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학교의 본교로 출근하는 날!

본교와 분교를 오가는 게 아니라 본교로만 가기 시작하는 날.

분교가 약 한 달에 걸쳐 석면제거공사에 들어간다.

이른 아침 사택을 나와 학교 둘레를 걸었다.

언제나 새로운 날, 새로운 생이라.

 

오전에는 운동장 가 풀을 맸다.

오늘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동료들이 같이 나와서.

샤스타 데이지를 뿌리기로 했지.

풀을 걷어내고,

쪼아서 편편하게 하고.

해봤잖아, 물꼬에서 많은 날들을.

모래와 씨앗을 켜켜이, 그리고 섞고.

그리고 골고루 흩뿌린다.

일을 하면 사람이 좀 보이지,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뺀질뺀질 보였던 인녀샘, 다시 보이데.

뭐나 긍정적인, 생긴 것도 성격도 시원시원하게 다시 보이데.

끝까지 애썼다, 모다.

막걸리가 다 왔다, 학교에 말이지.

청소담당 나이든 어르신이 김치까지 꺼내온.

한 사발 걸치고 창도 하고.

같은 연배의 샘 하나가 우리들의 대학 시절에 불렀던 구전가요도 불렀더라.

노래는 얼마나 질긴 것인가.

아이들이 오기 전 어른들의 마지막 판이었달까.

교무실에서는 교직원들 모두 배달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코로나19 아래 아직 아이들은 학교로 오지 못하고 있고,

그간 샘들만 지켰던 학교에서 곧 아이들을 위한 맞이준비를 틈틈이 한다지.

 

소파가 날아가 버렸다.

믈꼬 책방에는 낡은 소파들이 있다.

그것도 아이들에겐 얼마나 귀한지.

그런데 여기저기 툭툭 터진.

언제 천을 갈아줘야지, 그러고 날만 갔다.

어디서 새로 소파가 생긴다면 좋겠다 하던 여러 해

(새 것이란 의미가 아니라.

물꼬는 새 것이 드문! 그게 물꼬가 환경에 기여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그때 마침 제도학교 교장샘이 학교의 소파를 치울 계획을 전하시다.

옳다구나, 더구나 아직 멀쩡한 걸.

그래서 물꼬 샘 하나가 트럭을 끌고 와 실어갈 계획까지 다 세웠는데,

혹시나 하고 보유해야 할 기한을 행정실에 확인하니,

아쿠, 아직 2년이나 남은 기한이었더라.

공간에는 필요 없는데, 지니고는 있어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물꼬는 또 물꼬식으로 대처하면 되지.

아직 우리 물건이 될 연이 아니었던 게야.

올 여름 계자까지 어딘가 소파가 생기는 일이 없다면

그땐 적절한 천을 구해 덮어줘야지.

그러면 됨!

 

오후엔 본교 특수학급에서 수행을 했네.

전통수련으로 몸도 풀고 대배도 하고 명상도 하고.

물꼬에서처럼 수행시간을 잡았고,

결합할 이들은 누구든 올 수 있는.

물꼬 사람들이 늘 그런다, 옥샘이 있는 곳이 물꼬라고.

내가 있는 곳이 물꼬라.

아침에 출근이 빠르지 않은 이곳이라

출근하고선 정신없이 내달으므로,

그렇다면 오후로 시간을 밀면 되지.

오늘은 오후에 했으나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는 주로 오전에,

등교개학 이후엔 아이들이 하교한 이후에 하기로.

 

출판사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드디어 올해 내는 트레킹기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가 인쇄 되어

세워진 모습으로 사진이 왔다.

서점에 누워 있음 또 다른 느낌입니다^^”

출판사에 오늘 들어왔고,

낼 오후 보도자료와 함께 인터넷서점에 깔릴 거란다.

20년 만에 책을 내기로 했고, 내리 다섯 권을 계약했다.

앞의 둘은 계약서에 도장까지, 뒤의 셋은 아직 구두 계약이라.

작년에 교육에세이(교육철학서라고 해야 더 옳을)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를 냈고,

올해 다음 책이 나온.

이어 내년에도 책 하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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