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통합(장애, 비장애)수업 특강이 있었고,

오늘은 장애이해교육 및 인권교육이 주제.

어제는 분교로 이동하느라 4교시 수업을 빼고 내리 1교시부터 6교시까지 아이들을 만났고,

오늘은 본교에서만 보내니 1교시부터 5교시까지.

지난학기 지원수업을 했던 제도학교에서 보내는 이틀이라.

두어 달 동안 할 수업을 한 주로 압축했다가

다시 사흘에서 이틀로 몰았다.

물꼬가 위탁교육기간이기도 하고.

 

06시 일어나 짐을 챙기고

07시에 11학년 아이를 깨워 해건지기를 준비케 하고 달골발.

이번 일정을 위해 티매트 몇 장을 더 수놓았더라지.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젖은 나무에서 감잎도 땄다.

초록의 빳빳한 잎도 찻잔 받침으로 더없이 고우나

이 계절의 눈부신 저 빛깔은 또 얼마나 좋은 그릇이냐.


어제 1학년 아이들이 급식 이후 날 찾아다니더라지, 분교로 넘어간 줄 모르고.

옥샘 옥샘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샘들 한테 묻더란다.

특히 채밤이가.

나쁜 선생님! 우리 할머니한테 일러줄 거야!”

담임교사에게 그리 뱉곤 하던 아이는

지난학기 1교시 시작 전 아침마다 나와 노는 시간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오늘 아침에도 그가 젤 먼저 달려왔더라.

어디 갔었어요? 이제 맨날 와요?”


오늘 일정은 특수학급에서.

지난학기 내내 수업을 하고 차를 냈던.

장애이해교육을 특수학급에서 하는 건 또 얼마나 의미 있는가.

찻자리를 옮겨가며 하지 않아도 되고.

본교와 분교 특수샘들이 뒷배노릇 해주었다.

호흡명상으로 시작할 때 불을 꺼주고,

다식을 챙겨주었으며 찻물을 끓여주고 사진으로 기록하고.

 

아이들은 내 손짓에 따라 제 티매트를 깔고,

아주 가지런히 반원으로 말이다,

그 위에 물든 감잎을 놓고 그 곁에 다식을 놓고.

5,6학년은 어제 했다고 당장 오늘 호흡명상이 다르고,

1학년도 옆사람 것을 봐가며 서로 선을 맞춰 매트를 깔았더라.

시간이 끌날 무렵, 인번이가 그랬네.

이제 옥샘이 가시니까... 슬퍼요.”

아이들이 어제 내내 샘들한테 물었다지, 이제 옥샘 내내 오는 거냐고.

뜻밖의 말이어서 놀라고, 고마웠다.

4학년은 호흡명상에서 킥킥거리며도 눈치가 있어서 곧 상황을 수습하고.

 

2학년들은 10분이나 일찍들 들어섰는데,

담임교사가 얼른 좇아와, “왜 니들 여깄어?”하며 데려나가려는 걸

그냥 두십사 했다.

“(얘들아) 옥샘 착해! 화를 안내.”

단호하게 말하는 서윤.

물꼬를 왔더란 말이지, 물꼬를 안단 말이지.

지난학기 내내 툭하면 자기도 옥샘 있는 특수학급에 보내달란 아이였고,
그 인연으로 물꼬 계자도 왔더랬다.

저는 막 화내거든요, 애들한테 소리치고.”

담임샘이 우스개로 그 말을 받았더라.

그 서윤, 아이들에게 민감하게 섬세하게 예민하게 티매트를 깔라고 한 내 말에 물어왔다.
민감함은 나쁜 거예요, 좋은 쪽이에요?”

그 낱말이 가지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있을 것인데,

지금 샘이 하는 말씀은 긍정 쪽이지요, 하고 확인하는 말이다.

언어의 결을 영리하게 아는 그 아이다운.

 

따순 차로 마음을 데우고 그것을 곁으로 번지게 하는 시간.

어떤 말들을 동원하지 않아도 이미 인권교육이고 장애이해교육이었네.

장애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장애가 있는 이를 살펴야 할까,

내 손가락이 아프면 몸 가운데 그것부터 살펴야 하듯

우리 있는 곳에서도 가장 약하고 아픈 곳을 살피는 게 당연한 줄 아이들도 대번에 알아듣지.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 반에 특정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도

의견을 나누고, 가르치기도 하고.

 

아이들을 보내고 특수샘들과 차를 마시며 갈무리.

이미 아이들과 맺어놓은 지난학기의 좋은 관계가

어제오늘 수업을 극대치로 끌어올려준 것 같다고들.

샘들이 뒷배로 움직여주어 마치 물꼬 안에서 수업하듯 편안하였네.

교감샘이며 여러 샘들이, 그리고 아이들도 차에 짐을 같이 실어주었다.

이 학교라면 마다않고 달려오리라는 마음 절로 들었다지.

이번 일정을 기획했던 샘이

양초며 차며 음료며 물꼬에서 두루 쓰일 것도 내주었다.

남아서가 아니라 이미 이번 일정을 준비하시며

물꼬에 나눠줄 걸 염두에 두었던 것.

두루 고맙다.

 

지금은 위탁교육 기간.

11학년 아이는 어제부터 학교아저씨와 기숙사 뒤란 축대에서 마른풀을 긁어내리고

수레로 실어도 날랐다지.

학생이 잘하고 있다’, 라고 학교아저씨가 일지에 쓰고 있었다.

저녁밥상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마늘을 깠다.

, 어제에서 오늘로 밀린 실타래 시간은 지금 내 마음을 다루었다,

어디에 있는지, 무엇에 있는지.

무엇이 걸리는지, 왜 걸리는지, 그것을 어떻게 하고픈지...

평화가 왔다.

 

아침: 토스트와 잼과 우유

낮밥: 카레와 냉장고 안의 반찬들

저녁: 고구마밥과 청국장, 김치부침개, 고추장게장, 무생채, 열무김치, 호박볶음, 고구마줄기나물, 그리고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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