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조심 들어와 마당으로 발을 내밀자마자 방안으로 후욱 들어와 버리는 봄 마냥

모든 계절이 그러하고 습 또한 그렇다.

살금살금 어느새 한 순간 온 집안을 점거한다.

학교를 비웠다 나 왔노라 인사하기.

이틀 동안 창고동에 난로를 몇 시간 지피고 햇발동에도 난방을 돌렸다.

붙이자고 아무리 해도 타지 않는 불인데

아주 작은 씨앗 하나로 온 산을 태우기도 하는 게 또 불이라.

겨울에 그토록 붙이지 어려운 장작이더니 이 여름엔 잘도 타는.

 

습한 하늘 사이로 해는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땀은 내내 몸에 물길을 만들고 있었다.

교무실에 들어가 메일들에 답하고, 남겨진 전화에 응답하고,

흙집 공사도 일정을 잡았다.

7월 17일께 시작하리라 한다.

지리산에서 만난 벗님들의 인사들도 닿았다, 사진들과 함께.

이제 봄학기 내내 주말마다 공부한 산오름 과정 보고서도 곧 제출해야 하네...

 

여름 계자 대신 일정 둘을 잡았다.

하나는 반짝 어른학교(물꼬 stay이기도 할), 7월 14~16일.

좀 바쁘게 잡은. 교사 연수쯤 될.

통문 돌리고 되는대로 모이기로.

열 정도면 되겄다.

두 번째는 우리들의 계자가 쉬어가는 해, 다른 대안학교 일정에 동행해도 좋겠다 한.

1994년 여름이었다, 물꼬가 첫 계절학교를 연 게.

상설학교로 문을 열었던 2004년에도 계자는 계속되었고,

지난겨울 백예순세 차례에 이르렀다.

여름과 겨울로 시작해 네 계절을 다 할 때도 있었고,

학기마다 두 차례, 심지어 어느 해는 달마다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어느 겨울은 아주 긴 날(보름)을 같이 뒹굴기도 한.

공식적으로 8월 13일부터 19일까지 손발 보태는 한 주간으로 두지만

이미 전교조 캠프에서부터 곳곳에서 여러 일정에 물꼬 샘들이 움직이기로 했다.

기꺼이 쓰이길, 물꼬에서 배운 것들을 잘 나누기를,

그리하여 더 깊이 배운 것들을 가지고 물꼬로 모이기로.

‘곱고, 눈 깊고, 까다롭고, 엉뚱한 사람들을 어디서 이렇게 떼로 만나겠어요.’

우리들이 만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던 선정샘의 문자를 떠올린다.

‘우정을 강조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사람을 발견하는 깊은 따뜻함’으로

우리 다시 뜨겁게 모일 날을 기대함!

 

가을의 집짓기 관련 일을 민수샘 은식샘 무열샘들과 생각을 모으는 중.

지리산의 박무열샘 마침 대전에서 소목교육 3개월 중이라

건너와 의논 좀.

가마솥방에 손님 와 있는 결에

복숭아잼 만들고 된장쌈장 가득 만들어놓다.

여기 일은 보일 때, 마침 거길 갔을 때, 잡은 결에 그리 해야만 하는 너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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