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올 수도 있다더니,

좀 와주려나 기대감 잠깐 들게 하는 하늘이더니,

흐리다 만 하오였다.

무더웠다.


서서히 주말에 있을 연어의 날 준비 움직임.

먼저 안 식구들이 챙길 일들을 하고 있으면,

물날부터는 바깥에서 샘들이 들어와서 이어갈 것.

달골 햇발동이며 가마솥방이며의 화초들을 돌봐주고,

달골 마당 꽃밭에 물도 준다.

바깥수돗가 호스가 자꾸 빠져 전선테이프를 감아 크기를 맞춰보아도,

죔쇠를 돌려 더 죄어도 자꾸 빠져 결국 창고동 부엌으로 호스를 이동하다.

그런데 이번엔 수도관 가까운 쪽으로 호스가 새네.

전선테이프로도 해결이 안 되고,

결국 잘랐다.

그런데 이음새가 여간해서 엮여지지 않는다.

해결을 못한 채 여전히 조리개로 꽃밭에 물을 주었다.

눈에 걸리는 일들이 정작 행사 닥치면 손 댈 엄두도 못내는 줄 아니

구석자리들 하나씩 살피기도.

예컨대 가마솥방 앞 복도 유리장 안.

여러 사람이 쓰니 쓰다보면 어느새 또 뒤죽박죽으로 물건들이 쟁여진. 그참...


유리장을 닦는데 이웃 절집에서 전화가 들어왔다.

저녁답에 물꼬 들렀는데 불이 꺼져있더라고.

“아, 달골에서 일하다 아직 안 내려왔을 땐가 봐요.”

인천에서 토굴터로 이 언저리를 찾는 스님 한 분 오셨다고

늦어도 괜찮으니 차 한 잔 하시자고들.


“물꼬 왕샘도 일 좀 줄여. 어떻게든 줄여야 해. 나 요새 다 버리고 살잖아.”

올 가을 달골에 명상센터로 쓰일 공간을 하나 지을까 한다 하자 스님이 하신 말씀.

“지어 놓으면 누가 써도 잘 쓰겠지!”

그때 스님, 한참을 말을 잃었다 털썩 주저앉아 외치는 심봉사 소리마냥 그러셨다.

“아이쿠야. 정작 성직 생활하는 나는 나 살 궁리만 하는데,

내가 그래도 명색이 스님인데,

물꼬 왕샘이 스님이네, 대중 삶을 생각하는.”

그런가...

새벽 1시에야 돌아들 가셨네.

입만 센 줄 알았더니 몸도 센 분들이었을세.

내일 이른 아침 또 볼 일이 있는.


연어의 날은 팔팔하게 88명으로 마감하였다.

신청메일이 백 명이 넘고 이러저러 오기로 한 이들을 더하면 150여 명이 족히.

세상에! 이럴 줄 몰랐던.

하기야 물꼬의 적지 않은 세월을 따지자면 아무렴 더 와도 더 올 테지.

하지만 늘 인간적인 규모가 있잖나.

이번 행사의 최대치는 88명으로.

흙집 보수공사를 하지 못하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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