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어른의 학교까지는 물꼬가 매우 조용한 날들.

수년 전엔 삶의 기술(생활의 기술)을 가진 어른들을 뵈러 다닌다고

2월을 썼던 여러 해도 있었다.

그 세대가 사라지면 영영 우리네가 그런 기술을 잃어버리고 말까 봐

배우고 익히던, 하다못해 듣던 날들이었다.

 

해건지기; 몸에 불편이 좀 있어 수련을 못하고 호흡명상만 하는 며칠이다.

천천히 몸을 쓰고, 흙날이라고 늦은 아침을 준비하다.

식구들을 위해 김밥도 말고 김말이도 만들고.

오늘은 인근도시 외곽에 있는 극장 구경도 하다.

시카고며 바르셀로나에서 봤던 공원 같은 아울렛이 한국에도 있더라니.

멧골에 들어와 사니 늘 세상 문명에 한 발 더딘. 궁금하지도 않고.

정보 없이 그저 시간에 맞는 아무 영화나 하나 보기로.

아무리 그랬기로서니, 세상에! 그런 영화라니.

좋은 배우들을 불러다 형편없이 만든 한국영화 한편을 보다.

봐 주느라 욕봤다.

그래도 성실했던 배우들을 보는 재미로 시간을 채운 걸로.

하기야 밥벌이에 그 정도 성실이야 당연해야 할.

 

독서관련 책을 집필 중이라 여러 책을 챙겨야 하는 요즘이다.

오늘 장하준의 책 두 권.

<사다리 걷어차기>.

선진국들의 성장 신화는

자신들을 따라 후진국들이 사다리를 올라오려고 할 때 가차 없이 걷어 차버린 행위들 위에 선 것.

개발도상국에게 ‘바람직한정책과 제도를 권고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이전에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이용했던 제도나 정책을 채택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예컨대 이런 거. 현 선진국들이 지금의 부유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자국의 보호정책 때문이었으나

지금에 와서 개도국들에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개방을 강요한다.

사다리 걷어차기의 전형적인 국가가 이제 한국이다.

저 아래서 위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우리는 좀 달라야하지 않을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자유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야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 (...)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그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 (...) 이 책은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 방법이 있음을 보여 준다."(p.14)

결국 시장경제에서의 정부 기능(더 크고 더 적극적인)을 강화하자는 제안이었다.

 

1.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어떤 정책이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위배되지 않는 불가피한 국가 개입인지 아닌지는 견해 표명에 불과하다.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 나라 간의 이주가 자유롭다면 잘사는 나라의 일자리는 대부분 못사는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차지하게 된다.임금이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 나라 부자들의 높은 생산성은 개인적으로 

특별히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지 역사적으로 축척해 온 다양한 제도들 덕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 생산성의 집단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의 재능과 노력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과 축적된 집단적 노력까지 적절히 고려해서 개인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 말이다.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변화를 인식할 때 우리는 가장 최근의 것을 가장 혁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은 

사실과 다르다.가전제품은 집안일에 들이는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 줌으로써 여성들의 노동 시장 진출을 촉진했고, 가사 노동자 같은 

직업을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세탁기보다 인터넷이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거나 하는 왜곡된 시각이 개개인의 견해에 그친다면 

별문제 아니지만 그로 말미암아 귀중한 자원을 잘못 쓰고 결국 잘못된 정책을 펴게 된다. 일부 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 통신 기술 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업은 필요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 산업화 사회'의 시대가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경제를 약화시켰다.

우물이나 전기, 세탁기 같은 것이 반드시 컴퓨터나 인터넷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많은 기부자들이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거둘 수 있는 혜택을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과 비교해 가며 면밀하게 평가해 보지도 않은 채 그저 그럴싸해 보이는 

프로그램에 돈을 주고 있다.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이기심은 대부분의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본성 중의 하나이지만 유일한 본성도 아니고 많은 경우 인간 행동의 가장 중요한 동기도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제도는 사람들이 이기심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은 하되 인간의 다른 본성들을 모두 활용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제도일 것이다. 결국 최악의 행동을 기대하면 최악의 행동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길들였는지는 모르지만 세계 경제는 상당히 더 불안해졌다. 지난 30년 사이에 물가 변동을 잡았지만 그 사이 수많은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과도한 개인 채무, 파산, 실업 등으로 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했던 2008년 금융 위기도 그 한 예이다인플레이션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우리는 완전 고용이나 경제 성장 같은 중요한 문제에 충분히 신경 쓰지 못했다.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는 

미명 아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불안해졌다. 물가 안정이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고들 주장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이 고삐를 매었음에도 성장률은 미미했다. 바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성장을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정반대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실적은 국가 주도의 발전을 꾀하던 시절이 그 뒤를 이어 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추진할 때보다 훨씬 나았다. 국가가 개입해서 그야말로 엄청난 실패로 끝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시장

지향적인 개혁 기간보다 이른바 '어두운 과거'시절에 훨씬 더 빠른 성장과 비교적 고른 분배를 이루었고 금융 위기도 훨씬 적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이 자유 시장 정책 덕에 부자가 되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이라는 논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현재 잘 살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보호 무역과 정부 보조금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보호 무역주의,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들이야말로 요즘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면 안 된다고 설파하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점점 더 많은 자본이 '초국화'되어 가는 추세에도 대부분의 초국적 기업들은 국적이 없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사실상 해외 지사를 둔 

