을 기준으로 구좌파와 신좌파로 구분되는데

집단주의·권위주의 문화가 강한 진보언론을 구좌파로,

탈권위·탈물질의 가치를 중시하는 진영을 신좌파로 구분,

신좌파로 상징되는 대표 인물이 노무현이라는 거다.

세계사에서 신좌파의 등장은

“상상력에 권력을!”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경찰을 없애야 한다”던

탈 권위를 추구한 프랑스 68혁명 세대였고,

한국 정치사에서는 노무현과 함께 등장.

노사모부터 ‘나꼼수’, 이명박 정권 때부터 광장으로 나오기 시작해 박근혜 탄핵까지 이끌어낸 촛불 시민으로 이어진.

21세기 정치 지형도는 신좌파에 의해 새로 쓰이고 있으며,

신좌파운동만큼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이 앞선다는.

피 없는 혁명 광장, 그 끝은 탄핵이라는 실질적인 성과였으니.‘신좌파의 또 다른 특징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행동한다는 점이다. 촛불 시민들도 지도자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반문·비문이 문재인에게 지지자들을 관리하라 운운하는 것은 새로 등장한 신좌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 말이다. ...

흔히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으면 왕따가 성립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구조와 집단의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왕따가 성립되기 어렵다. 왕따 현상은 피해자와 가해자는 물론 동조자, 방관자 그 외에도 강화자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된다.’

왕따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방어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방어자란 왕따 현상의 잘못을 인지하고 그 사실을 알리며 비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

방어자이기로.


책에서 타지펠 교수 실험이 인용되는 대목이 있다,

사람들 사이 내부인과 외부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가 존재한다는.

화면에 보이는 점의 수를 과대평가했는지 과소평가했는지 여부,

칸딘스키 그림을 좋아하는지 클레 그림을 좋아하는지 여부로 그룹을 나누다.

점의 수를 자신과 비슷하게 평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화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기준에 의해서라도 일단 한 집단에 속하게 되면,

한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집단 내부인과 외부인을 차별적으로 대응하려는 성향이 있다.

물론 같은 집단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집단구성원을 편애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지만

분명 사람에게는 그런 면이 있다, 우리 편이나 남이야 하는.

그럼 역으로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도 정치적 역량이겠다.

일상인들 ‘정치’가 아닐까. 뭐 조금 부드럽게 말하면 관계의 ‘지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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