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의 가을학기에도 나무날 ‘예술명상’수업은 이어진다.

제도학교 지원수업.

아이들 수업은 교사 해건지기가 시작.

아이들을 맞는 마음의 결을 고르기.

여름의 끝을 달고 게으르던 수행을 화들짝 놀란 몸짓으로 다시 이어가는.


오뉴월 하루볕이 무섭듯 여름을 지낸 아이들이 또 한 뼘 자랐더라.

“옥샘, 너무 보고 싶었어요!”

나도 그러하였다마다.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의 힘으로,

그리고 수업에 필요한 것들을 돕는 샘들의 어깨동무로 또 걷는.

“샘, 너무 고마워요.”

샘들도 4교시까지 아이들을 내게 맡기고 교무실에서 밀린 서류들을 챙기신다는.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만들면서 거기 마음을 풀어냈다.


수업을 다녀왔더니 달골 오르는 길이 훤해져있다.

이번 학기 집짓기 건으로 머물게 된 무산샘이

풀 무성해서 겨우 차가 지날 만큼의 폭으로 보였던 길을

양쪽으로 다 쳐놓았다.

‘아침뜨樂’ 달못 둘레도 매끈해졌다.

보태는 사람 손 하나의 자리가 그리 컸네.

교무실에서는 교육지원청 감사 문제로 같이 서류를 확인해주느라고도 부산하였고.


하오에는 학교 길 아래 밭의 닭장을 철거했다.

닭장... 오래된 일이다.

닭들은 거기서 알을 낳고, 그 알에서 병아리 깨어나 뛰고,

그 마당에서 자란 한삼이며 달개비를 뜯어먹고,

가끔 족제비의 습격에도 그들 삶을 지켜냈던 곳.

우리 밭의 거름을 전담해주기도 한 그네들이었다.

마지막 닭들을 내보내고 여러 달 비웠던 자리.

사람 떠난 집이 허물어지는 속도처럼

그찮아도 긴 세월 구멍숭숭하던 닭장이었는데,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었더랬다.

치워야지, 치워야지, 학교아저씨 혼자 손을 못 대고 있다가

드디어 걷었다!

다시 짓는 건 아직 계획하지 않았다.

물꼬 살림 흐름에 따라 또 어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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