'단일 국적 기업'으로 남아 있다. 핵심 기술 개발이나 전략 설정 등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대부분 본국에서 이루어지고 최고 경영진도

일반적으로 본국 국적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진다. 공장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다양한 정치적 이유와 그보다 

더 중요한 경제적 이유에서 대개 본국의 공장과 일자리를 가장 나중에 없앤다. 이 말은 초국적 기업이 가진 혜택의 대부분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뜻.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 중 대다수가 이제는 공장에서 일하는 대신 상점이나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제조업 부문이 덜 중요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총생산에서 제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은 

대부분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가격이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지 제조업 생산량의 절대량이 줄어서가 아니다

이렇게 제조업 생산품의 가격이 낮아진 것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투입 단위당 산출량)이 서비스업분야보다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이다

탈산업화 현상이라는 것이 서비스 부문과 제조업 부문이 서로 다른 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따라서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향상과 국제수지 면에 끼치는 나쁜 영향을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뛰고 탈산업화 단계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허상에 불과하다.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는 힘들다. 또 서비스 상품은 교역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에 기초한 경제는 수출능력이 

떨어진다. 수출에서 얻는 수입이 적으면 해외에서 선진 기술을 사들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경제 성장의 속도도 느려진다.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평균 소득으로 따져 볼 때, 미국인들은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민들에 비해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이 가장 높다

그러나 소득 분배가 극도로 불균등한 미국과 상대적으로 소득 분배가 고른 다른 선진국을 이렇게 평균 소득만으로 비교해서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짐작하기가 어렵다. 이 불균등한 소득 분배 현상은 미국의 건강 지표가 좋지 않고 범죄율이 높은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민이 많고 고용 조건이 열악한 덕에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싸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일을 훨씬 더 오래 한다. 같은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미국인들보다 유럽인들의 구매력이 더 높아진다. 미국인들처럼 여가 시간보다 물건을 많이 갖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유럽인들처럼 

물건을 더 살 돈 보다는 여가 시간을 확보하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미국이 다른 부자 

나라들에 비해 생활수준이 단연 더 높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아프리카가 늘 정체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쁜 기후, 항구도 없는 내륙 국가, 수출하기에 적은 이웃나라, 이웃나라로 번지는 

작은 무력충돌, 풍족한 천연자원이 만드는 게으름, 부정부패와 갈등의 소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대로 갖춰진 제도도 없는, 이런 

모든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있었고 경우에 따라 더 심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아프리카는 상당한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 구조적 요인들 중 대부분은 오늘날 부자가 된 나라들도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아프리카 발전을 가로막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다만 이런 장애 요인들이 낳는 문제를 처리할 만한 기술적

제도적, 조직적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아프리카의 정체를 불러온 진짜 요인은 이 지역 국가들이 

추진하도록 강요받았던 자유 시장 경제 정책이다. 역사나 지리적 요건과는 달리 정책은 바꿀 수 있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정부는 유망주를 고를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한 선택이 놀라울 정도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결정은 

기업들이 직접 내리는 결정에 비해 열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더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항상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너무 많은 정보에 파묻혀 있으면 오히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는 더 나은 정보를 획득하여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게다가 개별 기업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국민 경제 전체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들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의 움직임에 역행하는 유망주를 골랐다 하더라도 특히 그 결정이 민간 부문과

긴밀한(그러나 지나치게 긴밀하지는 않은) 협력 하에 진행되었다면 국민 경제를 향상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트리클다운 경제학으로 알려진 이 주장은 첫 번째 장애물에서부터 넘어지고 만다. 일반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 

그리고 '성장 감소를 부르는 빈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의미를 양분해서 말을 하는데, 실제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결국에는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트리클다운 이론의 

첫 번째 단계는 설득력이 없다. 또 두 번째 단계, 즉 윗부분에서 창출된 보다 큰 부가 아래로 흘러내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든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현상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트리클다운 현상이 조금씩 일어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시장에 맡겨 두면 그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 높다. 우선 전임자들에 비해서 너무 높다. 동시대 노동자들의 평균과 비교해서 볼 때 

오늘날 미국의 CEO들은 1960년대 CEO들에 비해 10배를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1960년대 CEO들의 경영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음에도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는 다른 부자 나라 경영자들과 비교해도 너무 높다. 측정 방법과 비교 대상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비슷한 규모와 실적을 올리는 다른 나라 회사 경영진들에 비해 많게는 20배나 더 받는다. 이들은 또 보수만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 부진에 대해서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로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가 완전히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영자 계층이 지닌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힘은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시장 자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개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술과 현대식 기업 같은 발달된 

사회 조직이 없어서이다. 개인의 창업을 돕는다는 목표를 내걸고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액의 돈을 빌려 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 제도가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는 것만 봐도 개인의 기업가 정신이 

갖는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20세기에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개인의 기업가 정신의 부족 현상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 요인인 것이다.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늘 최선의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직접 관련된 일들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제한적 합리성'.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고, 그런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의 

복잡성을 줄이려면 일부러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그렇게 하고 있다. 특히 극도로 복잡한 현대 금융 시장과 

같은 분야에서 정부의 규제가 효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유한 지식이나 정보가 더 우월해서가 아니라 정부 규제를 통해 선택의 

범위를 제한하여 문제의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이 잘못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높은 교육 수준이 국가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사실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은 사람들이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산성 향상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또 지식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육이 

경제 발전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우선 지식 경제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지식은 언제나 부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산업화와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선진국의 대다수 일자리에서 꼭 필요로 하는 지식 요건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지식 경제에 더 중요하다는 고등 교육도 그것이 경제 성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산업 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다.

