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먼저 움직이기!

생각은 그 다음 해도 된다.


땅에 닿은 햇살이 안개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간밤에 살짝 진 달무리는 이쯤의 대기 습도였던 모양이다, 비를 부른 게 아니라.

거미가 부쩍 많아졌다.

여기저기 친 거미줄에 사람이 자주 걸렸다.

가구가 들어오고

먼지가 쌓이고

거미줄이 처지고

자리가 점점 적어지는 동안

새로운 것을 놓으려면 새 집이 필요할 만치 되었을 때

세간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치매는 머리 안에서 그런 풍경으로 시작되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더랬네.


세상 소식이 더디니 물꼬가 관심 있는 일들에 대한 기사가

사람들의 안부를 타고 들어오고는 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사실 백지화 되었단다.

물꼬 가마솥방에도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깃발이 붙어있다.

오색약수터와 끝청 구간 3.5km를 케이블카로 연결하려던 사업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로 시작해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차원의 비밀 대응팀까지 꾸려 추진돼 환경단체와 갈등했던 일이다.

오래 싸워온 이들이 고맙다.


이웃 절집에 왔던 이들이 예까지 와서 아침뜨락을 걸었고,

달골 창고동에서 차를 마시다.

사람이 모이면 사람이 얘기가 되지.

제 가치관대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본다.

인간은 아는 만큼 덜 예속된다던가.

‘매 순간 모든 존재를 상식적으로 대하고 친절한 마음을 갖는 대인배로 살 수 있다’며

한 작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했더랬다.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우리의 눈과 귀를 충분히 연 경우

언제든 우리의 영혼은 더욱 유연하고 우아하게 된다.”

타인의 삶을 이해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 우리의 반응은 얼마나 다르던가.

노동자의 삶을 이해한다면

철도노동자의 파업에 기차를 타지 못해 버스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도,

시위현장을 지나며 최루탄을 마시며 눈물을 연신 쏟아도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의 삶을 이해한다면

옷을 그따위로 입으니 성폭력을 당해도 싸다는 말에 맞서

그리 입어도 안전할 권리가 있음의 주장도 그래서 할 수 있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이 어떤 가치를 낳는가를 물어야 한다.

밤이고 낮이고 온 국민이 삽질하는 게 '발전'은 아니듯

본성을 억압하고 약한 것을 무시하고 진실한 가치를 낳지 못하는 글은

열심히 쓸수록 위험하다.’

어디 글쓰기의 가치관 문제만이겠는가.

애국도 그랬다. 광주시민을 탱크로 밀어버렸던 이도 애국을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때로 나의 ‘열심히’(그게 글쓰기이든 삶이든. 그 둘이 다르지도 않거니와)가

그릇된 발전과 애국이 아니기를.

나의 열심히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에 복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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