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쇠날. 구름 좀

조회 수 460 추천 수 0 2019.12.10 12:00:04


새벽 도둑비가 다녀갔다.

종일 사람 만날 일 없이 일만 하는 되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

오전에는 사이집 마당 자갈돌을 골라냈고,

오후엔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들어가

감나무 아래 벽돌을 깔기 위해 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그렇게 시작해서 옴자 사이사이로 길을 내고

아고라를 거쳐 달못으로, 그리 그리 걸음을 따라 벽돌을 깔 계획이다.

올해의 절반은 아침뜨락에서 보내는 듯.


몇 해 전이었을 것이다.

한의원을 가서 그곳에서 쓰이는 환자에 대한 응대의 말들에

어색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더랬다.

존칭어는 맞는데 접미사가 희한하게 붙은.

- 누우시께요.

- 옷을 좀 올리시께요.

어느새 곳곳에서 그런 말투는 넘치고 있었고,

나 또한 그 사용자가 되어 있었다.


시카고에 살았을 적 한인 부부를 만난 적 있다.

남편은 1.5세로 한국말이 서툴고는 했다.

어느 날 그이가 집안일하는 아주머니를 모시고 가면서 아내에게 던진 말,

“아줌마 가지고 올게.”

bring을 그리 번역했을 터였다.

더하여 일본어가 침투해 있는 우리말에 해방 이후 영어가 범람하면서

피동형이 넘치게 된 것 또한 그런 예.

- 주문 도와드릴 게요.

- 소개시키다

- 양해 말씀드립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소개하다”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써야 할.


오늘 요새 흔히 쓰이는 우스꽝스런 존칭어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말법을 다시 가지런히 해보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07
6515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04
6514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1998
6513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1995
6512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1995
6511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1994
6510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1993
6509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1991
6508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1991
6507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1987
6506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1986
6505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1983
6504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1969
6503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1966
6502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1966
6501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1963
6500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1963
6499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1963
6498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1958
6497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195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