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3.쇠날. 가끔 구름

조회 수 430 추천 수 0 2020.01.20 12:56:52


 

해건지기; 오늘도 몸을 풀고 대배 백배를 하고 명상하는 아침 수행.

 

상담이 있었다.

위탁교육을 했던 아이의 집에서 소개.

그 댁에서 네 살 때부터 본 아이라는데

손톱을 물어뜯어 손톱이 없는 아이로

엄마 아빠 맞벌이를 하지만 경제적으로 딱한 사정.

대안학교를 보내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고 문의했다.

물꼬가 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의 학교 배치는 돕는 일.

그래서 대전 인근, 또 대전에서 접근하기 좋은 대안학교를 안내하다.

일단 물꼬에 치유상담부터 가라 권하겠단다.

오라 한다.

 

물꼬의 아이들 뒷간의 역사는...

본관 뒤란 복도를 끼고 씻는 곳으로 흙집을 마련하면서

지금 창고로 쓰는 칸에 양쪽으로 생태 변기를 하나씩 각각 마련하였으나,

냄새를 감당할 수가 없었고, 남녀 한 칸씩만으로 감당도 안 됐더랬다.

하여 부엌 뒤란 창고,

그러니까 흙집에서 이어지는 밖으로 비닐하우스 안에 뒷간 세 칸을 마련,

북쪽 바깥에서 똥통을 비우는 구조로 바꾸었다.

바로 그걸 물꼬의 빛나는 새끼일꾼들이 밤마다 비워왔다.

흙집에서 뒷간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람이 한 번 휑,

다시 각 칸으로 들어가 엉덩이를 내리면 또 북풍이 맨살을 훑었다.

지난여름 쓰긴 했으나 겨울로 보자면 세 해만에 쓰는 공간이라,

바람구멍 더욱 숭숭했다.

특히 들어가면서 왼편에서 건물과 비닐하우스 뼈대 사이로 바람이 먼저 후욱 안겼다.

그 공간을 좀 더 따숩고 기분 좋은 공간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하루는 칸마다 벽에도 띠지를 붙이고,

또 하루는 작은 나무받침 위에 화분(조화이긴 하나)을 각각 두기도 하고,

어느 날 밤엔 책방 현관에서 유리탁자를 가져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오는 빈 공간에 두기도 하였다.

오늘,

비닐로 구석구석 단단히 여몄다.

마침 하얀샘도 와서 도왔다.

뒤란 똥통을 비우는 공간도 전체로 비닐을 씌워 들고 내릴 수 있게 했다.

 

숙제 같던 일이 늘 있는 물꼬,

숨꼬방(새목공실) 드나드는 유리문을 닦다.

가마솥방 난로 위 끓는 주전자 물을 보면

그렇게 묵은 청소를 해야지 하는 마음이 절도 이는.

저녁밥상을 차리다가

잠깐 틈을 내 좇아나가 닦다.

틈에 나간 거라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못해도

초벌 청소만 그리해두어야 재벌은 쉽지.

 

강아지 제습이 가습이 밥을

하루 먹이는 양은 동일하지만 아침저녁 주던 것을 네 차례 주고 있다.

이틀 그렇게 해보는데 더 배를 고프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잔뜩 멕이고 산책을 하는 게 맞다 싶기도 한데...

자꾸 킁쿵거리며 뭘 찾아먹는다, 개들이 원래 그런다더라만.

어제 그들의 똥에는 고욤 씨앗들이 바글바글하더라.

일단은 며칠 그리 실험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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