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라는 힌디어가 있다.

군타칼, 할 때의 바로 그 칼.

칼은 내일이기도 하고 어제를 뜻하기도 한다.

시간의 전과 후를 동시에 뜻하는 말이 바로 인도를 대별한다 여겨졌던 낱말.

후지와라 신야의 책 어디쯤에서도 거론되었던.

시계가 가고 그 위에 우리 삶이 흐르지만

사실 ‘시간’이란 게 정녕 실체가 있던가.

라다크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때,

<오래된 미래>에서 오래 남는 구절 가운데 하나가 그곳 사람들의 약속이었다.

몇 시가 아니라 저녁 먹을 때쯤, 이라고 하는 식.

인류가 시간의 측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불과 얼마 안 된.

겨우 산업혁명 이후.

예전에 시간의 단위는 사건들 사이의 간격, 그리고 그 지속 기간에 대한 양이었다.

철도회사가 생기고 공장이 생기고

객관적인 시간이 측정되고, 그 정확성은 돈과 직결되었다.

아다시피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이 된 것.

그것은 개별적 삶과 시간을 보편이란 이름에 담아냈고, 우리 삶은 내몰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물리학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정의된 것은 열역학적인 시간의 방향, 우주론적인 시간의 방향, 그리고 심리적인 시간의 방향이다.

열역학적인 시간의 방향은 열역학 제2법칙을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이란 총 엔트로피,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잉크방울이 물에서 퍼지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잉크방울이 퍼지면서 원래 위치가 점차 불확실해져가는 것을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은 절대로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을 시간의 방향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른 정의는 우주의 진화방향이다. 우리우주의 생성과정 시나리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으로부터 유도되는 빅뱅을 기본으로 하는 표준모형이다. 시간이 만들어진 때부터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우주의 진화방향이 바로 시간의 방향으로 정의된다.

마지막 하나는 심리학적인 시간의 방향이다. 우리가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방향이 바로 시간의 방향이라는 관점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생은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 우리는 우주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세포가 늙어가는 것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 세 가지 다 방향은 한 방향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

우리는 늙고,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그런데, 속도는 다른가 보다.

어려서 한없이 길었던 하루가 쏜살같아지면서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

그대의 속도감은?

저렇게 측정된 시간으로부터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지가 자기 삶의 흐름을 찾는 게 될 터. 

결국 어떻게 깨어있는가를 말할.


5,6일 달골 집짓기 예비모임이 달골에서 있었다.

괴산에서 영준샘이 와서 무산샘과 현장에서 논의.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 쪽에서 결합하는 건 어렵겠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호숫가 오두막 같은 집이거늘.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다.


맑은 때 달골 아침뜨樂에서 풀을 깎다.

빌려온 보행예초기에 다시 올랐다.

아직 혼자 있을 땐 두렵다.

뒤에 무산샘을 세워놓고 일하다.

훤해지는 뜨락이다.

6일 비 내리는 아침뜨樂에서도 우산을 쓰고 풀을 얼마쯤 뽑다.


밤,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을 보다, 마침 사람들이 있어서.

<숨바꼭질>(허정 감독)처럼 내내 힘이 들어가서 영화가 끝나고 온몸이 지치다.

영화라기보다 가까운 일상 같은. 영화적 장치들인데도 말이다.

선악구별이 어려운 세상살이를 담은 걸로 하자.

골목길 집 그림자에 우두커니 무기력하게 선 선(善)이라.

하지만 우리가 늘 선택할 수 있도록 곁에 서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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