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를 거두었다!


노래로 명상을? 아무렴. 집중할 무엇이라면 어느 것인들 명상이 아닐까.

“노래로도 명상을 할 수 있는 게 신기했어요.”

1년 과정 초등 예술명상 수업(제도학교 지원),

저학년들은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다.

“왜 형아들은 12월에 또 해요? 왜 우리는 안 해요?”

“그게 아니라...”

1학기에 고학년에 배정하지 못했던 시간이 12월에 한 차례 잡힌 것.


수능일이었다.

현지며 해찬이며 성재며 현진이며 수연이며

고3이든 재수생이든 물꼬 아이들이 시험을 여럿 본다.

“옥샘, 떨지 말라고 기도해주세요.”

며칠 전부터 아이들의 긴장을 반영한 문자들이 있었다.

이른 아침 간절히 절을 하고 제도학교로 출근했다.

“네에?”

간밤 9시가 지나서였다던가, 속보가 있었다고, 수능을 1주일 연기한다는.

포항 지진 때문이었다.

“텔레비전도 안 보고 그러시니까...”

교장선생님이 수능 보는 막내아들 도시락으로 쌀 빵을

왜 교무실로 가져왔는지 그제야 이해하다.

아이고, 아이들이 어떠려나...

포항 인근은 인근대로,

시험을 보기 위해 휴가를 냈을 군인이며,

수능 위해 준비한 아이들의 여러 일정들이며,

섬에서 시험을 보러 나왔을 아이들이며,

어그러진 일정들도 일정들이고

해방을 기다렸을 그 마음들이 얼마나 힘들까.

99년생들의 다사다난, 수능까지 바뀌는 일정이라니.

초등 교육과정에서부터 사연 많았던 그들이다.

6학년에 한국사를 배울 계획이었던 그들은 5학년까지 한국사가 없었는데,

정작 6학년이 되자 바꾼 교육과정은 5학년에 역사를 배우게 된(7차 교육과정).

6학년 수학여행도 신종플루도 못 가고

세월호로 또 수학여행이 전면 중단되어 중3 졸업여행을 못 갔던 그들.

고1 5월 소풍이 취소됐고,

고3에 박근해 탄핵, 기나긴 한가위 연휴도 모르고 지나고.

그나마 위로라면, 생은 길더라, 전화위복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더뇨.

부디 유지해왔던 그 흐름이 깨지지 않기로!


호흡명상을 시작으로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거울보기,

그리고 손풀기가 이어졌다.

이설이의 그림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였으니.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렸어요.”

크게, 눈에 보이는 대로, 말없이, 손풀기 시간을 보내는 법 안내 그대로 했다는.

석범이도, 선 하나도 못 그리겠다던 태인이도,

촐랑이 현우도, 도대체 엉덩이를 붙일 줄 모르는 원숭이 유환이까지,

보고 있으면 자꾸 뭐가 보인다던 하임이도

꼼꼼하게 사물이 가진 아주 작은 흠까지 도화지에 옮겨놓았다.

그럴 줄 알아도 번번이 놀라는 그림명상이었다.


오늘의 중심은 노래명상.

네 파트로 나눠 내 소리를 온전히 내는 것이 모두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아이들 얼굴들 위로 번지는 미소로도 읽는다.

다음은 다른 노래로 둘로 나뉘어 소리를 잇는 노래.

물꼬에서 아이들과 늘 부르는 노래 둘이 재료로 쓰였다.

“내년에도 하면 좋겠어요.”

나도 이 아이들의 새로운 해에 동행하고 싶다.

“그런데, 내년에는 다른 나라에 가 있어.”

“한 번만 더해요!”

4교시가 끝났는데도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느라 급식에 늦었다.


점심을 먹고 좇아와 하오 곁두리를 챙겨 올라가니 전주가 세워져있었다.

(들어오며 면사무소 일도 처리하고 농협에 확인해야할 것들도 하고)

전기를 신청하고 보통 4주는 족히 걸리는 데다

연말이라 밀린 게 많아 더 길어져 빨라도 6주는 걸린다던 전주였다.

현재 필요한 전기는 햇발동 쪽에서 끌어다 쓰고 있지만

거리가 멀어 단열재 폼을 쏘는 전력은 감당을 못할.

형편을 얘기했고, 한전에서도 전기업체에서도 사정을 헤아려 준 덕에 짧은 기간에 이뤄진.

오늘은 집 서쪽 벽면에 외장재 세라믹을 붙였다.

따로 손을 보탤 일이 없을 땐 자투리로 나온 나무들로 틈틈이 스툴을 만들고 있다.

오늘은 삼각형으로 나온 같은 크기들이 여럿 있기

요리조리 칠교처럼 맞춰 하나 완성.


올해는 여러 차례 자가치료 과정이 있어왔다.

오늘 새로운 이가 동행.

허리로 오래 고생하고 있었다.

두어 달 치료를 해오던 물꼬 안 한 식구를 더해

늦은 밤 스스로 몸을 치료하는 두 사람을 안내하다.

양산에서 오는 스님까지는 도저히 이쪽 에너지가 벅찬.

“고쳐주고 가셔야(내년 바르셀로나행)죠!”

오늘은 스님의 전화가 들어왔더랬다.

“12월에나 짬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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