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17.불날. 맑음

조회 수 750 추천 수 0 2019.10.29 16:22:15


멀리 아침이 걸어오는 시간, 05:30

사이집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큰길에

이 시간 끝마을 돌고개로 올라가는 차가 있었다.

왜, 어디로 가는 걸까...


저녁 8시 35분쯤이었을 것이다.

학교 마당에 있었다.

어떤 힘이 머리를 하늘로 들게 했다.

그때 아주 커다란 섬광이, 혹 비행기가 하늘에서 공중분해 되는 순간 아닌가 의심할 만치,

불꽃이 타올랐고 하늘 너머로 사라지면서 시커먼 연기를 만들었다.

다른 때에 보았던 길게 꼬리를 남기며 사라지던 것들과 달랐지만

저 우주 너머로 사라진 별똥별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귀한 일이었다.


밤 9시 35분 전후 동쪽 산 그림자 위로 달이 오르고 있었다.

아쉬운 걸음을 서른 걸음쯤 떼었을 시간,

벗에게 너를 응원한다고 짧은 통화를 하는 동안의 시간,

아마도 담배 한 개비쯤을 피울 시간,

달 윗면이 산 군락의 끝선과 만난 지점에서 하늘로 모습을 다 보인,

그러니까 달 아랫면이 역시 산 군락의 끝선에 이른 시간은 그랬다.

해 하나 받아내는 일이, 달 하나 받아내는 일이

대단한 경험으로 오는 날이 있다.

우주의 일이 궁금할 땐 많은 일이 사소한 것이 된다.


늦은 오후에는 아침뜨락에 있었다.

한쪽에 바삐 치워져 있던 물호스를 정리했다.

어느 때고 바로 빼서 아가미길에 심은 광나무에 물을 줄 양으로

엉키지 않게 치워둔 것인데

그러고 비가 내렸더랬다.

그 상태로 가을 앞에 이르렀다.

가지런히 말아둔다.

달못 아래 대나무 수로는, 수량이 한결 같지 않아

더러 말라있을 때가 있고

그마저도 멧돼지가 뛰어다니고 나면 널부러진다.

그걸 수습해서 대나무바닥에 깔린 물이끼며를 씻어냈다.

두어 곳 풀을 좀 맸고,

표도 안 나는 일이지만,

풀씨가 떨어져 땅에서 겨울을 나고 차고 오를 걸 생각한다면

오늘 그 풀 두어 뭉치가 트럭 한 대분의 풀은 될 것이었다.

이 가을 풀 섶에서의 최대 과제는 풀씨를 땅에 흘리지 않는 것.


모발폰으로 한 작가의 글을 읽는데,

깜짝이야!

내가 쓴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책 광고가 나오는 거다.

바이럴 광고라네.

자기 폰의 사용기록을 근거로 팝업광고가 추천됨. 일종의 인공지능이랄까?


건강보조식품이 왔다.

때때마다 챙기는 벗이 보냈다.

이제 그런 것의 도움을 받는 우리 연배들이다.


'하루'를 또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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