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7.달날. 맑음

조회 수 791 추천 수 0 2017.09.01 00:45:01


간밤, 억수비를 건너 대해리로 돌아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름을 보낸 끝.

흙집 보수공사는 열이틀 동안 사람의 시간을 잡고 막을 내려있었다.

공사 기간 동안 물꼬가 해야 할 결정은 류옥하다가 대신했다. 든든하다.

밤 10시 달골, 도착하자마자

창고동과 햇발동 사이 드나드는 현관 쪽 무성한 풀부터 뽑았다.

얼마동안의 학교에서의 움직임을 예감케 하는 풍경.


입추. 좋은 날이다. 좋은 계절로 들어가는 건.

그러나 간판은 가끔 우리를 현혹하고 우리는 사실 앞에 그만 축 힘이 빠지는.

아직 여름 속.

그래도 신기하기도 하지. 더위 기세가 다른.


일을 하고 들에서 돌아오는 저녁을 나는 사랑한다.

그것도 오래 만나고픈 좋은 벗이랑.

“모든 일정 끝내고 수료식 한 뒤 바로 물꼬로 갈게요.”

“그럼 나도 그 날짜 맞춰서 우즈벡에서 돌아오는 걸로.”

벗 하나 왔다, 소목 공부를 마치고 온 그는

좌등을 만들어와 물꼬에 주었다.

이렇게 답박 받아도 되나.

그간 자신이 만든 것들을 몇 곳에 나눠주고 있었다.

시간이 거기 담겨있음을 아다마다.


“옥교장 물꼬 있으신가? 올 때 됐다 했네.”

마침 물한계곡에 들린 시인 둘, 김석환샘과 양문규샘 들렀다.

“밥 먹고 가. 있는 반찬에 그냥.”

적을 두었던 대학을 정년퇴직하고 시골로 들어온 김석환샘은

무용과 교수님과 일행을 끌고 ‘학교 문 연 날’ 잔치에 손도 보태셨더랬다.

문학지 발행인 양문규샘은 지역의 큰 형님으로 두루 일을 살펴주시는.


사람들을 보낸 자리에 무열샘이 그랬다.

“(제가) 남들이 미처 못 보는 면도 있고...”

무슨 말인가 했다. 물꼬가 좋은 몇 가지 가운데 예를 드는 이야기

“예를 들면, 요새 안 그러거든요.”

찾아온 이들과 나누는 밥상 이야기이다.

고맙다, 알아줘서, 그런 일을 귀하게 여겨줘서.


밤,

오랫동안 민족 삶결을 살피고 동학 관련 일을 해왔던 달한샘도 건너왔다.

일을 해오는 동안 한편 외로웠노라고 했다.

아, 고개만 끄덕였지만, 나도 그런 게 있었고나.

고단했거나 외로웠거나.

다시 물꼬의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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