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입춘에 서설(瑞雪)이라. 상서로운 눈이었다!

 

좌골 신경의 통증을 비롯 마치 일을 호되게 한 뒤의 몸살처럼 전신이 욱신거렸고,

위와 아래 복부가 풍선처럼 빵빵했다.

멧골에서 사는 일의 불편을 굳이 찾자면 병원이 먼 것일 수도.

교육일정 가운데라면 데굴데굴 굴러도 찾지 않았을 수도.

마침 도시에 나와 있을 때였다. 이레를 병원에서 보냈다.

5일 밤 응급실로 들어가서 입원실을 나오기까지

병원 현관문 밖을 나와 본 적이 없었다.

학교아저씨가 아침저녁으로 물꼬 소식을 전해주었다.

물꼬로서는 한 해 가운데 가장 조용할 시기여

연탄을 갈고 제습이와 가습이 밥을 챙겨주고,

어디 얼지 않나 학교를 둘러보는 일이 전부였다고.

 

126일 건강검진 가운데 위장검사를 바륨 조영술로 하다.

다녀와 열흘 동안 먹기만 하면 풍선처럼 배가 부풀고 통증이 커 고생하다.

25일 한밤 의대 졸업반인 아들이 엄마의 배를 눌러보다.

어머니 충수염이에요. 병원 갑시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응급실 가다.

아침에 수술을 하고 입원하다

발병률이 남성과 여성 각각 16.33%, 16.34%에 이르는, 

한 해 10만명 걸린다는 흔한 외과적 응급질환 중 하나이니 별 걱정 없는. 

24시간 만에도 퇴원이 가능하다던데.

코로나19, 때가 때라서 면회는 금지, 상주보호자 1인으로 제한,

보호자는 이틀마다 2만원씩을 내고 PCR검사를 받고 드나들었다.(백신 3차 접종자는 일주마다)

타병원에서 10만원을 넘게 검사비를 낸다는 기사도 있었다.

 

문제는 다음. 수술 부위가 아프다거나 근육통을 앓거나 하는 거야 흔한 일이지만

온몸이 가렵기 시작, 담낭염이 의심되고 있었다.

먹으면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것도 개선되지 않다.

악화냐 회복이냐.

병원에서 지켜보거나 집으로 왔다가 악화 되면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거나.

돌아오는 쪽을 택했다.

(아직 의사도 아닌데 올해 의사국시를 보는 아들에게

담당의가 긴 통화를 해가며 상황을 충분히 알려주었더라.

집에 경찰 하나는 있어야 하고, 변호사 하나는 있어야 하고, 의사 하나는 있어야 하고,

그런 농들을 흔히 하더니, 딱 그렇게 도움이었던.)

배가 아파 갔는데, 그대로 아픈 배를 안고 퇴원하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듯도.(수술을 또 하나 해야 했다면 2월 어른의 학교 진행이 어려웠을. 고마워라!)

현재, 16일 병원으로 가서 수술 부위 꿰맨 것 풀면 상황 끝.

(* 퇴원 후 심하게 가려움이 내리 이틀 또 사나흘 일어나기도 했지만 약을 먹고 가라앉히다.) 


충수염의 원인이야 다양하다.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라고도.

내 경우라면 바륨 때문이었다 합리적 의심이 가능할.

건강검진을 한 뒤부터 내리 열흘을 앓고 한 충수염 수술이었으니.

전문가도 아니고 바륨 연관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

바륨 조영술의 부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지 않았나.

화는 좀 났다.

물론 검사 동의서에 사인이야 했다.

국가가 하는 일에 대한 국민의 믿음 그런 걸로.

2017년 메디칼트리뷴 기사에 따르면

대만 연구팀은 자국의 10년 분량의 건강보험데이터를 이용해

바륨검사와 충수염의 관련성을 분석해서 발표하다.

충수염의 누적발생률에서 바륨검사군이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나이, 성별, 동반질환을 보정해도 충수염 발생 위험은 바륨검사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는

그밖에도 해외보고서들은 있었다.

국내 연구자료는 없는.

공론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잠깐.

그런 글을 쓸 여력이 될지는 모르겠음.

 

그나저나 2월 말에, 못해도 며칠 말미를 생각하면 3월 첫 주에는 초고를 넘길 수 있으려나.

올 상반기에 낼 책 원고 말이다.

병원에서라도 뭘 좀 할 수 있으려나 했지만

통증도 통증이고, 링거를 내내 달고 검사며 뭐며 여간 바쁘지가 않더라.

절제 부위에서 암으로 의심할 수 있는 증세가 있어 조직검사도 하고,

10년에 한 번 볼까 하는 bleeding disoder(?) 아닌가 의심도 있어

입원 도중 금식을 하고 다시 몇 가지 검사를 하는 과정을 겪기도.

거의 열흘을 날려버린. 아쿠!

 

늘 몸이 하는 말에 귀를 잘 기울인다고 해서 병을 얻지 않는 건 아니다.

회복이 너무 더디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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