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였다...


아침, 소곤거리는 말처럼 내리는 비였다.

맞을 만했고, 사이집 앞마당 풀을 뽑았다.

무성한 바랭이와 쑥과 쇠뜨기에 파묻혀 있던 잔디였다.

쌓인 풀이 그득하지만 했다고 별 표도 안 난다, 여기 다른 일들이 그러하듯.

돌로 경계석은 놓은 동그라미 구역에 채송화 씨를 뿌리려면 풀부터 잡아야는데,

거기 이르는 길이 그리 멀었댔네.

잔디밭부터 들어갔으니...

관리 못해 빛을 못 보는 잔디밭을

마음 써서 잔디를 나눠준 이가 혹여 보고 속이라도 상할까 싶었댔나.


오후에는 비가 데려온 바람이 부는 대신 저는 잦아들고 있었다.

마늘밭과 고추밭을 맸다.

그러다 들어와 잠시 앉아 존다.

산골 비오는 낮은 그런 것도 한 풍경이라.


판소리 사설을 연구하는 모임 하나가 시작되었는데,

거기 생각을 보태기로 했다.

첫 모임이 예정했던 날을 옮기게 되었다 소식이 들어왔는데,

옳다구나 했다.

그런 것조차 도움이다 싶은 물꼬 흐름이라.

연어의 날을 앞두고 서울 길을 오르내리기가 부담이었던 터.


학부모로 시작해 벗이 된 인연,

책상을 정리하다가 그의 편지를 다시 들었다.

‘전화로 이러저러한 증상들(어깨와 관련 없는 장 상태, 잠 상태 등등)을

물어보면 간단한 것인데도, 혹여 옥샘이 부담스러워 제대로 말 못할까 봐

혼자 이래저래 생각해보고 영양제를 보냅니다. (...)

한 번에 먹게 포장해 보내려다가

양약 많이 먹어 될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원 포장 그대로 보냅니다.

약이 아닌 건강기능 식품이라 먹었다 안 먹었다 하지 말고

한 달 분을 한 달에 꼬박꼬박 드세요. 그러면 많이 호전될 거예요.’

약 하나 하나의 설명과 그것을 보내는 까닭들을 자세히 담고 있었다.

채식주의자인 것까지 고려한 기록이었다.

‘물꼬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는데도

가끔씩 물꼬의 공간과 그 속을 채우는 옥샘, 물꼬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달을 지나 다시 약과 편지가 닿았더랬다.

‘이번에도 한 달 간 꼬박꼬박 드셔보세요.

영양이 차곡차곡 쌓여야 근육이나 힘줄이 탱탱해진다고 생각하시고.(...)

신록이 우거진 계절,

파란 하늘에도, 눈부신 햇살에도

맑은 공기에도, 푸른 녹색 빛에서도

행복을 느껴요... 좋은 계절 좋은 시절에 보냅니다.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싱그러움을 담은 글월이었다.

수행도 수행이지만 몸이 보다 가뿐해진 건 그의 공도 클 테다.

직업이 직업이라 그럴 수도 있겠으나

사람을 살피는 당신의 마음 길을 읽었다.

좋은 교사의 첫째는 따뜻한 마음인 줄 안다.

오늘 당신으로부터 그 마음을 또 배우나니.

물꼬에 닿은 그런 다사로움이 또 물꼬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36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43
6535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173
6534 학교 문 여는 날 무대 오르실 분들 옥영경 2004-03-24 1777
6533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234
6532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241
6531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048
6530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026
6529 3월 21-2일 주말 옥영경 2004-03-24 1772
6528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022
6527 3월 27-8일; 공동체식구 나들이 옥영경 2004-04-03 1518
6526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023
6525 3월 29일 주 옥영경 2004-04-03 1577
6524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1995
6523 2004년 4월 5일주 옥영경 2004-04-13 1731
6522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279
6521 4월 10-11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4-13 1950
6520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180
6519 4월 8-10일 영경 산오름 옥영경 2004-04-27 1583
6518 4월 12일 달날, 잔치 소문난 날 옥영경 2004-04-27 1481
6517 꽃상여 나가던 날, 4월 13일 불날 옥영경 2004-04-27 153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