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조회 수 1996 추천 수 0 2008.08.24 10:34:00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몸 풀고 마음 다듬기를 한 아이들이
오늘은 달골에 올랐습니다.
그저 마을길을 걷고 산길을 따라 오르다
산마을에서 가장 높이 있는 원두막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물꼬가 지나온 길,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많은 날에 대해
아주 짧은 소망 나누기를 했지요.
자두 한 알씩 아침 목마름을 달래고 다시 내려가면서는
저 건너 수백 년을 살아온 큰형님느티나무를 바라봅니다.
더도 말고 저 나무처럼
우리 삶이 뿌리 깊은 나무 한 그루 되면 딱 좋겠습니다.
“물꼬가 좋은 곳에 있구나...”
새삼 이곳 풍광이 보인다던 기표샘과 무열샘이었네요.

아침밥상을 물린 아이들은 손풀기 전에
하루를 왁자하게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그새 마당을 나가 잠자리를 좇거나 매미 허물을 찾거나
장순이와 쫄랑이 곁을 서성이고
그리고 작은 연못을 들여다보기도 했지요.
책방은 언제나처럼 독서열풍이고
방에선 샘들을 좇아다니는 조무래기들이 있습니다.
“현희샘 힘드니까 목마 타고 싶으면 오빠한테 와.”
상민이가 소영이에게 소리치고도 있었지요.
애들이 애들을 봐주고 있습니다.
애들이 애들 바라지를 합니다.
오늘 손풀기 뒷정리는 윤지와 수현이를 도와
원이며 동하가 하고 있었지요.

열린교실.
샘들도 교실을 바꿔가며 엽니다.
새로운 교실을 보태기도 했지요.
“이종격투기 해볼게요.”
기표샘이 지난 2년여 하던 운동을 예서 열어 보겠다 했습니다.
4학년 이상 남자들이 신청하는 교실이었는데
성민 정복 준기가 조르고 조릅니다,
3학년이상부터 해달라고.
못이긴 기표샘 그들을 데리고 큰마당으로 나갔지요.
“하나 둘 하나 둘...”
운동장을 돌며 먼저 몸풀기를 하는데,
무슨 운동선수들처럼 우와, 대단했습니다.
물꼬 체육부 탄생이었지요.

뚝딱뚝딱.
성건 문성 예찬 형찬 진서가 들어갔습니다.
비행기와 배가 나오고 물썰매장이 등장합니다.
“여기는 차가운 물, 여기는 따뜻한 물이 흐르는데요...”
바라보는 우리들, 감탄에 또 감탄입니다.

노래방도 있었네요.
원 미래 세아가 들어갔는데
밴드활동을 하는 새끼일꾼 정훈형님이 기타를 치며 한다더니
이런, 늙은 기타 때문에 계획에 차질입니다.
그런데 한 피아노 하는 새끼일꾼 진주형님이 나서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지요.
고래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로
온 학교가 즐거웠더랍니다.

한땀두땀.
오늘은 뭘 만들기보다 바느질법을 가르치겠다더니
아이들은 글자에 혹은 문양에 한땀두땀 채우고 있었지요.
아, 그렇구나, 꼭 결과물을 내지 않아도
저렇게 교실을 채울 수도 있겠구나,
바늘에 찔려가며 놓인 수들이 보는 우리들을 즐겁게 했답니다.

매듭.
역시 어제 이 교실을 먼저 들어갔던 아이들의 팔목에 감긴
색색의 팔찌들이 아이들을 불러 모은 게 틀림없습니다.
먼저 익혔던 민서 귀남 아영 류옥하다가
새로 들어온 석주 윤정 유나 지운 규리 승연이를 가르쳐주고 있었지요.
숨꼬방은 오늘도 그들의 차지였습니다.

어, 그런데 ‘자연물로’가 폐강입니다.
어제 관객들의 기세에 신이 난 샘은
잔뜩 준비를 했더라나요.
그런데 아이들이 더 흥미로운 교실들로 몰려가면서
그만 교실이 닫혀버렸던 겁니다.
참 아이들은 알 수 없는 존재들이랍니다.

