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7.나무날. 맑음

조회 수 263 추천 수 0 2020.08.07 09:57:33


 

몸이 가볍지 않은 아침이어 다시 침낭에 들어갔다.

잠자리를 옮겨서인지 머리도 묵직한.

어제 꽃가루 바람 속에 너무 오래 있었던가 보다.

 

한숨을 더 자도 여전히 이른 아침, 본교 마당을 걸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 그 생명력에 눈물이 차오른다.

안녕, 나의 나무들.

단풍나무도 살핀다, 오늘 상차림에는 그 잎을 쓰리라 하고.

간밤 장을 봐서 현관에 두었던 짐들을

누가 안으로 잘 들여놓았다. 주무관님이겠지.

유치원 교실이 불을 쓰기에 좋고 공간도 넓어

특수학급 대신 그곳에 요리전을 편다.

마침 밥을 먹기로 한 도서실이 가깝기도 했고.

본교 특수교사 금주샘도 그가 맡은 그릇들을 실어왔기

같이 유치원 교실로 옮기다.
제도학교 교장샘과 남자샘 한 분께는 단풍잎을 따와

일러준 대로 수저집으로 접어놓은 냅킨에 장식을 하고,

한쪽에서는 여자 샘 둘 야채들을 썰고,

불 앞에서는 볶을 것 볶고 부칠 것 붙이고.

11:30 도서실에 상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정오에 샘들이 들어섰다.

완전 호텔이네!”

그러게, 정말 테이블마다 어찌나 곱던지.

화려한 음식이라 감탄과 함께 다들 사진을 찍느라 소란.

그래도 때가 때이니 사진 유포는 엄격하게 제한해주시고!”

우리는 그런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먼저 보이는 테이블에 둘러서서 구경을 하던 이들이

모두 자리 하나씩 잡고 앉았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더 섬세하게 물리적 거리를 생각하면서.

그래도 잔치, 잔치였네.

 

저이는 누구래?”
소희샘이잖아요.”

?”

그간 자주도 보던 샘 하나인데,

마스크를 벗으니 그니인 줄 모르겠던 거다.

마스크는 그랬다. 우리는 그 안에 또 다른 사람으로 있었다.

3월부터 교사들은 돌아가며 출근을 해왔고

4월부터는 모두가 출근을 하고 있는데

이제야 이리 한자리에서 볼 기회가 되었다.

물론 교무회의가 없던 것도 아니고

당장 화상연수가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일종의 친목 목적모임은 없었던.

 

밥을 낸 답례쯤이랄까.

제도학교 교장샘이 가는 출장에 동행해 좋은 구경들을 했다.

지적장애아 딸과 퇴직 교사가 연 카페에서

오늘 모종을 나눠주기로 했다고.

다알리아 모종을 본교에, 그리고 물꼬에도 한 판 주었다.

같이 호숫가에도 가 걷고 당신이 부르는 여러 노래도 들었다.

성가대 활동도 한, 노래 좀 하는 사람이라는 걸

여러 해 인연에도 몰랐더라니.

저녁밥을 먹고 헤어지자는 것을 그냥 가십사 했다.

어여 사택으로 돌아와 쌓아놓은 책이며 들여다보고 싶었고,

조촐한 밥상으로도 충분할 저녁이라.

관내 교장단에서는 대략 520일 물날에 등교를 하자고들 한다고.

18일 달날부터 하자니 급식 재료 조달이 어렵겠다는 사정이 있었다고.

, 정녕 아이들이 이제 오는가!

 

드디어 내일 오전 10시 인쇄한다는 출판사의 메일이 닿아있었다.

인쇄 감리 보러 아침에 일찍 나선다고.

마지막까지 디자인 실장이 사진을 일일이 더 예쁘게 손봐주었다는.

그러면 다음 주 나무날이나 쇠날 쯤 물류창고에 들어오고,

그날부터 서점에 판매도 시작될 거라고, 교보는 빼고.

교보는 본사 담당자와 미팅을 한 이후 온라인 서점 판매를 한다는.

오프라인 서점은 그 다음 주부터 슬슬 깔릴 거라지.

내가 쓴 트레킹기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

그렇게 세상으로 걸어오고 있다.

훌륭한 원고, 진정성 있는 원고를 공명 이름으로 탄생하게 되어 정말 기쁘고 뿌듯합니다.

고생 정말 많으셨습니다. 인내심 가지고 지켜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마지막까지 북돋워주는 훌륭한 편집자들이었네.

결국 이 책은 그들의 결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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