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8.달날. 맑음 / 빨랫돌

조회 수 777 추천 수 0 2019.05.07 12:46:16


이 댁은 돌도 많네,

약에 쓸래도 내 집에 없는 개똥이 이웃 마당에는 밭이더라만

쓰려 들면 내 집에도 널렸던 게 보이지 않는지라

사이집 바깥수돗가에 빨랫돌 하나 놓자 하자

넓적한 돌 하나가 산골에도 귀했다.

저 돌 참 좋네,

마침 이웃집에 가자 수돗가로 오르는 댓돌이 보이는데,

낼모레 공사할 거라 치울 돌이라지.

옳다구나 하지만 한두 사람으로 들 돌이 아니라,

낼모레 남정네들 두엇 들어올 때 싣자고 했더라.

돌은 좋은데 좀 크긴 해,

돌아오며 곁에 있던 벗과 뜻이 맞아

돌밭을 몇 차례 돌아보며 빨랫돌을 찾았네.

그래도 댓돌로도 쓸 수 있는데 아까 이웃집의 그 돌 실어 오자,

공짜라고 좋다구나 실어오지 싶은 걸

벗이 말했다, 뭐 할라고 빚을 져.

그러고 둘이서 며칠을 밭가며 도랑이며 지날 적마다 유심히 돌들을 들여다 보았더랬네.

반듯하지 않거나 재질이 퍽 마뜩찮거나 너무 길거나 들 수 없게 크거나.


오늘은 바깥 수돗가 빨래터에 시멘트를 바를 참,

그래도 한번만 더 찾아보자

도랑으로 가서 그럴 듯한 하나를 찾아서 들어올렸는데,

아쉬웠다. 안 되겠네, 그냥 일전에 가져다 둔 걸 그냥 써야지.

그래도 아쉬움에 마지막이라며 한 번 더 찬찬히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훑어보는데,

마른 낙엽 끝에 반듯해 보이는 돌 하나 보이기

쫓아내려가 나뭇잎을 다 훑어내자, 네모반듯하게 빨랫돌로 맞춤하네.

거기서 기다렸구나, 불렀구나!

목 길게 빼고 기다리던 이가 찾아와 버선발로 내려서던 마당 같았더라,

돌의 편편하기가, 마음의 좋기가.


사이집 수돗가 바닥 미장,

우수통 쪽으로 물길을 내고

비닐 깔고 와이어 매시 깔고

이런! 세 포 가까이면 충분하리라 했는데,

시멘트가 모자란다, 가장자리 부분.

당장은 쓸 수 있다. 다른 일 할 때 다시 손을 대야지, 뭐.

무리하게 한 번에 끝내겠다고 면소재지까지 몰타르를 사러 갈 일까지는 아니었네.

그리고, 바닥 한쪽에 빨랫돌을 놓았다!

딱 제자리라고 말할 만하지는 못해도

뭔가 그 자리 있으면 그것을 염두에 두고 움직임을 만들어내게 될 테지.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기, 그쯤에서 마음을 더 두지 않았다.

미장일은 정말 고단도 하더라...


공사를 끝낸 햇발동 청소 1일차.

큰 먼지 닦아내고 부엌세간들 설거지.

보일러 가동해보니 온전하게 돌아가는.

학교 현관 외등에 등을 달아주러 온 건진샘,

달골 올라 농사용 전주에서 전기선 하나도 아침뜨樂으로 빼주었다.

전선을 주름관에 넣기 위해

(가요可撓관이라고도부르더라. 가요可撓 구부러지는 게 가능한. 가요성이란 물질의, 구부려 휠 수 있는 성질)

알록달록한 요비선을 쓰다.

요비선, 이건 어디서 온 말일까...

(부르다는 의미의 요비呼び에 線(선, 일본발음으로 센)이 합쳐져 ‘요비센’.

아니면 다른 한자일까...)

이걸 안내선 인출선 견인선, 피시 테잎 fish tape이라고도 부르고,

KT에서는 선통대라 하더라.


아, 세무서 일은 일단락되었다.

법인 담당자와 대면하여 고유번호증과 사업자등록증 사이에서 입장을 정리하다.

어떻게? 오시면 가마솥방에 걸려있는 게 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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