 

18 GM에도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기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경제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자신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규제가 기업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천연자원이나 노동력과 같이 기업들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동의 자원이 파괴되지 

않도록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기업 부문 전체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기도 한다. 또 각 개별 기업에 단기적으로 손해를 

끼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부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도 있을 수 있다. 노동자 교육 규정 같은 것이 그런 예이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 규제의 내용이지 양이 아니다.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도 계획되는 부분이 많다. 공산주의 경제의 중앙 계획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정부 역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모든 자본주의 정부는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 상당부분을 지원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자본주의 정부가 국영 기업의 사업 방향을 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의 상당 부분을 계획한다. 부문별 산업 정책을 통해 미래의 산업 

구조를 계획하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유도 계획을 통해 국민 경제의 미래 모습까지 설계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국경을 넘나들 정도로 큰 규모의 위계질서를 갖춘 대기업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기업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입각해 경제활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계획의 수립 여부가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적절한 계획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기회의 균등은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훌륭한 성과를 올린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생계비 지원을 받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통해 밥을 굶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부모가 아이를 굶기지 않을 정도로는 돈을 벌 수 있어야(결과의 균등) 그 아이도 같은 조건에서 다른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잘 설계된 복지 정책이 있는 나라 국민들은 일자리와 관련된 위험을 감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오히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보호 무역에 대한 요구가 덜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 해도 실업 수당을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생활이 심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복지 정책이 

가장 잘 갖춰진 나라들이 이른바 '미국의 르네상스'라 부르는 1990년 이후에도 미국과 비슷한 성장을 하거나 심지어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22. 금융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현대 금융 시장의 문제는 그것이 너무 효율적이라는 데에 있다. 최근의 금융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새 금융 상품들 덕에 

금융 부문은 금융 자산 보유자들을 위한 단기 이윤 창출에는 더 효율적이 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도 보았듯이 

이 새로운 금융 자산들은 금융 시스템 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금융 자산의 유동성을 이용해 자산 

보유자들은 작은 변화에도 빨리 반응을 하기 때문에 실물 경제 부문의 기업들을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기다려 줄 줄 아는' 자본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 사이에 존재하는 속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즉 금융 시장의 효율성을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역사적으로 경제를 가장 잘 운영한 경제 관료들은 대부분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었다. '기적'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동안 일본, 그리고 

일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한국도 경제 정책은 법대 출신들이 맡았다. 타이완과 중국에서는 공대 출신들이 이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경제가

성공하는 데 경제학, 특히 자유 시장 경향의 경제학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꼭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살펴봤듯이 지난 30여 년 동안 자유 시장 경제학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실적이 저조해졌다. 성장률 감소, 경제 

불안정성과 불평등 악화, 그리고 급기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지 몰아온 주범이 바로 이 자유 시장 경제학인 것이다. 정책 입안에 

경제학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경제학은 자유 시장 경제학이 아닌 다른 종류의 경제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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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95 2023.10.26.나무날. 맑음 / 숲 안내① 옥영경 2023-11-07 233
6494 2023.10.25.물날. 맑음 옥영경 2023-11-07 234
6493 2023.10.24.불날. 좀 흐린 옥영경 2023-11-07 247
6492 2023.10.23.달날. 맑음 옥영경 2023-11-07 238
6491 2023.10.21(흙날) ~ 22(해날). 흐리다 맑음 / 10월 집중수행 옥영경 2023-10-30 335
6490 2023.10.20.쇠날. 갬 옥영경 2023-10-30 199
6489 2023.10.19.나무날. 밤 비 옥영경 2023-10-30 244
6488 2023.10.18.물날. 맑음 옥영경 2023-10-30 205
6487 2023.10.17.불날. 맑음 / 의료자원에 대해 생각하다 옥영경 2023-10-29 299
6486 2023.10.16.달날. 살짝 흐린 옥영경 2023-10-24 270
6485 2023.10.12.(나무날)~15(해날). 흙날 잠시 비 떨어진 걸 빼고 맑았던 / 난계국악·와인축제 옥영경 2023-10-24 260
6484 2023.10.11.물날. 맑음 옥영경 2023-10-24 227
6483 2023.10.10.불날. 맑음 옥영경 2023-10-24 252
6482 2023.10. 9.달날. 흐림 옥영경 2023-10-24 211
6481 2023.10. 8.해날. 흐림 옥영경 2023-10-23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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