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8.쇠날. 맑음

조회 수 97 추천 수 0 2020.08.07 09:58:04


 

자식이 자라 이제 부모 대신

조부모며 외조부모며 집안 어르신들을 두루 챙기는.

어버이날이다.

아들이 고마웠다.

나도 고마운 딸이기를.

 

도시락 싸서, 물꼬행 준비해서(차 아래 그늘에 두었던 다알리아 모종도 실어),

사택을 나서 분교로 일찍 출근하다. 주문관을 빼고 늘 일빠라지.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은 족히 일찍 닿는다.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 뒤란 텃밭부터 가서 인사를 하지.

거기 아이들마냥 힘차게 오르는 부추며 상추며 열무며...

“안녕, 안녕, 안녕!

내 밭이 아니나 나의 밭이라.

꽃양귀비, 데이지, 꽃잔디를 교실에 몇 잎씩 들여오고.

봄을 들이며 나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날들이라.

호미를 쥐고 본관 앞 꽃밭으로 나섰더니

어라! 콩쥐가 다녀갔네.

노인 일자리사업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지금 저어기 운동장 가 풀도 그들이 매고 있다고.

서 있던 걸음에 노 주무관의 한 세월을 듣지.

1950년생 전쟁동이.

서른 넘어 학교생활을 시작하셨고,

퇴직하고도 계약직을 이어오고 계신.

수고로운 우리 모두의 삶이라 하나 그 세월 살기가 더 빠듯했을.

욕보셨다. 애쓰셨다.

자식들 이야기도 듣는다.

우리 모두 부모 된 죄를 가진.

자식은 어떻게 그리들 부모 앞에 당당하고

부모들은 어찌 그리 고개 숙이게 되는지.

댁의 꽃 이야기도 들었네. 가끔 좋은 모종이 있으면 서로 나누자고도.

2, 학기가 시작되기 전 분교를 둘러보러 왔을 적

맞았던 이가 이 분이셨다.

학교 서쪽 언덕에는 누운향나무가 덮여 있었다.

꺾꽂이로도 산다는데,

삽까지 챙겨 나와 몇 개 파주셨네.

너무 늙어버린 나무여 뭐가 되긴 되려는지.

물 많은 곳에 꽂아두라셨는데, 아침뜨락의 밥못 어디 심어볼까 한다.

 

10:34 문자와 사진이 들어왔다.

선생님, 잘 나왔어요^^ 인쇄 중입니다!”

드디어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가 태어나고 있다.

 

본교는 전직원이 나와 다알리아 모종을 심었다지.

선생님이 해주신 밥을 먹고 나니 모두 단숨에 친해진 것 같아요.”

뭐랄까, 벽이 허물어진 것 같은...’

원래 우리 학교 이런 분위기 아니었거든요.”

모두 한 마디씩 덕담을 주었다.

어제 본교 교직원 모두를 초대한 밥상을 말하고 있는.

물꼬에서 늘 하는 그거, 밥상나눔.

, 중한 밥이여!

 

불쑥 긴박한 소식 하나 들어오고.

불과 어제 이 달 20일께는 아이들이 등교개학을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불과 하룻밤 사이 안녕을 묻게 되었다.

방심-지역감염 우려 현실됐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용인 지역 한 사람이 코로나19 확진자.

그 접촉자가 대거 확진을 받고.

이제 또 등교는 언제인가...

 

숫자는 추상이다.

어리거나 지적장애아에게 더욱 어려운.

그렇다면 구체적인 사물로 접근하면 되지.

오늘은 한동이 방문수업에 바둑알을 한 통 들고 갔다.

마침 돌봄교실에 있는.

물꼬에서는 은행알로 하던 숫자놀이였고,

아이들과 종이로 돈을 만들어 익혔던 큰 수였더랬다.

빼기를 바로 이해해버린 그였네.

발음이 불명확한 아이를 위해

날마다 공부가 끝나기 직전 입모양 크게 해서 밖으로 크게 소리 뱉기도 하고 있다.

뒷정리를 참 잘하는 한동이는 오늘도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책을 정리하고 상을 제자리로 옮기고.

오늘은 숙제도 주었다; 할머니랑 설거지하기.

곧 중학생이 되고 혼자 버스도 타고 다녀야 하는데,

그래서 일상적인 훈련들이 더 필요한.

방학에 버스타기를 가르칠 여력이 되려나.

물꼬로 돌아가도 한동이네는 계속 살피려 한다.

 

퇴근 때 긴급하게 교육지원청에서 들어온 전화,

차를 세우고 기록을 해가며 듣다.

어제가 마감이라는 공문 하나 처리하라는.

분교로 전화하니 남자 분이 받았다는데,

그렇다면 분교장인데 내게 연락은 닿지 않은.

뭐가 어찌 된 건지.

특수아 전수조사였는데,

, 와이파이 안 되니 핫스팟으로 해당 사이트를 설치하는 데만 긴긴 시간.

그 씨름 끝에도 내용을 못 찾아 결국 포기하고

월욜 도와 달라 그 밤에 본교 특수샘한테 문자를 넣다.

에게! 그찮아도 자신도 연락을 받아 본교 거 하며 분교 것도 처리했다는.

내게로 온 전화를 분교장이 받았는데 마침 나는 아이 방문수업을 나가 있고,

해서 자신이 직접 처리할까 하며 들여다보았다는데 특수교육이라 용어에 익숙치않아

결국 금주샘한테 전화를 하고 처리가 된.

그 과정을 모른, 교육청 장학사 그도 이번에 이 일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헤매는 중,

그래서 딴에는 이 공문 건이 처리될 수 있도록

마감을 더 연장해서 접근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열어 달라 부탁을 하고는

내게 밤에라도 처리하라고,

혹시 안 될 때를 생각해 월욜까지 열어는 두기로 했다고 내게 전화를 하게 된.

그걸 받은 나는 엄청 헤매며,

동료들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아 자정 되도록 세 시간을 씨름한.

그래서 불금의 밤이 되었더라.

뭐 중요한 건 일이 됐다는 거.

 

제도학교에서 물꼬로 돌아오자

제습이와 가습이가 멀리서부터 주인을 부르고 있었다.

습이들 쓰다듬어주고 어둡기 전 아침뜨락부터 좇아갔네.

비운 한 주, 지난 주말 심은 자작나무 잎이 반은 마르고, 땅은 거북등이었다.

비 소식이 있기는 했지만 당장 숨이라도 넘어갈까 물을 주었다.

가져온 다알리아 모종과 누운향나무도 부려서 심고.

다시 학교로 내려와 저녁 밥상을 차리다.

 

, 비 내리기 시작한다. 제법 굵은 소리다.

딱 맞춤한. 고맙기도 하지. 꽃 심고 나무 심은 뒤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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