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어떤 일을 하러 가는 길이 멀다,

여기도 저기도 발걸음마다 채이는 일들이 있어서.

오늘만 해도 그랬다.

“안 되겠네, 낼 아침에 합시다.”


그때 이웃 도시의 논두렁 한 샘이 건너오셨다.

옳다구나, 우리는 양쪽을 번갈아가며

괭이를 들고 구멍을 내고 나무를 심었다.

아침뜨樂 아가미길에 나머지 절반의 광나무를 그렇게 마저 심어나갔다,

오늘이 지나면 안 되겠다 하면서도 결국 낼 아침에 하겠네 한 일.

한 사람은 곡괭이로 구덩이를 파고,

다른 한 사람은 나무를 잡고,

나머지 한 사람은 흙을 넣고.


아직 싱싱함을 유지한 나무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목숨 가진 것들 질기게 가진 그 생명의 힘.

나도 싱싱하게 네게 가고 싶다.

내 삶을 푸르게 가꾸어 그대에게 보내고 싶다.

미궁 아래로 이어진 언덕에 박힌 커다란 바윗돌 세 개도 굴려

아가미길 끝에 마감자리로 놓는다.

아침뜨樂 바깥과 경계도 되면서 앉음석도 될.

구덩이를 파며 나온 돌이 또 많아서

네모 돌무데기의자 곁에 또 하나를 쌓으려 준비한다.

오늘도 어둠이 밀어내서야 아침뜨樂을 나왔지만,


밥상을 차리러 먼저 내려왔다.

번번이 늦은 저녁을 좀 당겨볼까 하고.

그래도 밤 10시에 밥상이 물려졌더라.


낮에 학교에는 이웃 마을 기사 건진샘이 와서

본관 뒤란 보일러를 또 손보았네.

이제 당신 일은 다 했다는데,

헤집어놓은 것들은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겠지.

그 일은 또 언제 하나...

뭐,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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