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줄기가 말라간다.

캐낼 때가 가깝다.


이른 아침 물부터 주고 집을 나섰다.

달골 햇발동 바깥수돗가 호스가 자꾸 빠지는데

오늘도 해결을 못하고 물조리개로 뿌렸다.

호스가 수도관보다 큰데 그렇다고 긴 호스를 바꾸자니 아깝고.

다녀와 전선테이프를 써봐야겠다.


연이어 이틀 밤을 텐트를 쳤다.

쇠날은 보은의 한 생태마을서 있었다; 2017 생태마을 공동체 네트워크회의.

십 수 년은 족히 되지 싶다,

2005년께 상설학교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고

그 후유증이 오래였다.

십여 년 공동체니 대안학교니 하는 공간들 모임에 진저리를 쳤다.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을 테고, 타인들에 대한 분노도 없지 않았고,

진보입네 공동체입네 대안학교입네 하는 우월감에도 질렸고, ...

오랜 침잠의 시간이었다.

그러고도 삶은 계속되었고 일상은 날마다 발 앞에 있었다.

별 수 없어서도, 그게 최선이어서도 한 발 한 발 걸어가야만 했다.

비로소 올해 안식년에 이르니 이제 좀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일기도.

“주말에는 꼼짝 못해요, 7월 23일까지!”

“금요일이야.”

마침 얼마 전 황대권 선생님 다녀가시면서 걸음 하라 권하시기

산오름으로 주말 밖을 나가니 가는 걸음에 하루를 더해 가도 되겠다 싶었던.

사실 그 일만이라면 굳이 가진 않았을.

내 사는 곳이 여행지이고 내 사는 곳이 우주인지 오래.


한국의 많은 문화가 그렇듯 공동체도 유행처럼 달구어졌다가

지난 10여 년 주춤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움직이고 있었고,

서서히 다시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이렇게 모이는.

나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는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적정기술’에 대한 배움이 있었으면 싶었던.

그런데, 옛적 사람들과 인사 나누느라

안에서 진행하는 일정을 들어가 볼 틈이 없고 말았다, 물론 새 얼굴들 소개를 받느라고도.

30년 전 20년 전 인연이 예사였다.

같이 생태운동하던 근행샘이며, 물꼬에 아이들과 다녀간 영준샘,

같이 생태과정 강연하던 정길샘이며, 오래여서 현장활동가들과 친구 같아진 기자 현샘이며,

제3국까지 나가 생태공동체 운동하던 호진샘이며,

명상춤 워크샵을 같이 하던 휴샘이며 선샘이며,

대안학교 현장에서 이름만 알고 비로소 서로 얼굴을 본 희창샘,

교류하던 공동체마을의 성수샘 상용샘 현주샘, ...

현주샘이랑은 산길을 걸으며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진한 시간들을 한참 나누다.

밤, 갈무리잔치에서 강강술래에 소리도 넣고

얼마 만에 장구 메고 장작놀이도 흥겨웠네.

이튿날 서로 소개하고 선언문을 발표한다는 일정에는

주말 산오름으로 걸음이 바빠 일찍 나서서 함께하지 못했다.


모임은,

각자 잘 살고 있기, 힘이 필요하면 서로 돕기, 그런 자리 아니었겠는지.

서로 잘 지낸다, 그런 확인이 굳이 필요했을까?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어깨동무 또한 필요했을까? 응, 어느 정도는.

서로 확인하고 모이고 힘내고, 그런 과정이 소중했을; 연대!


산오름이 있는 주말.

그런데, 오늘은 차를 마셨다.

백차는 우리의 시래기에 비유하면 어떨까.

녹차는 전발효자, 청차는 반발효차, 홍차는 완전발효차로 나누면 쉽겠다.

황차와 흑차는 후발효자. 미생물이 움직인. 그렇다면 우리의 청국장에 비유하는 건?

자연에서 삶의 이치를 배웠노라는 한 식물연구자의 강의도 재미나게 들었다.

산에 살아도 허겁지겁 사느라

그 안에 깃든 것들에 대한 관찰이 드물었음을 지청구 들은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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