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6.물날. 맑음

조회 수 285 추천 수 0 2020.08.07 09:57:05


 

송홧가루는 코로나19의 봄에도 하늘을 덮고 있다.

대처 식구들 밥을 멕이고

입안이 헐고 낫기가 너무 잦아

피곤을 넘어선 다른 원인을 살펴보자고 병원을 들리다.

 

분교 출근.

원격으로 듣던 성인지와 인권의식을 높이는 연수를 끝냈고,

다시 소프트웨어관련 필수연수에 참여한다.

연수원 사이트에 들어가니 원격으로도 좋은 연수와 강연자료가 많은데,

역시 문제는 시간이겠다.

노교사 한 분이 낮밥을 준비해왔다; 꼬막비빔밥

분교는 그렇게들 모여 아이들 없는 점심을 이어가고 있다.

밥상을 물리고 잠시 호숫가 길을 따라 여교사들이 함께 다 걸었다.

등꽃이 한창이었다.

 

한동이 방문수업.

아이는 골목 저기서 벌써 기다리고 있다가 빼꼼 내다본다.

배시시 웃으며 까꿍놀이처럼 몸을 숨기고.

반가움이 읽힌다.

그러니 어찌 지각을 하겠는지.

요즘은 봄꽃들을 읊으며 호숫가로 나간다.

물수제비를 뜨지. 어떻게 돌은 통통통 물 위를 튀는가,

어떻게 하면 더 멀리 많이 날릴 수 있는가,

한동의 우리들의 1교시는 그렇게 채워질 것이다.

집을 지나 골목 위까지 가본 적 없다는 아이를 앞세워 그곳도 간다.

겨우 몇 십 미터인데, 아이가 가본 적 없는 세계.

들어와 짧은 손풀기를 하고,

온라인 학습 바로학교를 확인하며 혼자 할 학습을 미리 같이 들여다봐주고

수학과 국어로 이어진다.

동화책을 읽어주지.

머리맡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가 없었을 아이,

엄마의 부재, 그래서 엄마로부터 얻지 못한 경험,

지금이라도 채울 수 있다면...

4교시 2시간이 어찌 다 지나는지 모르는.

아이의 할머니가 현간을 내려서는 내게 그런다.

아들 해요!”

애쓰는 마음을 알아주시는가.

 

해지는 강가에 나갔다.

작은 숲 앞 너른 밭 한가운데 있는 사택,

밭 저 한 쪽에다 구덩이를 파고 나갔네,

음식물 쓰레기를 묻을.

사는 일이 다 쓰레기 만드는 일이라.

이 소읍은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는단다.

멧골을 나오니 다 도시로 보여 여기는 물꼬랑 다른가 했나 보다.

그러면 그 쓰레기 다 어찌하고 있는 걸까...

적게 먹고 적게 버리는 것도 환경에 기여할.

그러고 보니 90년대 한 환경단체에서 그런 주장을 한 적 있었다,

몸집이 크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던가.

뚱뚱하면 자원을 많이 소비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나쁘니

실제 한 교수는 학점에서도 패널티를 줬다고도 했지..

강가에서 먹이를 찾는 새와 눈바람처럼 몰려가는 송홧가루를 본다.

천지를 덮은, 안개에 색을 담아 깔리는... 아주 대단했다.

차의 창문을 닫아도 내내 뻑뻑한 눈.

금강가로 나가 고물상에게서 자사호 하나도 구하였네.

소읍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다.

내일 본교 교사들에게 멕일 밥 준비.

장거리를 미리 학교 현관 앞에 가져다두었다, 그릇들도.

 

아직도 편치 않은 잠자리인가.

사택에서는 이부자리를 따로 챙겨오지 않고 침대에 침낭을 놓고 쓰고 있었는데,

오늘은 거실바닥에 침낭을 꺼내와 들어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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