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조회 수 1914 추천 수 0 2009.01.09 21:01:00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하늘이 꾸물꾸물합니다.
이러다 눈이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그러기엔 날이 푹하네요.
공기가 좀 차긴 해도 후끈한 방에서 잘 자서인지
아이들이 잘 일어납니다.
“새롭고 좋더라구요.”
왔던 아이들은 고래방에서 하는 요가와 명상이 아니어
나름 재밌어하고,
새끼일꾼 지윤이처럼 샘들도 괜찮았다고들 합니다.
겨울아침바람을 가르고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서로 마주보며
음악에 맞춰 하는 새천년체조는 신바람이 납니다.
그거 아무리 봐도 잘 만든 체조입니다.
하지만 아직 주머니에서 손도 안 빼는 애가 없지 않지요.
날이 가며 달라지지 않겠는지요.

손풀기.
“우리가 그림을 그리려는 것은 그림을 잘 그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이 아이들 알게 모르게 명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이들은 가운데 놓은 사물을 열심히 옮기고 있었지요.
참 새로울 것 없는 시간도
이곳에선 다른 가치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나 봅니다.
예술의 여러 형태들이 누구나 접근하기 쉽다는 걸
특정한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걸 살풋 알게도 되지 않을지요.
‘손풀기를 하다가 안 그리고 그리는 걸 보니까 뭔가...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새끼일꾼이 된 윤지는 그런 차이들 속에
스스로의 지난 시간들이 자꾸 돌아봐지고 하는 모양입니다.
손풀기가 끝나면 지우개가루며 둘러친 상을 정리해야 합니다.
“마음을 내서 누가 좀 도와주실래요?”
건표 태현 일환 현진 작은성빈이 손 번쩍 들었지요.
더러 손만 들고는 잊기도 쉬운데
아이들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챙겨와 마지막까지 잘 정리해주었습니다.
올 겨울 계자에는 ‘정리’에 많이 집중합니다.
그건 ‘책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보글보글방’이 이어졌습니다.
금비 성빈 수연 태현이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었습니다.
태현이가 시원한 맛을 낸다고 얼음을 갈아뿌리자 하니
성빈이, 무슨 냉면이냐 핀잔을 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태현이는 시원한 맛을 냈으면 싶습니다.
끝날 무렵 진행하던 샘이 물었다지요.
“네가 생각한 맛을 냈어?”
“얹어놓은 사과 덕분에 시원한 맛이 났어요.”
고추장을 넣느냐 마느냐로 의논이 길었지요.
결국 냄비 2개에 나눠서 자기 기호에 따라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자기가 만든 게 더 맛있다고 하였음이야
짐작이 어렵지 않지요.
금비가 준비하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잘 도와주었습니다.
덩달아 태현이도 신나게 움직였지요.
인도에서 날아온 새끼일꾼 영환,
금비 수연 태현을 아주 매달고 다니는데
(엄밀하게 표현하면 아이들이 매달린),
그들이 이 방에 들어온 것도 그 까닭이었답니다.

김치수제비는 성재 성래 희수가 같이 했지요.
선진샘과 무열샘의 접전이 있었는데
선진샘이 나이로 이겨 맡게 된 방이었습니다,
무열샘은 오늘을 위해 집에서 멸치랑 다시다까지 챙겨야
국물맛을 위해 비장하게 준비했습니다만.
“저는 꼬치를 만들고 싶어요.”
성래는 꼬치방이 없는 게 아무래도 아쉬워
글집에다 꼬치에 꽂을 문어랑 조개랑 써두는 걸로
위로 스스로를 위로했지요.
“희수랑 성재 아빠는 요리사래요.
그래서 그런가 칼질을 잘하더라구요.”
“집에서 요리를 잘한다는 게 아니고?
아이들은 흔히 그리 표현하는데...”
“음... 희수는 모르지만 성재는 맞는 거 같애요.
롤로 잘하신다고 하는 것 보니까...”
“글쎄, 아이들은 그냥도 그리 말하는데...”
그리하여 낼 확인해보기로 했지요.
이렇게 아이들 얘기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것도
샘들의 재미하나랍니다.
그런데 글집을 쓰고 마무리를 하는데
성래가 참 맛있었다고만 써서 샘이 그랬답니다.
“그거 쓰고 마는 거야?”
그때 성재가 샘한테 나지막히 그랬답니다.
“원래 어린 애들은 생각이 짧아요, 두세요.”

김치호떡-부선, 지현.
호떡 반죽이 미리 되어 있어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지요.
모두 야무지고 착실하게 잘하는 아이들이라 손이 더욱 안 갔구요.
하여 핏자를 도와주러 가기도 하였답니다.

