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물꼬에서는 이불빨래를 돌리고 있다.

베갯잇까지 하자면 열흘은 해야 할 것이다.

학교아저씨한테 부탁하고 제도학교로 향한 아침.

다른 학급들과 늘 외따로 떨어져있는, 코로나19의 이 위기에서 언제나 긴장하고 있는 보건교사를 위해

꽃 한 송이 꽂은 유리병을 보건실에 들여 주었다.

(분교 석면제거공사로 본교에서 통합수업 중. 7월은 돼야 분교로 다시 이사가 가능할.)

 

주마다 달날과 쇠날 두 차례 하기로 한 숲교실이 2교시에 있었다.

시를 읽지.

하청호의 오월을 읽었다, 5월은 갔으나 아직 장미 붉으므로.

장미꽃 봉오리에 해님은 쉼 없이/ 햇살을 부어 넣고

햇살의 무게를 못 이겨/ 장미꽃 활짝 벌어졌다’.

그 꽃 속에서 차르르/ 쏟아져 내리는/ 빛구슬, 구슬

아이들과 숲에 들어 애기똥풀과 아카시아잎과 담쟁이덩굴을 지나 때죽꽃의 마지막을 보았다.

찔레꽃 앞에서 찔레꽃 노래를, 엉겅퀴 앞에서 철원 평야 엉겅퀴 노래를 불렀다.

다녀와 6학년 한동이의 국어수업을 내리 두 시간.

동화책을 하나 들고 긴 글 읽기, 줄거리 좇아가기, 연음 발음하기들을 했다.

도전이었다. 한동이는 나아질 것이다.

 

분교 아이들 등하교를 맡은 학교버스와 학부모들 간 두어 해의 갈등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다시 학교버스 운전자를 구하는 동안

이번 주는 교사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실어 나르기로 했다.

내일부터 쇠날까지 내리 아침은 내가 한다 나섰던 참인데

(사람들은 알 리 없겠지, 내가 얼마나 운전하기를 싫어하기까지 한다는 걸),

다행히 오늘 운전자가 구해졌다는 소식.

대신 주에 한 차례 학교버스 타고 아이들의 하교를 지원하기로 했다.

 

수업을 끝내고 본교 특수교사와 수행을 하다.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에는 오전에 하던 일이지만

등교 이후 오후에 이어가기로.

아이들이 하교한 뒤엔 찻자리를 깐다.

참새방앗간처럼 교사들이 들리던 자리를 역시 아이들 등교개학 이후도 이어가는.

오늘은 돌봄교실 교사들(본교과 분교)을 불러 차를 내다.

백차와 홍차를 달였다.

가정불화를 겪는 한 교사도 들러 마음을 털어내고 갔다.

 

출판사는 이번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를 홍보하느라 종종거리고 있다.

다른 포털 사이트의 최대 네팔히말라야동호회에 배너광고도 하기로 했다지.

저라도 뭐든 보태야지.

포털 사이트 한 곳의 최대 히말라야여행동호회 담당자와 통화.

세상에! 20142월 천산산맥을 넘는 실크로드 일정을 떠나던 인천공항에서

우리 원정대를 배웅하러 왔던 이가 그였다.

카페에 홍보글을 올려보겠다셨다.

그리고 채널 24의 77답 서면 인터뷰에 답글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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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지 않은 나이에 포터도 가이드도 없이,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자락을 오르고 돌아왔다! 저자 옥영경은 30여 년간 숱한 산을 오르내렸으며 백두대간을 걷고 애팔래치아 트레킹을 일부 접근하고 실크로드와 산티아고도 걸은 풍성한 경력의 트레커다. 지금도 산에 깃들어 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정원을 가꾸는 그녀는 세 번째 네팔 행인 이 여행에서 지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에 이어 잘 알려지지 않은 마르디 히말에 올랐던 것.

내가 걸은 그 많은 여행지 가운데 으뜸이 마르디 히말이었다!”

마르디 히말 트레일은 안나푸르나의 소문난 절경과 그 유명한 물고기 꼬리모양의 마차푸차레를 곁으로 두고 바라보며 오르는 길이다. 제 자신보다 다른 산들을 더 빛나게 배경이 되어주는 묵직한 산. 그곳에서 그녀는 늘 힘내기를 요구하는 삶, 끊임없이 흔들리는 우리네 삶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저자는 마르디 히말을 다녀와, 한 일간지에 30회 연재한 글들을 다시 1년간 다듬고 보태 이 책을 냈다.

