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았다. 그렇다고 기온이 낮은 건 아니었다.

한 방송국에서 강연이 있었다, 길지 않은.

아이들 만나는 이야기, 아이 키운 이야기.

이어 토크쇼도 있었다.

새벽 3시까지 손님 둘 찾아들어 놀았던 물꼬,

목소리도 갈라지고, 말도 빠르고, 뭐 그랬다.

카메라 스탭까지 쉰도 안 되는 이들이어 차를 준비해갔다.

“‘웰컴투 동막골’이라는 영화 보셨어요?”

무리에서 이탈된 북한군과 남한군이 전쟁이 비껴진 깊은 산속마을에서 마주친.

북한군이 이장에게 묻는다, 뛰어난 영도력이 어디서 나오냐고.

뭘 좀 멕이면 된다던가.

사람 사는 일이 먹자고, 웃자고 하는 일.

민트까지 띄워진 떼오 오랑주를 마셨다.

그런 거 가져오신 분 처음이었다,고 작가가 고마워했다.

류옥하다도 잠시 와서 토크쇼를 거들었다.

(나중에 편집본을 보니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어차피 자기 크기만큼 보여지는 법일 터-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꼬 일을 가능하게 하는 건

숱한 동지 혹은 동료들이라는 강조점이 빠진 게 젤로 아쉬웠다. )


내일부터 흙집(욕실) 보수공사와 지붕교체 작업.

마침내 교육청에서 맡아준 일이었다.

안에 있는 물건들 빼내기.

혼자 살아도 한 살림, 한 공간이어도 한 살림, 딱 그랬다.

세탁기만 빼내면 되는 줄 알았더니

칫솔 통에서부터 어디서 그 많은 살림들이 있었던가 싶은.

작은 해우소로 만든 남녀 칸을 창고로 쓰고 있었으니

그곳 물건이 적잖았다.

한번 살림을 뒤집는 일은 결국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게 한다.

나는 이 세상에 잘 존재하고 있는가,

물꼬는 이곳에서 제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2023. 4.26.물날. 갬 옥영경 2023-05-31 263
6515 2023. 7. 7.쇠날. 비 옥영경 2023-08-02 263
6514 2023. 6.11.해날. 흐리다 소나기 옥영경 2023-07-21 263
6513 2023. 9.21.나무날. 비 옥영경 2023-10-01 263
6512 2023. 2.10.쇠날. 흐림 옥영경 2023-03-07 264
6511 2023. 5. 8.달날. 맑음 옥영경 2023-06-09 264
6510 2023. 9.19.불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23-10-01 264
6509 2022.11.11.쇠날. 맑음 옥영경 2022-12-16 265
6508 2022.12.19.달날. 맑음 / 산타가 어른들한테 선물을 주지 않는 까닭 옥영경 2023-01-06 265
6507 2023. 4.30.해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265
6506 2023. 5. 7.해날. 비 옥영경 2023-06-09 265
6505 2022.11.18.쇠날. 맑음 옥영경 2022-12-16 266
6504 2022.12. 7.물날. 흐림 옥영경 2022-12-29 266
6503 2022.12.10.흙날. 흐림 옥영경 2023-01-06 266
6502 2022.12.18.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266
6501 2023. 2. 9.나무날. 다저녁 비, 한밤 굵은 눈 옥영경 2023-03-07 266
6500 2023. 2.12.해날. 때때로 흐린 / 설악산행 8차 열다 옥영경 2023-03-11 266
6499 2023. 5. 9.불날. 맑음 옥영경 2023-06-13 266
6498 2023. 6. 1.나무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3-07-18 266
6497 2023.12. 4.달날. 옅은 해 / ‘삼거리집’ 옥영경 2023-12-13 26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