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조회 수 2062 추천 수 0 2007.08.16 05:53:00


120 계자 여는 날, 2007. 8. 5.해날. 비 추적이다


앞 계자 아이들을 보내놓고 하룻밤을 쉬고
올 여름 두 번째 계자를 시작합니다.
비가 오네요.
간절히 버스를 기다려본 적이 언제일까 묻던 형길샘 말처럼
영동역 쉼터에서 비를 피해 오밀조밀 모여 목을 뺐더랍니다.
대해리를 들어와서도 비가 길었습니다.
좀 젖는 것이야 무에 큰일일까만
아이들이 가방을 이기지 못해 흙밭을 끌고 오겠다싶어
본관 들머리문 앞까지 버스가 들어왔지요.

형과 누나들 틈에 오던 사남매의 막둥이 상욱이가
이제 홀로 친구들과 온 첫 계자입니다.
현수와 봉균이를 끼고 왔지요.
빛나는 일곱 살에 혼자 왔던 은결이가
윤서랑 현조랑 같이 왔네요.
지난 사월 ‘학교문연날잔치’에도 다녀간 영인이가 왔고,
혜린이와 지수가 지난 겨울 다른 곳의 겨울캠프를 거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귀남이도 성큼 자라 왔네요.
승호도 굵어져서 왔습니다.
지난 겨울 물꼬노래방를 같이 열었던 아저씨 같은 표정의 재용이도 오고
정우가 여전히 왔으며
광주의 윤정이도 한참 만에 왔습니다.
지인이랑 지윤이는 여전히 물꼬의 작은 지지자로 찾아들었고
새끼일꾼 경선이언니를 따라 두 자매 경진 현진이 사촌 동혁이랑
멀리 목포에서 예까지 왔고
네 남매의 손 위 둘인 재희와 채현이,
한 눈에 집안임을 알겠는 영욱이와 영후,
재현이와 수현, 진엽이와 진서,
태영이와 주형이, 환일이와 환규가 나란히 들어왔습니다.
한주형 한주희의 이름을 보고 왔던 아이들 아니냐고
교무행정 샘한테 몇 번이나 물었더랬습니다.
다녀간 아이들이랑 성까지 남매의 이름이 똑 같았던 겁니다.
정욱, 종윤, 동하, 철현, 신현준, 심현준, 해찬, 현진,
정현수 준수 민지도 새 이름자들입니다.
역시 고아원아이에서부터 여러 계층의 아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지요.
먼저 와 있거나 예 사는 지혜 경표 태윤 하다가
이들을 맞았습니다.
아, 이 마을에 사는 종훈이도 있네요.
계자 신청 마흔 여덟에
이곳에 뒹구는 세 아이들도 있으니
쉰하나가 엿새를 보내는 건가요?
거기 어른 스물이 더해집니다.

안내를 마치고 첫 끼니 밥을 먹고
아이들이 곳곳에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환규 현준 재용 영인 승호 주형이는 잠자리를 좇아다니고
정욱 봉균 민재 주영 주희는 그네를 타거나 에워싸고 있었지요.
해찬 동혁 주희 영후는 진돗개 장순이랑 놀고,
잠자리를 좇다가 이제는 개구리를 찾아다니는
현수 승호 환규 승호 현준 채현이입니다.
민지 지윤 태윤 류옥하다와 새끼일꾼들은
복도에서 긴 머리를 땋아주고 있는 데 몰려있고
정현수처럼 가마솥방을 어슬렁거리거나
재현 태영 영욱 정욱 수현 진엽 준수처럼
큰마당 한 가운데서 공을 차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책방에는 재희 종윤 현진 경선 경진 환일 철현 혜린 지수 귀남이들이네요.
저기서 봤는데 어느새 여기 있기도 한 아이들입니다.

자기 소개를 글집 표지를 만드는 걸로 대신하지요.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그 시간을 통해 서로를 읽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담긴 글집은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책이 되지요.
저마다 다 다른 아이들입니다.

마을을 따라 작은 계곡이 길게 이어지지요.
저 아래 너른 곳을 태평양이라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사이사이 걸맞은 이름을 달고 계곡이 아이들을 부릅니다.
‘물소리 바람소리’입니다.
산골까지 와서 안에만 있자면 좀이 좀(조옴) 쑤시려나요.
“물꼬일은 하늘이 돕는다더니...”
멎어준 비에 감사한 이가 어디 종대샘 뿐일까요.
여름은 책방에서, 겨울은 계곡에서 친해진다는 새끼일꾼 소연의 말처럼
모두가 흠뻑 젖으며 한 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저녁을 먹고도 마당에 쏟아집니다.
윤정 현진 혜린 경선샘 경진이는 선진샘이랑 고래방에서
발레봉과 피아노의자 다리에 고무줄을 묶어서 놀고 있습니다.
평상에서 하는 건 기차공기라네요.
복도를 우르르 몰려다니는 남자아이들은
은진샘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장난도 치면서
어렸을 때 가졌던 마음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행복했다지요.
“여기서는 매일매일 놀 수 있어서 좋다는 한 아이의 말에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그래요, 이들은 우리들의 과거고 그리고 거울이지요!