살아오며 묵묵히 나를 지켜봐 준,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또한 마르디 히말이었다!”

트레킹의 마지막은 결국 내 삶 속으로 돌아오는 길. 이 책은 일부 마르디 히말 소개이자 안내서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자신에게로 걸어간 이야기이다.

 

Q1.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 제목이 퍽 기네요. (하하어떤 의미인가요?

A.

말이 짧고 싶은 사람인데, 사는 일이 늘 뜻대로 되지 않아요, 하하.

처음 제가 내민 제목은 백년이 걸리는 마르디 히말이었습니다. 서정춘 시인의 죽편 연작시 가운데 하나인 여행을 마르디 히말 베이스 캠프의 눈보라 속에 리사이틀을 했는데, 거기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는 대목이 있지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워낙 사랑하기도 해서 백년이 그야말로 딱 마음에 들어온 겁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제 트레킹기에 나오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는 문장을 뽑았지요. 이 문장은 모리스 에리조그의 <최초의 8,000미터 안나푸르나>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입니다. 자신이 오른 안나푸르나 초등의 기록이지요.

제목에서의 안나푸르나는 지상의 안나푸르나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닿고자 하는 어떤 것 혹은 곳이기도 합니다. 잊지 않으면, 잊히지 않으면 마침내 닿게 되는 거기요. 부디 우리, 거기 닿기를!


Q2. 특별한 인연들이 이 책을 만들었다던데요...

A.

작년에 제가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라는 자녀교육에세이를 냈는데, 간발의 차이로 이번 책의 공명 출판사가 다른 출판사에 밀려 계약을 놓쳐버렸더랍니다. 서로 아쉬움을 머금으며 언제라도 한 번 같이 책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하던 터에, , 그럼 일간지에 30회로 연재했던 트레킹기를 책으로 같이 엮으면 어떠냐 뜻이 맞았던 게지요. 일이 이루어지는 게 쉬울라면 한없이 쉽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으니, 뭔가 특별한 출발 같았습니다.

당시 바르셀로나에 꼬박 한 해를 머물고 있을 때인데, 한국에 돌아와 계약을 하러 대전역에서 서로를 만나고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 되었지요. 꼭 객관적인 시간만이 절친을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의기상투라 하나요, 책도 책이지만 서로 삶에 대한 자세가 닮았다고나 할까요? 편집자 둘과 세 사람이 앉아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몰랐더랍니다. 요새는 출간할 때까지 저자를 만날 일 없이도 얼마든지 진행이 되잖아요. 그런데 우린 출간 직전에도 만나 무려 다섯 시간을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지칠 줄을 몰랐지요.

그런데, 어느 날 책을 꾸미면서 공명에서 메일이 왔어요, ‘삶의 이치가 대견하다면서. 책 꾸밈이가 거의 30년 전의 제 학생이었던 겁니다. ‘선생님을 깊이 존경하고 있다고, 선생님과의 글쓰기 수업, 선생님의 가르침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주었다고 합니다. 저희는 손을 꼭 잡고, 이것은 운명이 아닌가..하며 감격해했어요.’라고.

 

Q3. 맨발로 걷기를 좋아하시는 이유라면?

A. 좋잖아요! 해보셔요. 미사여구 없는 깔끔한 단문 같은, 군더더기를 걸치지 않은 삶 같은, 거치적거릴 게 없는, 그야말로 자유롭다 느껴지는! 맨발이 그래요. 마치 아주 기분 좋은 온도를 가진 물에서 노니는 것처럼, 달디 단 바람이 몸에 닿는 것 같은!

맨발로 다니면 자신의 몸을 가장 가볍게 하는 방법을 찾게 돼요. 그래야 안 다치니까. 마치 삶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찾는 지혜와 닮은 듯한 느낌이랄까. 겉치레를 걷어낸 것 같아져요. 관계로부터도 얽매이지 않는 듯한. 생의 무게가 다 가벼워진답니다!

 

Q4. 마르디 히말이 특별한 이유는?

