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4.달날. 흐림

조회 수 453 추천 수 0 2022.01.31 02:38:57


해건지기. 겨울90일수행은 계속되고.

올해 낼 책 집필을 위한 편집회의 4회차.

<1984><멋진 신세계>를 다루다.

인간이 행복하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자유의지라는 게 거기 담겨있는 게 아닐지.

하여 멋진 신세계에서 야만인이 선택한 슬퍼할 권리가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더라.

 

169계자 사진이 올라갔다.

찍느라 희지샘이(때로 하다샘이), 산오름에서는 모든 샘들이 애썼고,

그리고 하다샘이 정리하고 올렸다.

계자 기간이라고 미뤘던 일들 가운데는 쌓인 메일들도 있다.

한 출판사에서 온 저작권료 정산을 이제야 보기도.

얼마 되지는 않지만 꾸준히 책이 팔리는 게 신기한.

사람들은 이 시대에도 그래도 책을 읽고 있는.

명절이 가깝긴 한가 보다.

농협이며 지역에서 들어온 선물에다 서울과 의정부에서 택배가 왔다.

내 책을 낸 출판사에서 보낸 명절 선물,

다른 하나는 물꼬 학부모인 듯(이름을 밝히지 않으신 관계로다가)한 분이 보내주신 문구들.

보육원에서 자란 한 친구가 결혼할 사람과 이번 설에 다녀가겠다는 연락도 들어왔다.

시설에서 성장한 친구들이 그 시설로 돌아가지 않아도 물꼬에는 온다.

그리고 틱낫한 스님이 고향마을에서 열반했다(21)는 소식이 막 들어왔던 차에

품앗이샘 하나가 보내 온 틱낫한 스님의 명상 안내 구절이 동시에 닿았다.

다시 읽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옥샘이 생각났어요. 눈이 핑.’

신비로운 일이다.

깊은 이 멧골로 사랑을 전한 모두로 늘 풍요로운 물꼬여라.

고맙습니다!”

 

이계삼의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에서 가져온 문장이 오늘 아들과 하는 대화에 등장했다.

글쓴이의 입을 빌려 내 뜻을 전하는 방식이랄까.

나는 내 자식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좌파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권력욕망과 자기도취로 허공에 떠 있는 삶이 아니라

오직 연민으로 이 땅에 끌어내려진 삶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들은 그것이(연민을 앞세우는 것) 바로 좌파라고 했다.

우리가 같이 읽고 한동안 자주 입에 올렸던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에 근거한 이야기이다.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대립이 서로 다른 도덕적 세계관('도덕 매트릭스')에서 온다는.

진보주의자들은 도덕과 정의의 기준을 세 개 (배려/피해자유/압제공평성/부정)정도의 협소한 영역에서 찾고

보수 쪽에서는 거기에 더해 좀 더 넓게 예닐곱 개(충성심/배신권위/전복고귀함/추함, 자유)에서 찾더라고.

두 견해는 결국 평행선만을 달릴 운명일까? 이에 대한 그의 제안은 이러했다.

 

상대편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쪽에서 신성시 하는 것을 따라가 보면 된다. 그러려면 첫걸음으로 여섯 가지의 도덕성 기반

(* 배려/공평성/충성심/권위/고귀함/자유)을 떠올려보고, 그중 해당 논쟁에서 가장 중시되고 있는 기반 한두 개를 찾아낸다.

 더불어 여러분이 진정 마음을 열고 싶다면 머리가 아닌 가슴을 먼저 열어야 한다. '상대편'의 누구와 한 번이라도 우정 어린 

만남을 갖고 나면, 어느덧 상대편의 말에 귀 기울이기가 훨씬 쉬워졌음을 알 수 있게 될 테고, 그러면 심지어 논쟁거리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보는 수도 있다.

 

다시 책을 밀고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연민'이 어째서 좌파가 우위에 두는 문제로 먼저 읽힐 부분인가.

측은지심은 인간이 자연스럽게 다른 존재에게 가지는 가장 근원적인 감정이지 않을지.

작고 여린 것들을 지키는 것이 내게는 혁명이었나니.

그것이 물꼬에서 살아가게 했고, 지금도 그러하나니.

내게 저항이랑 다소 소극적 저항.

저항할 무슨 힘을 지닌 게 아니므로 그저 일상을 견지하는 것.

세상의 강물에 출렁이다, 사는 대로 생각하다가 정신 차리는 것.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 나아가 생각한 대로 살아가는 것.

연민을 넘어 무언가를 하는 것.

여전히 내게 혁명의 근간은 연민임을 다시 생각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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