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간다지. 또 다른 그대도 인도로 갈 거라지.

젊은 날 열병 가운데 하나, 인도 여행.

그것이 어디 6,70년대 서구 젊은이들의 이야기만일까.

여전히 인도는 그러하다. 나이를 먹어서까지.

나라고 달랐을까, 그렇게 떠났고, 그렇게 또 꿈꾼다.

 

‘여행을 선택한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만약 젊은 날의 충동적인 행위에 스스로 이유를 붙일 수 있거나, 객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의 <황천의 개> 가운데서)

 

비틀즈가 인도로 갔던 60년대 말 후지와라 신야도 그곳에 있었다.

인도여행이 수행이라는 과장된 말과 행위로써 포장된 것을 싫어하며,

자연스럽게 외부세계와 어울리고

자연이 그래왔던 것처럼 그것을 몸에 새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야는 그쯤의 말을 했다.

거기 또 한사람이 갔다. 아사하라 쇼코. 옴진리교 교주.

맞다. 도코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하여 5000명 이상 다치고 12명인가의 목숨을 삼킨.

(옴진리 구성원들은 명문대 이공계 출신들이었다.)

옴진리교의 충격이 1995년의 일본을 우울하게 하고 있을 때(고베 지진도 그 해)

신야는 한 잡지에 일종의 인도여행기를 연재했다.

미나미타 병의 희생자였던 쇼코가 어떻게 옴진리에 이르렀는지 그 행적을 좇는 일과

쇼코가 수행한 인도라는 공간에서 자신이 만난 풍경(갠지즈 강 가트에서 만난 황천의 개).

1부 살아있지만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던 옴진리교(동경대생이 많았다는),

2부 들개들 앞에 떨었던 공포 앞에서 존재감을 느꼈던 신야,

2부로 구성된 책은 60년대와 90년대가 그렇게 만나고 탈중심화된 세계가 문명의 허약함과 조우하는데,

결국 ‘존재나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다.

 

인도도, 인간의 망상과 관념도 그저 물질이다. 개뿔도 아니다.

지구보다 무겁던 인간의 목숨이 들개에게 한낱 목숨에 불과한. 신야의 말대로 꼴좋군!

'인간은 우리가 그토록 많은 기대와 희망을 걸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지, 신과 영혼의 나라라니.

황천의 개는 그가 갠지즈 강에서 만난 풍경이기도 하고

일본이기도 하고(그때의 일본만이 아니라 현재도)

그리고 2017년 대한민국이기도 하다. 거기 사는 우리들이다. 꼭 젊은이가 아니어도.

결국 여행서라기보다

근대화가 혹은 물질화가 인간을 어떻게 황폐화 시켰는지에 대한 문명비판서 혹은 해석서 쯤.

‘물질을 과신하는 것도, 마음을 과신하는 것도, 물질을 가벼이 여기는 것도, 마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도 안 된다. 이 세계는 정신과 물질의 균형 위에서 존재한다. 인간은 그 둘 사이에서 중용을 지켜야 하고, 그 중용을 통해 각성해야 하고, 깨달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몰랐나, 나이건 그대이건? 우리 알았다, 안다.

그렇다면? 다음은 결국 삶이지 않겠는가. 나날이 살아내는 일.

 

인도가 오늘 이곳에 선 우리들의 문제를, 실존을 꼭 말하는 건 아닌.

읽어보면 알 일이다. 사실 안 읽어도 또한 알 일이다.

설혹 우리가 밑줄을 다른 데 그을지라도.

아무쪼록 건강히들 다녀오시라.

우리들의 여행이 되도 않는 멋내기 여행은 아니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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