다시쓰기와 다좋다는 오늘 통합교실입니다.
새끼일꾼 소연형님이 양파망을 찾기 시작하더니
낡은 옷걸이를 찾아 어망을 만들고 족대를 만들었지요.
단아 도현 지인이가 거기 있었고
진우 창현 영범 현진 태현 민우 세원이도 나섰답니다.
물꼬 일도 좀 거들고 나갔다는데
서로에게 보여주는 펼쳐보이기 시간
물놀이 이야기에 다, 다 묻혀버렸지요.

“배고파요.”
보글보글이 이어집니다.
모두 만두를 빚으려지요.
방 가운데서 만두이야기 담긴 동화책 한 권 잘 읽고
만두 네 패와 만두피 한 패로 나뉩니다.

의리 있는 만두: 지운 규리 창현 영창 도현 현진 민우 영범 태현 진우
명랑한 만두: 민서 석주 귀남 지인 조수현 지윤
용기 있는 만두: 세원 건표 예찬 준기 윤지 아현 진 원 김수현
자신 있는 만두: 유나 재우 상민 문성 윤정 미래 세아 성건

도대체 그 만두들 차이가 어딨냐면서도
딴에는 교실 이름들을 하나 하나 보며 제 이름들을 쓰고 들어갔지요.
이름 없이 슬쩍 끼는 녀석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의리 있는 만두는 의리가 있어 나눠 먹는다 하고
명랑한 만두는 이리 저리 울퉁불퉁한 만두를 놓고
명랑해서 그렇다 합니다.
것도 그렇겠습니다.
용기 있는 만두는 못 생겨도 용기로 산다 하니 핀잔도 못 주겠고
자신 있는 만두 역시 자신감으로 뭉쳐 제 멋에 태어났다는데,
얇은 건 방마다 구워먹고
두터운 건 가마솥방 찜통으로 들어갔지요.
아, 만둣국도 나왔네요.

너그러운 보자기에는
부선 지은 아영 소영이가 신청했는데,
옆에서 빙빙거리던 단아도 더하고
이곳에 사는 류옥하다도 더하고
만두 싫어서 안 들어간다는 진서도 더해졌지요.
이들은 역대 최고의 보자기 부대라는 격찬을 받았습니다.
얇게 펴놓고 주전자 뚜껑으로 찍어내
마른 밀가루를 잘 묻쳐 서로 엉기지 않게 계속 손을 보고 있었지요.
야물게 예쁘게 잘도 만들데요.
부선이와 류옥하다의 활약이 컸답니다.
“저는 만두 싫어해요.”
진서는 그러면서도 피는 열심히 밀고 있었댔지요.

“진서야, 그럼 넌 뭘 좋아하냐?”
가리는 음식이 많아 먹는 게 영 시원찮은 그랑
잠깐 마주 앉았습니다.
콩자반에 멸치에 아몬드가루를 비벼주니
대접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있었지요.
아이랑 나눌 수 있는 얘기는 참 많습니다.
슬금슬금 그 아이가 재밌어지고
얘기하는 저(자기)도 얘기에 빠져들고...
“전 씽크빅 구몬 중국어 배워요.”
진서가 자기가 잘 먹는 거 아닌 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전 매운 것 두부 된장국 고추장 김치 싫어요.”
“오뎅은?”
통통 튀는 탁구공처럼 이건, 저건 어떠냐 음식들이 오갑니다.
“오뎅? 안 먹어요. 새우? 안 먹어요. 생선? 안 먹어요.”
야채조금, 오이 먹어요, 계란 조금 싫어해,
샌드위치 조금 좋아해,
국 다 싫어, 미역국은 좋아,
맥도날드 좋아, 치즈샌드위치 햄버거...
핏자 스파게티 소고기 돼지고기 치킨 조금 좋아해요,
유유 주스 사탕 같은 거 좋아해요,
팬케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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