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다리야 강(옥수스 강) 상류와 시르다리야 강의 지류를 따라 자리한 우즈베키스탄은

유목민이 많은 중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정착민이 많은.

BC 6세기의 아케메네스 왕조 시대부터 지금까지

땅과 공동체도 거의 변하지 않은 곳.


2012년 이른 봄 실크로드 40일 여정 이후 두 번째.

중국 신장지구 카슈카르에서 천산산맥의 토루가르트 패스를 넘어

(카슈카르는 표준시간대가 8시간 차, 그러나 비공식 신장 타임이란 게 있고 6시간 차.

여름철 키르키즈스탄과 같은.)

근심한 추위와 잠정적인 도로폐쇄에 주의해야한다는 겨울 끝이라

묶여있다 키르키즈스탄을 향해 산을 넘었다.

일관되게 아름다웠던 산!

그리고 다시 오쉬에서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으로.

페르가나 계곡에서 가장 큰 도시, 우즈벡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안디잔을 그때 거쳤다.


우즈벡의 현재를 이야기하려면 2005년의 안디잔 학살을 입에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까지도 안디잔 말을 꺼내기만 해도 즉시 대화에 침묵이 따르는.

현지 기업가 24명을 과격 이슬람 단체의 일원이라는 이유로 수감하자

동맹단체가 감옥을 급습하고 안디잔 주 광장에서 대규모 평화시위가 있었는데,

정부군은 민간인 천여 명 학살하고

카리모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운동가와 독립 언론인을 탄압한다.

결국 서방세계와도 오랫동안 갈등이 컸던.

안디잔은 현지 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도시.

밥을 먹고 걷고 했던 그때였다.


우즈벡의 독재자가 박근혜에게 그랬다지,

당신의 아버지 박정희를 존경합니다.

이후 정부 간 여러 일정, 특히 한국의 우즈벡 지원에는 그 만남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후문.


40도가 넘으나 바짝 마른 날씨. 그늘에 들면 시원한.

끝내지 못하고 간 일을 붙들고 며칠,

가져간 일을 위해 사람을 만나며 며칠,

그래도 타쉬겐트를 벗어나 고려인요양원이 있는 곳에서 말을 타며 이틀을 쉬기도 하고

하루는 사마르칸트로 넘어가 걷다 왔다,

2012년 히바-우르겐치-부하라-사마르칸트-타쉬겐트의 여정을 떠올리며.

세 채의 웅장한 마드라사가 있는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타지크어로 ‘모레궁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근사한 볼거리.

중세 사마르칸트의 상업중심지였고 오랫동안 바자르가 열렸던 공간.

마욜리카 도기장식과 하늘색 모자이크 장식은 황홀하다.

광장 서쪽의 본 마드라사인 울루그베크 마드라사는 울루그베크 통치시 완공하고,

그가 수학을 가르쳤던 곳.

신학 천문학, 철학 들을 가르쳤던 교육공간으로도 쓰였던.

살아있는 동물 묘사를 금하는 이슬람교 율법이 있지만

쉐르 도르(사자라는 뜻) 마드라사 입구는 울부짖는 사자 상이 있다.

기분좋은 안뜰을 가진, 두 채 사이에 있는 틸라카리(황금) 마드라사의 모스크 천장은

실제 평평하지만 내부에서 보면 반구형처럼 보인다. 신기할 밖에.

2012년 이곳에서 경찰 경비가 첨탑으로 올라가게 해주겠다며 30달러를 불렀다.

열심히 흥정한 끝에 친구끼리 그러면 되느냐며 결국 선물처럼 돈 지불 없이 올랐던 첨탑에서

사마르칸트 구시가지를 다 내려보았더랬다.

그런데, 여전히 그곳에서 그가 외국인들을 상대로 같은 흥정을 하고 있었다.

“저기 첨탑에 올라가 보고 싶지 않아? 이른 아침에 오면 30달러지만 15달러에 볼 수 있게 해줄게.”

“당신 계속 여기서 일하시는구나?”

하하, 지난 시간을 들먹이며 같이 웃었더라.

다음 걸음에는 꼭 짬을 내 페르가나계곡에 들어가야겠다.


결국 일을 두고 왔다.

9월이나 12월 다시 걸음 해야.

마을의 이장을 섭외해두었으니

다음 걸음엔 가져간 주제의 인터뷰가 수월할 것이다.

결국 일을 위한 세팅만 한 여정이 되었다.


물꼬에서는 교육청 주관으로 흙집 보수공사와 가마솥방 지붕 교체가 있었다.

간간이 사람들이 들어와 일을 하고, 8월 6일 마지막 점검이 있었단다.

류옥하다가 학교에 들어와 공사를 맡은 측과 해야 할 결정에 자리했다.

어떻게든 돌아가는 물꼬일이다.


학교 뒤란의 무성해진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과 잔가지들이

옥상 물길을 막아 흙집 지붕의 물 흐름도 방해하는 주범.

공사기간 동안 학교아저씨는 가지를 치고 나무들을 정리하고,

밭을 채운 오이며 토마토며 수박이며 호박이며 수세미며 돌보았다.

여전히 살아가는 물꼬 삶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476 2023.10. 3.불날. 흐리다 오후 한가운데 후두둑 지나간 빗방울 얼마 옥영경 2023-10-17 207
6475 2023.10. 2.달날. 맑음 옥영경 2023-10-17 284
6474 2023.10. 1.해날. 맑음 옥영경 2023-10-17 231
6473 2023. 9.30.흙날. 비 내린 아침 옥영경 2023-10-17 193
6472 2023. 9.29.쇠날. 살풋 흐린. 한가위 / 차례 옥영경 2023-10-07 213
6471 2023. 9.28.나무날. 해나왔다 흐려가다 옥영경 2023-10-07 243
6470 2023. 9.27.물날. 부슬비 옥영경 2023-10-07 191
6469 2023. 9.26.불날. 비 옥영경 2023-10-07 200
6468 2023. 9.25.달날. 비내리다 갬 옥영경 2023-10-07 200
6467 2023. 9.24.해날. 흐림 옥영경 2023-10-07 191
6466 2023. 9.23.흙날. 맑음 / 작업실 C동 장판 옥영경 2023-10-02 393
6465 2023. 9.22.쇠날. 갬 / 작업실 C동 도배 옥영경 2023-10-01 209
6464 2023. 9.21.나무날. 비 옥영경 2023-10-01 197
6463 2023. 9.20.물날. 비 옥영경 2023-10-01 255
6462 2023. 9.19.불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23-10-01 186
6461 2023. 9.18.달날. 흐림 옥영경 2023-10-01 247
6460 2023. 9.17.해날. 갬 옥영경 2023-10-01 208
6459 2023. 9.16.흙날. 비 옥영경 2023-09-30 217
6458 2023. 9.15.쇠날. 비 내리다 더러 해 옥영경 2023-09-30 212
6457 2023. 9.14.나무날. 비 옥영경 2023-09-30 21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