일환 민재 건표 윤정 해인이는 김피밥전을 부쳤습니다.
큰 애들이 들어와서도 수월했고
특히 윤정 일환 해인이 정말 열심히 젓고 부치고 하였다지요.

떡볶이-선영 호원 유민 동규 지완 그리고 작은성빈이.
선영 화원 유민이가 동생들을 잘 챙겼답니다.
작은성빈이는 처음 칼질한다는데
씩씩하게 잘도 하더라지요.
우리의 동규선수 지완선수,
좀 걱정되는 녀석들이라 싶었는데
나름 생각 이상으로 말을 잘 따라주더라나요.
진행샘이 그랬지요.
“아이들에 대한 고정된 시선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김치핏자-임수 현진 지인 하다 서영 민서.
왔던 애들이 대부분이라 자기 할 일 찾아서 잘하고
반죽하느라 샘이 정신 없을 땐
다른 뒷정리 다해놓고 다른 할 일 없나 묻더라나요.
‘협동’하는 요리방이었다 합니다.

‘구들더께’가 이어졌지요.
축구를 또 그리 많이들 하네요,
6학년 여학생들까지.
하지 않더라도 응원하며, 혹은 부상자들을 돌보며
대부분 마당으로 쏟아져나와서 보냈습니다.
샘들이 정작 구들더께들이었지요.
이 시간은 서로 쉬어가는 짬시간인데
애들은 ‘움직임’으로 쉬고
어른들은 ‘안움직임’으로 쉰다 싶습니다.
이때 교무실에 앉아 아이들 이야기를 메모하는데,
마당에서 아이들 한 목소리가 건너오고는 했지요,
아이들이 몰려다니면서 얼레리꼴레리하는 것처럼.
마치 우리 어릴 적 마을공동체문화처럼
마을 어귀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 무리가 떠올랐습니다,
오랫동안 한동네서 살아온 듯한.

‘열린교실’이 이어졌지요.
한코두코에는 서영 민서 민재 금비가 들어가
손가락을 써서 뜨개질을 하였습니다.
숨꼬방 가서 이불 위에 앉아 노래도 하고 옛이야기도 들으며
동네 수예방을 만들었더랬지요.

뚝딱뚝닥-희수 임수 지현 성빈 재용.
썰매를 만들었습니다,
산너머에 가지고 간다고.
“그런 다음에는 물꼬에 기증하겠습니다.”
열린교실이 다 끝나고 서로에게 보여주는 ‘펼쳐보이기’에서
2인용 썰매임을 시범 보이기도 하였답니다.
“애들은 완성되는 것보단 연장도구로 뭔가를 해보는 데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더라구요.”
호열샘이 그랬네요.
“그런데 집단과 개인간의 갈등을 보았는데...”
한 아이는 혼자 만들고 다른 네 아이들이 같이 만들면서
네 아이들이 ‘우리’로 똘똘 뭉쳐
가령 우리가 덩어리이니까 우리가 먼저 톱을 써야 한다는 식이지요.
“누군가가 나쁘다기보다는 집단, 혹은 강자가 가진 힘에 맛을 들인 느낌”
이었다 무열샘이 전합니다.
우리라는 틀 속에서 그 외의 타자를 배척하는 경향이
더러 있지요.
인간의 못된 습성 하나이겠습니다.
그런 것을 경계하며 사는 우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폐강의 위기에 놓였던 ‘한땀두땀’을 구한 건
현진이었습니다.
마침 현진이의 실내화가 밑창도 입구도 터져버렸던 참이지요.
그걸 새끼일꾼 진주랑 가마솥방에 마주앉아 꿰매고 있었습니다,
맡은샘인 현애샘은 부엌 허드렛일들을 거들고 있었고.
보기 좋데요.
일상에서 필요한 걸 하고 있는 열린교실 말입니다.
“아쉬워서 쿠션도 하나 만들었어요.”
펼쳐보이기에 들고 나온 현진이의 소박한 쿠션이었지요.

‘종이랑 1’.
만들기를 좋아하는 주희랑 일환이랑
화원이 수연이 같이 했습니다.
작은 책들을 만들었지요.
‘종이랑 2’에서는
성래가 혼자 커다란 종이에 바닷속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조개껍질도 모래 속에 묻혀있고,
바다는 한없이 넓어서 우리 마음을 틔워주었지요.

아직도 물꼬에 많이도 쌓여있는 단추는
‘단추랑’을 역시 열게 했습니다.
건표 하다 부선 예인 지인 작은성빈이가
같이 성을 만들고
학교 안내판을 만들고
각종 패물을 만들던 걸요.

‘다시쓰기’.
자기 소용을 다 했다고 버려진 물건들을
다시 갈무리하여 다른 물건으로 그 소용을 넓히는 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요.
재활용 상자를 다 끌고 왔습니다.
케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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