말하기 듣기를 연습하고 신라의 아름다운 화백제도를 떠올리는,
소리를 듣지 못해서 말을 익히지 못한 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손말도 배우는,
그리고 서로에게 알려주거나 의논도 하는 한데모임이 있었지요.
“노래 부르고 손말 할 때는 얼마나 열심이던지 깜짝 놀랐어요.”
새끼일꾼 지윤이 아니어도 모두 흐뭇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이어 고래방으로 건너갔지요.
요새는 이어달리기 이런 거 안하나 봅니다.
그걸 다 재밌어 해요.
몸을 그렇게 살짝 풀어주고
닭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되기도 하며
대동놀이에 땀범벅이 되었더랍니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목욕시키기는 처음입니다.”
최영샘이 씻는 곳에서 허리를 펴며 그랬지요.
씻은 아이들이 ‘모둠하루재기’를 위해 모였습니다.
‘돌아봅니다!’는 ‘함께 합니다’, ‘스스로 합니다’와 함께
계자에서 다짐하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래 있고 싶고 잘 지내고 싶은데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요.
그래서 집이 보고 싶어요.”
“얘들아, 종윤이가 외롭단다.”
“도와줘야지요.”
동하가 너무나 당연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로 그랬다지요.
자유학교물꼬의 자유는 ‘배려가 있는 자유’지 않느냐,
모두 배려해야 될 것만 같은 분위기였더랍니다.
“모둠하루재기때 하고 싶은 말 있는 사람, 그러는데
손드는 애들이 있어서 놀랐어요. 존경스럽고 부럽더라구요.”
새끼일꾼 지윤이는 그런 모습이 자신의 삶에 자극이 되나 봅니다.

머리맡에서 동화를 읽어주며 아이들을 재운 뒤
샘들은 가마솥방에 모였지요.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기억들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새끼일꾼으로 첫발을 딛는 세인이는 더 재밌다며 설레하고 있습니다.
“다음 계자 때 다시 와서 또 만날 것을 기약하기도 하고, 새로운 샘들과 또래 새끼일꾼을 만나는 일,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하는 일에서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목욕시킬 땐 원래 도와드리려고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영샘과 씻기다가 결국 옷이 젖어버렸지만 그렇게 씻겨주고 닦아주면서 여자애들과 친해질 수 있어 좋았다.”
새끼일꾼 소연은 하루갈무리글에서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집에선 뒹굴거리며 시간가기만을 바랐는데 여기선 너무 빨리 간 것 같다. 아직은 이곳이 보는 것마다 신기하고 재밌고 또 한편으론 아직 적응도 잘 안되고...”
새끼일꾼 첫걸음인 이슬입니다.
“겨울에 왔을 때는 추워서 그런지 애들이 많이 들떠있다기보단 얌전해져서 더 쉬웠던 듯한데...”
지난 겨울 다녀간 새끼일꾼 현선이이지요.
다녀가면 견주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데
이 계자를 이 계자대로 바라보면 또 그만큼 즐거울 겝니다.
정말 빛나는 물꼬의 새끼일꾼들이라지요.

구슬샘은 작년에 친구들과 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고
또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지만
친구들과 얘기하고 노는 시간이 많아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더니
이번에는 홀로 손을 보태러 왔습니다.
역광장에서 부모와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에게서 어떤 느낌을 받으며 살아갈까,
사뭇 궁금해졌다던 형길샘도 있네요.
“샘들이 미리 들어와 여유 있게 시작했습니다.
한번 해본 것의 차이가 크데요. 손을 보탤려고 많이 노력하게 되더라구요.”
장기방문자로 공동체식구연습을 하고 있는 종대샘의
여름 계자 활동기이지요.
지난 주 와서 계속 머물고 있는 열택샘은
공간을 아는 이로서 이곳저곳 손을 채우고 있어 안정감을 더하고,
오랜 품앗이들이 있으니 가마솥방 청소부터가 다릅니다.

약 먹는 아이가 이번에도 여럿 있습니다.
이때의 의미는 정신지체, 혹은 그 비슷한 쪽을 말하지요.
여기 지내는 시간만큼은 약 먹이지 않고 보내보라 합니다.
늘 그렇듯이 장애아동에 대한 특수한 치료법이 중요함에 틀림없겠으나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인간일반에 대한 사랑과 이해보다 더한 게 있을지요.
예서 그 마음으로 아이들을 섬기고 있답니다.
또 새로운 연과 새로운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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