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라고 부모라고 선배라고 선생이라고 수행자라고

내게 묻는 물음들을 닿으면,

공문은 미루어도 그의 마음을 미룰 수가 없다.

내가 아파 고통스러워도 무기력해도

창창한 그대의 삶을 위해 대답을 미룰 수가 없다.

지금 그대마저 힘 빠져서 내가 더 힘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결국 나를 구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그 답은 종국에는 내게 닿기도 해서

그대에게 닿는 말이지만 내게도 들어오는 말이라 나한테도 위로라.

 

오래 같이 모임을 꾸리던 이들이 있었단다.

코로나19라 모임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 자신을 빼고 모임이 있었던 걸 알았다고.

그런 걸 따돌림이라 하지.

까닭을 짐작할 만한 일이 없는 건 아니나

그렇게 소외되고 나니 너무 화가 났다고.

, 우리들 대부분의 상처는 상투적인 것에서 온다, 고 하던가.

그대에게 (그 사람들이, 그 모임이) 필요해?”

물었다.

필요하면 연락을 하면 하면 될 일 아니겠냐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또 할 수 없지...”

우리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내가 말했다.

“(그 모임에) 필요한 사람이 되지 못한 건 안타깝지만

삶에 더 중요한 것들도 많으니까!”

그 말 뒤에 또 오래 말이 멎었다.

이어 그가 아니라 나에 대해 말했다.‘건강한 무관심에 대하여.

누군가 나를 좋게 생각한다고 기뻐하는 일도, 나쁘게 생각한다고 앙심 품는 일도 그만두었다, 라는 문장을 보았더랬다.

, 그 순간 앙심 품는에 생각이 고였다.

, 나는 많은 마음이 그러했다.

그만두어야 한다. 내가 거기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사네 싶었다.

우리 삶이 짧은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이지 않은지. 그렇게 낭비하느라고 말이다.

애를 썼으니 얻은 것도 없는 시간은 또 얼마나 많은가.

내 삶은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바뀌려면 별수 없다. 사람은, 사람이란 죽기 살기로 살아야 하는 존재라.

가장 쉬운 것부터 혹은 그게 근거가 있건 없건 제가 믿는 일부터,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만 하는 일부터!

나는 내 얘기를 했는데, 그가 그의 마음이 나아졌다고 했다.

 

작은 수술을 했고 열흘 만인 오늘 꿰맨 곳의 찍개(스테이플러)를 병원에서 떼어냈다.

근육통과 가려움증(담낭염을 의심하는)을 겪고 있는데,

호전 쪽으로 가고 있다 하니 기다리면 될 일이다.

견실하지 못한 피부가 손가락 하나를 베여도 석 달 열흘 갈 만치 회복이 느리니

이 역시 퍽 오래일 거라 조바심 내지 않고 서서히 몸을 살펴나가기로.

나의 건강 상황은 그대의 건강을 또한 걱정케 한다.

부디 강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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