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조회 수 1955 추천 수 0 2011.06.18 20:14:33

 

지역탐방 자전거나들이가 있는 불날입니다; 월류봉.

“내 건너 정자도 가고... 주변에 정말 좋은 데가 많네요.”

다녀온 준환샘이 그랬습니다.

맞아요, 여기가 그래요.

 

이른 아침 내려와 밥을 앉혔습니다.

도시락을 쌀라지요.

번번이 모자랐던 얘기를 들어왔던 터에다

지지난주는 턱없이 모자랐다는 꼬마김밥,

지난주는 라면(자전거야 아니 탔지만),

그렇게 늘 부실했다는 나들이의 점심을

언제 짬내서 제 손으로 한번 싸주리라 싶더니

드디어 불날마다 있던 농업교육도 끝나 강의만 다녀오면 되어 마음 가벼워졌길래

오늘 싸기로 했던 것입니다.

여전히 강의는 있는 날이라 좀 서둘러야 해서

해건지기 첫째마당을 마친 아이들을 저들끼리 티벳길을 걷고 오라 보냈지요.

1시간여 바지런히 쌉니다.

충무김밥에, 주먹밥을 김가루에 굴리고, 그리고 참치김치볶음.

충분했다고 실컷 먹었다고들 했습니다.

꿀맛도시락은 결국 소식한다는 여해의 계획을 실패로 돌리고야 말았더라나요.

D라인이 되었다는 그의 통탄.

 

점심을 먹고 내 건너 정자로 가서

누구 혀가 긴가 빼보기도 하고(다운이의 압도적인 혀길이!),

해수의 코믹행동으로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합니다.

돌아오는 길엔 다형이가 돈을 주워 아이스크림을 냈다나요.

오늘은 뒤에서 다운이와 선재 느긋하게 오며

앞서서 오는 즐거움 못잖은 즐거움 있었노라 전했지요.

준환샘은 다형과 먼저 닿아

피부과를 다녀왔습니다.

알러지라 했지요.

나들이를 다녀와 보이지 않던 해수,

책방에서 저 혼자 머리를 자르고 나타났습니다.

삐뚤빼뚤 귀여웠지요.

앞머리가 꼭 일자여야 하나요, 어디.

‘그래도 집에 갈 무렵엔 정리 좀 해줘야지...’

 

생일잔치.

가는 날이 장날이라 택배들이 들어와

그거 정리하느라 음식 하는 시간이 더뎌지고 있었습니다.

서울서 아이들 부모님들이 보내온 김치와 장조림이 잔뜩 들어왔고,

남도에서 ‘무식한 울 어머니’, 아이들 와 있다고 감자 두 상자에

바리바리 먹을거리 든 또 한 상자 보내오셨습니다.

쑥떡과 고물, 다진 대합살, 파래무침, 오이지, 통마늘 통양파 장아찌, 다시멸치...

두텁떡은 또 언제 하셨더랍니까.

언제나 그렇듯이 보따리보따리에 마음 울렁였지요.

여느 때보다 늦은 저녁,

다른 날이면 열두 번도 더 가마솥방을 드나들 걸

잔치상인 줄 알고 끽소리도 안하고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답니다.

 

엄마 손으로 만드는 치킨, 핏자, 햄버거,

그리고 약과 약식 경단 떡 바게뜨 초컬릿 아이스크림...

류옥하다 선수가 생일날 먹고 싶다고 적어둔 것들입니다.

윗줄은 아이들 있을 적 한판씩 낸 것이니 뺐습니다,

한 상에 같이 먹기도 많은 양이고.

미역국은 아침에 나왔으니 저들 좋아하는 어묵국으로 대신하고,

약식을 위해 팥물 내고 남은 팥으로 팥밥을 하고,

요새 금값이라는 생선구이 생색 팍팍 내며 올려놓고,

소금구이김과 몇 가지 반찬을 내놓습니다.

닭강정에는 소스를 넉넉히 준비하고,

약과를 집청에서 건져 올려 쌓고,

대춧물과 팥물로 밥을 한 약식에는 밤과 은행과 대추가 들어갔고,

솥단지에서 나오면서 잣과 함께 틀에 넣어졌습니다.

보쌈떡도 쪄냈지요.

“이런, 이런, 카스테라 경단!”

뭔가 하나 빠진 듯하더니 경단을 놓쳤습니다.

부랴부랴 아이들도 불러 찹쌀가루를 둥글게 빚으라고도 했지요.

끓는 물에 데쳐내 카스테라 가루를 묻힙니다.

바게트도 자르고, 수박도 자르고, 그리고 한켠에 초컬릿과 냉동실의 아이스크림!

그런데, 세상에나!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못다 먹는 날이 있다니요..

아, 콜라도 빼놓을 수 없지요.

하다생일이라고 덕분에 아이들 잘 나눠먹으라며

소사아저씨가 닭과 콜라를 사셨던 겁니다.

 

“나는 예쁘다/ 나는 귀하다/ 나는 기쁘다/ 태어나서 고맙다!”

해수가 물꼬의 생일축하노래를 친 기타공연이 있었고,

모두 다운이의 피아노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잔치를 벌였습니다.

‘...약과, 약밥, 닭강정과 콜라, 떡, 경단, 어묵국, 팥밥, 수박, 아이스크림과 초컬릿...

정말 배부르게 먹어서 걷기도 힘들었다. 정말 맛있어서 행복했다.’(선재의 날적이에서)

“옥샘!”

다운이가 부릅니다.

“밥할 때만 저희 엄마랑 바꿔주세요.”

오늘 까짓 생일상에 엄마를 팔았습니다, 다운이가요.

“옥샘, 오늘부터 저희 엄마 하세요.”

진하도 엄마를 넘겨버렸습니다요.

압니다, 아다마다요, 절 격려하는 거고, 칭찬을 극대화하려는 의지인 줄 다 알지요.

저들이 어디 맛난 걸 못 먹어봤겠는지요,

얼마나 잘 먹고 사는 놈들일 텐데,

그렇게들 잔치 흥을 돋우었던 것입니다.

“하다는 진짜 좋겠다!”

어디 저라고 늘 만들어서만 멕이겠는지요.

다들 왁자하게 잔치 기분을 내느라 더 그러는 겝니다.

하은이와 여해는 하다 생일마다 물꼬 오겠다지요, 해마다 6월 14일.

승기, 눈물 나올 정도로 먹어 더 넣질 못하고 쩔쩔매고,

김유, 아주 쓰러지겠습디다.

가야가, 세상에, 먹을 거 그렇게 좋아하는 가야가,

더는 못 먹는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네요.

강유도 좀 보세요, 낼 꼭 남은 것들 주셔야 한다며

앞에 놓인 것을 밀치고 있답니다.

모다 목에까지 음식이 찼지 싶더라니까요.

잔치가 끝나고 설거지모둠에 더해 선재 다운이가 손을 보탭니다.

그렇게 잔치, 잔치 열렸더랍니다!

 

“샘, 안 주무시면 맥주 한잔~”

아이들도 늦게 잤고,

이러저러 씻고 어쩌구 하고 보니 어느새 훌쩍 새벽 1시.

그제야 준환샘과 지난 보름의 생활보고가 있었네요.

단식 뒤 보식기간이라 에고, 맥주 마시는 준환샘 멀뚱멀뚱 보며

홀짝 홀짝 차마셨더랍니다요, 하하.

기분이 참 좋아졌답니다, 준환샘이 돌아와.

우리 모다 샘이 퍽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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