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0.불날. 맑음

조회 수 409 추천 수 0 2020.11.25 14:59:44


 

아침 7시 해건지기.

엊그제 해날 담이 결린 늑골 탓에 앉아 명상하고,

11학년 아이는 저 혼자 몸을 풀고 대배를 하고 호흡명상을 이었다.

같은 이유로 간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일은 일대로 못하고 잠은 잠대로 잘 못잔 밤이었더라.

여기는 4주 위탁교육 중.

 

시간표를 좀 바꾸기로 했다.

담이라면 살살 풀어야 할 테지.

밭에 들어가는 오전의 일 수행은 책을 읽는 것으로 대체 되었다.

이곳에서 아이는 전화기를 밀어놓고 책을 읽는 것에 익어가고 있다.

책 읽은 지 아주 오래되었더라지.

나는 식탁에서 의자를 기대고 쉬엄쉬엄 교무실 서류 하나 정리했네.

 

교과학습을 하는 오후,

수능 공부를 하기 위한 준비기인 셈이니

자주 시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시험으로 어떻게 사람을, 혹은 실력을 평가하냐는 반감이 든다지만

그럼 무엇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가?

선발해야 한다면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일 수 있는가?

어차피 다른 모든 것으로도 평가할 수 없는 사람이라.

하지만 실력에 관해서라면 그나마 시험이 기준일 수 있을.

그래서 그토록 공정에 매달리는 것일 테고.

시험이야말로 때로 그 사람을 어쩌면 정확하게 또는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수단일 수 있을.

시험이 그 사람에 대한 정보와 인간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적어도 성실도의 척도가 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일 것.

성적이 좋으면 아, 열심히 했구나, 그런.

그게 다가 아닌 줄이야 우리 모두 알지만.

그러므로, 그래서, 시험 공부 열심히 하자는,

어떤 의심도 일단은 버리고.

 

교무실 일을 챙기는 오후,

인문학운동을 오래했던 선배 하나가 읍내에서 찾아왔다.

말하자면 동네 형이라.

중국사라든지 귀한 얘기들을 들을 게 많은,

막연히 물꼬가 대안학교라네 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컴퓨터 안의 도구들을 서툴게 다루며 겨우 서류 하나 완성했을 때였다.

다음은 강의록 하나를 쓰자 하던 참.

(아, 수년 전 숲길등산지도사 과정을 끝내놓고도 자격증은 신청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것도 필요할 때가 있지.

언제 해야지 하고도 두었다가 오늘 교무실 서류 정리 때 하였더라니.)

정작 사는 지역 안에서 물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데,

예전엔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싶다가

요새는 이런 방문을 기회로 삼기도.

자유학교 전도랄까, 하하.

저녁으로 일을 밀고 사람을 맞는다.

물꼬 한 바퀴, 그리고 아침뜨락도 걸었다.

나가서 내게 식사대접을 하고 싶다 했다.

물꼬로 와서 그럴 일이 어디 있던가.

우리 먹을 밥에 숟가락 하나 얹으십사 하였더라.

간단한 대답 말고는 문자 한 줄도 거의 하지 않는 당신이

댁으로 돌아간 뒤 세 줄이나 인사를 보냈더라는.

- 도착했습니다. 모두 다 good. 저녁식사는 very good.

 

내일부터 이틀 내리 제도학교에서 하는 특강,

전날까지는 강의원고를 보내기로 하였는데

새벽 2시에야 강의록을 송고하였고나.

그나저나 약을 먹고 다스렸는데도 

아직도 통증이 심하네...

 

아침: 고구마, 토스트와 잼,

낮밥: 야채라면

저녁: 고구마밥과 청국장, 고등어구이, 고추장게장, 쥐치포볶음, 고구마줄기무침, 호박고지나물, 열무김치, 그리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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