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난다.

산마을의 여름을 그들이 끌어 온다.


아침 일찍 헐목으로 나가 물꼬 연어의 날 현수막을 걸고 들어왔다.

서현샘이 밖에서 챙겨서 보내온 것.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물꼬 나들이가 있었다.

2017학년 봄학기 가을학기를 내리 ‘예술명상’ 수업을 한 제도학교 전교생이 하고 있는데,

봄가을 한 차례씩 물꼬 들어오기로 했던 것.

교장샘이며 담임샘들도 따라나섰고, 캄보디아에서 연수 온 두 샘도 또 같이 걸음 했다.

아이들은 안다, 고래방 들어가 바로 뛰고, 소리 지르고, 벽에 낙서하고,

여기선 그런 게 허용된다는 걸, 그래도 되는 곳임을 온몸으로.


‘물꼬 한 바퀴’ 돌며 이곳에서 어떤 움직임들이 있는가를 먼저 나누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멀다.

아이들과 걷는 길이란 세월이 없는 것.

사이사이 궁금한 게 어찌나 많은지.

이것만으로 오늘 오전 수업이 다 되겠는.

잠시 아이들끼리 운동장을 뛰어다닐 녘 어른들은 차를 나누고,

다시 모여 동쪽 개울로 가 도랑 치고 가재를 잡았다,

댐을 쌓아보자고 간 길이나.

가는 길에 우물에 달려가 물도 퍼 올리고.

“옥샘, 신발 줘보세요!”

하하, 우리 어른들도 어릴 적 그리 놀았다.

개울에 고무신 배 띄웠던.

모자라, 모자라, 이곳에 모이면 우리는 늘 시간이 모자란다.

가을을 기약할 밖에.

이 학교 다니고 싶어요,

행복해요,

또 오고 싶어요, ...


돌아가면 낮밥을 먹을 것이나

이곳에서 나누고픈 먹을거리가 또 있지.

땀 흘리고 들어와 참을 먹었다.

“유기농이에요?”

설탕 하나도 여기선 그렇지 않겠느냐는 아이들.

콜롬비아에서 온 유기농 설탕은 맞다.

그런데, 빵이며 산 것들도 흔한 이곳이다.

대단히 정의롭고 도덕적이지 않아도 정의와 도덕을 말할 수 있듯

전체적으로 생태적 삶을 살아가지 못해도 그 방향을 말할 수 있지는 않겠는가.


하오 바깥수업을 나가며 아이들을 따라가 밥을 먹는데,

오늘 다녀간 아이들이 달려와 안긴다.

물꼬 다녀오니 관계가 다르단 말이지.

고학년 아이들도 좇아와 한 마디씩,

우린 언제 가요?

“다음 주는 너들이야!”

교사는 아이들 가르치는 보람으로 살지.

아이들과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고마운 우리 아이들이라.


교장샘이 아이들과 보낸 시간을 사진으로 담아 보내왔다.

‘물꼬학교는 오늘 제게 꼭 필요한 곳이었어요.

제 안의 고민이 해결된 날. 감사합니다.’

고마울 일이다,

아이들도 잘 쉬었다는데 어른들도 그러했다니.


더운 날이었다.

하오, 예술수업에 공간을 내는 샘이 맥주에 피자를 구워냈다.

샐러드용 채소도 한가득 챙겨주셨다.

‘연어의 날’ 행사하기 전에도 뽑아주신단다.

물꼬를 멕여 살리는 곳이 늘었다는.


돌아오는 밤, 광평농장에도 들렀다.

물꼬의 유기농 안내 장이라 사흘이 멀다 하고 드나들텐데

올해는 안식년이라고 몇 달 만에 한 걸음.

어디라도 가뭄으로 애를 먹는다. 농사를 짓는다면 더한.

그래도 여전하시더라. 고마웠다. 물꼬 연어의 날에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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