네팔에선 6천 미터 이하는 산으로 쳐주지도 않는대요. 마르디 히말이 5천 미터가 넘는 산이지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동네 뒷산 같은 거지요. 그리 눈에 띄지 않고 거기 있어요. 도드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는. 꼭 들어맞는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호손의 큰 바위 얼굴같은 거랄까요. 평범한 소년이 마을의 큰 바위얼굴을 닮은 위대한 사람을 기다리는 세월동안 그 스스로 큰 바위를 닮은 사람이 된... 맞나요? 비슷하게 말하자면, 별 볼일 없는 산인 줄 알았는데 위대한 산이더라 그런 마음이 드는 겁니다, 마르디 히말요. 나를 둘러싼 평범한 사람들이 위대한 어떤 힘이 아니라 내 굳건한 울타리이더라 그런. 그런데 가장 특별한 이유는... 제가 그곳을 갔기 때문이겠지요. 자신이 갔으므로 특별한 곳이 되지 않던가요. 우리가 마주하므로 서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거지요.

 

Q5. 작가님 인생에서 여행 혹은 걷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당신이 누구냐 제게 물을 때 제일 앞세우고 싶은 대답이 수행자입니다. 날마다 수행하며 사는데 어떤 틀을 갖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요. 그런데 살아가노라니 사는 일이 그것으로 이미 수행이더라구요. 종교인 선배들에게 그런 농을 하고는 합니다, “저자거리에 사는 내가 수행하고 살아, 내가 도 닦는다니까!”

여행이 꼭 그렇더라구요. 처음엔 떠나는 게 여행이더니, 나중에는 사는 게 여행이더라구요. 일상에서도 여행이 되더라는 말입니다. 누구는 0.75평 감옥에서도 우주를 유영하고, 누구는 세상을 다 돌아다니고도 마음의 창살 안에 살지 않던가요. 제게 여행은 곧 일상이기도 하고, 일상이 곧 여행이기도 하고...

 

Q6. 이 책이 실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나서는 이들에게 정보로서는 충분할까요?

그럼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솔직히 이 책만으로 안나푸르나 일대 트레킹을 나서는 것에는 모자랍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밑그림쯤 된다 할까요. 크게 어떤 움직임이다, 어떤 분위기다 그런 거요. 세밀한 것들은 인터넷 안의 여러 커뮤니티를 찾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네이버에서라면 네팔히말라야트레킹(네히트), 다음이라면 히말라야여행동호회(히여동)이 퍽 도움이 되실 겝니다.

이 책은 정보로서의 개념보다 다른 의미가 큰 듯합니다. 이 책을 먼저 읽었던 몇 몇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명상서로 또 철학서로 읽히더라 합니다.

어떤 책이든 어떻게 읽느냐는 결국 읽는 이의 몫이 아닐는지...


Q7. 코로나19로 집콕이 일상화된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 이 여행서가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혜곡 최순우 선생의 옛집에 걸린 편액입니다, 문을 닫아걸면 이곳이 깊은 산중이라는. 산중이 따로 있지 않은 거지요. 마찬가지로 어떤 좋은 곳도 따로 있지 않다 싶어요. 가까운 곳이 먼 여행지 못지않은 설렘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연암의 <열하일기>에서였던가요, 물소리가 보는 이의 마음처럼 들리더라는. 집에서도 여행을 떠나는 마음처럼 살 수도 있겠고, 여행을 떠나서도 집에서처럼 지낼 수도 있잖겠는지...

 

그런데, 자주 그런 말을 들어요, 떠나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돈이 없다는. 시간요? 어떤 일이 중요하면 어떻게든 그걸 하게 되지요. 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중요하면 어떻게든 거기 쏟지요. 물론 지나치게 무리한 금액이 아닐 경우지만. 지금 떠나지 못한다면 더 중요한 걸 하고 계실 겝니다. 그런데 떠나는 게 더 중요하다 싶을 때, 가는 거지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사상초유라는 표현들을 흔히 쓰지요. 그런데요, 인류는, 우리는 늘 처음을 살아왔습니다. 내일이란 건 언제나 가보지 않은 길이 아닌가요. 당면한 일을 당면하며 사는 게 사람살이 아닐까 싶습니다. 건강을 특별히 물어야 하는 시절이지요. 부디 강건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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