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쇠날. 흐림

조회 수 381 추천 수 0 2020.01.14 11:46:51


 

염치와 경우에 대해 생각하지만

꼭 그게 정돈된 행위로 잘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삶의 자리에서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꽤 염치는 아는 인간이

서울 걸음할 일이 생겼는데,

알게 된 지야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올해야 여러 차례 연락이 오간 이가 있었더라.

물꼬의 학부모였고, 어느새 벗이 된.

서로 잘 몰라서 염치 모르는 일이 생길 수도.

한편, 세상 사람들이 다 알도록 헤어지는 그의 부부 사이가 화제가 되기도.

나라고 염치와 경우를 논할 일인가 자문하면서

헤어질 때도, 그런 때일수록 염치와 경우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네.

 

복도에 석유난로를 들였다.

대단한 건 아니고 해마다 두는.

분리해서 먼지를 다 털어내고.

몹시 추운 날이면 바깥보다 더 차게 느껴지는 복도,

특히 계자의 밤들에 벌겋게 눈으로도 따듯함을 줄 물건.

잠이 들 때까지 아이들을 그렇게 지켰더랬다.

결국 계자 준비일.

 

여름에도 풀섶을 주로 다니느라 늘 장화지만

겨울도 장화. 눈밭을 다니느라, 추위 때문에도. 물론 털이 있는.

여러 해 닳고 닳았는데 그거 한 번 사는 일이 쉽잖았다.

장터를 가야지.

번듯한 신발가게에는 없을 것 같은.

마침 이웃마을 갈 길에 막 문을 닫으려는 장터 가게를 갔네.

늦게 돌아오는 길 아는 이와 저녁을 밖에서 먹는데,

언제부터 가리라던, 오래 전 물꼬 식구들이 나들이 때마다 밥을 먹던 그곳을

또 기웃거렸네.

이름은 그대로인데 불이 꺼져 있더라.

벌써 세 번째.

결국 지나쳐 다른 제목인 다른 가게를 갔는데,

어머! 거기서 이사해 새로 가게를 연 주인장을 만나다.

서로 손을 꼭 붙잡고 한참을 소식 나누었네.

머리 기르고 다니던 열 살 사내아이를 기억하는 그,

그 아이 자라 스물둘 대학생이 된 세월이네.

그리운 이는 그리운 대로 만나고,

끝끝내 못 보기도 하며 또 한 생이 가고.

어디로든 흘러가는 사람살이라.

 

나무 사다.

사이집에 식탁을 만들기야 재작년 바르세셀나 가기 직전이지.

여태 사포질도 하지 않은 채 쓰고 있었다.

타일을 깔아도 좋겠지.

마침 요 얼마쯤 싱크대며들(그것도 거칠게 손수 만든)에 타일 깔기 연습을 한 셈.

식탁 둘레 상판 틀은 어떻게 할까?

물꼬에 있는 나무는 적당한 게 없네.

아는 공방에 전화했더니 달날에나 가능하다는.

빨리 하고 싶잖어.

나가는 길에 나무를 좀 사오자, 쫄대보다는 넓은 걸로.

하여 구해온.

넓이를 줄여 켜는 거야 여기서 가능하니.

새삼 나무를 다루는 일을 익힌 시간이 고마웠더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04
6515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02
6514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1995
6513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1994
6512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1993
6511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1993
6510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1992
6509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1988
6508 계자 열 하루째 1월 15일 나무날 옥영경 2004-01-16 1987
6507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1986
6506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1986
6505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1982
6504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1968
6503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1966
6502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1965
6501 고기 또 먹던 한 날, 5월 16일 옥영경 2004-05-26 1963
6500 2011. 6.14.불날. 맑음 / 보식 2일째 옥영경 2011-06-18 1962
6499 계자 일곱쨋날 1월 11일 옥영경 2004-01-12 1962
6498 39 계자 열 나흘째 2월 8일 옥영경 2004-02-11 1953
6497 마지막 합격자 발표 2월 20일 쇠날 옥영경 2004-02-23 195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