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곧 구름에 가리기는 하였으나 커다란 달이 둥실 걸린 동쪽 하늘이었다.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는 나까지 아름다운 풍경이게 하는구나 싶은 그런 밤.

 

언론은 제사의 여성노동으로 일어나는 부부갈등이며를 울겨 먹고 있었고,

한편 친인척이 모여 보내야 하는 명절대신 

선택가족끼리 보내는 일이 대단한 진보를 보이는 양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시대는 또 다른 시절로 접어들었다. 그야말로 제 생각대로 흐름 타고 가면 될 일.

뭐가 그리 어려운가?

제사(차례도), 할 만하면 하는 거고, 못하겠으면 또 안 하면 될.

명절에 가족 및 친인척을 만나는 일? 그 역시 그 가정 분위기대로 하면 그만일.

자신의 삶에서 더 의미 있다 싶은 쪽으로 움직이면 될!

 

올해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해.

사는 일이 늘 그런. 많이 살았어도. 그래서 또 살고, 살아질, 살만한.

()가 그랬다.

지내던 집도 요새는 안 지낸다는 기제사를 지냈고, 차례를 지낸다.

마땅히 해야 해서 업혀진 짐이었다면 어쩌면 나 역시 그것이 무거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만치 웬만큼 나이를 먹었고,

또 주어진 게 아니라 내가 하겠노라 선택한 것이므로

더 즐거운 여정이 될 수 있었다.

 

추석차례! 안 해봤으면 모르지.

설에는 떡국, 추석에는 송편, 그런 줄이야 알았지만

차례상에 기제사의 멧밥 대신 그것들을 올리는 줄은 몰랐네.

해서 송편을 조금만 마련했더란 말이지.

아이구야, 조상님들 배 고프실라, 밥을 바삐 하였더라.

아침에는 감을 땄다. 차례상에 올릴 것만.

마침 달골 아침뜨락 시작하는 느티나무삼거리의 감들이 몇 실하게 잘 익은.

학교 마당 가의 감들이 서둘러 떨어지는 것과 달리

그 감나무는 해마다 늦도록 감을 달았다.

지난해만도 시월 빈들모임에서 잘 따먹은.

 

집안어르신들이 이르시기를 아버님 기일에 다섯 조상 기제사만 한 번에 밥을 얹으라셨지만

차례도 챙기기로 했다.

해봐야 익어지고, 그래야 수월하고, 마음도 그러므로.

물꼬의 큰살림에 익은 손에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엊저녁 음식들을 다 마련했더랬다.

기제사처럼 하면 되겠다 하지만 엇, 그건 밤이고 차례는 아침일세!

부랴부랴 책자를 살폈던 어제였던.

 

기록. 이후 참고하려고.

차례상이 조촐한 대신 좋은 차(봉황단총)를 달이다. 그야말로 차를 올리는 차례였더라.

병풍 앞으로 상 두 개를 이어 붙여 흰 종이를 깔고 차례상을 마련하다.

1촛대와 위패

2찻잔과 수저와 멧밥(이번에 송편을 적게 마련했던 관계로다가 멧밥도)

3부추전, 동그랑땡, 동태전, 가지전, 호박전, 두부전

4: 고기구이, 삼색나물(고사리, 열무, 죽순), / (식혜와 김치는 준비해놓고도 차리는 걸 깜빡하고...)

5, 포도, , 과자, 송편

제상 앞으로 돗자리 깔고,

향반(꽃과 향로), 주반 대신 찻상, 퇴주합과 모사합을 합쳐 앞에 상 아래 퇴수기.

* 다음엔 멧밥 대신 송편만!

 

차례도 적어놓겠다.

1.분향재배제주가 촛불 켜고 향 피우고 절

2.강신재배모사 그릇에 차 세 번 붓기

3.참신모든 참가자 절

4.계반삽시수저 동쪽으로 놓기

5.조헌: 헌다(찻잔 올리기)

6.철시복반: 수저거두기

7.사신: 참신자 모두 두 번 절지방 태우기

8.철상, 음복

하늘에 고하고(촛불과 향을 피우고 제주가 절),

땅에 고하고(차로 지신에게도 고한 뒤 모두가 절),

수저 동쪽으로 놓고,

헌다하고 수저 거둔 뒤 모두 절하고 지방 태우고 상 거두고.


마음 참 좋아지는 일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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