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16.흙날. 갬

조회 수 264 추천 수 0 2020.08.10 23:45:57


 

안개비 내리는 아침.

 

대처 나갔던 식구들이 들어와 같이 아침뜨락에 들다.

옴자 글자를 따라 땅을 패고,

어제 차에서 부린 모종들을 심다.

풀도 매지.

참 너르기도 너른 땅이라.

틈틈이 붙거나 안에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매지만

꾸준히 라는 낱말을 무심하게 만드는 줄기찬 푸른 풀의 힘이라.

저녁답엔 모두 널부러져 끙끙 앓고들 있었더라니.

 

오늘 한 출판기획자로부터 온 메일.

읽기의 경험이 쌓여 쓴 한단 군의 서평 글과 선생님께서 쓰시는 날적이를 보고,

두 분과 십대를 위한 읽기 그리고 서평과 사유에 대한 글을 묶어보고 싶었습니다, 십대를 위한.

일상 한켠을 이 작업에 내어주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어쩌면 다음 책은 내기로 줄을 서 있는 다음 원고가 아닌

끼어든 이 책을 먼저 엮게 될지도 모르겠네.

이미 작년부터 살짝살짝 기획자가 흘린 이야기가 있던 바.

많은 이야기는 말로 흘러가 버리나

이렇게 메일로 본격적으로 내용이 오가면

작업이 빠를 수도.

의대 4년 아들이 방학 아니면 시간 내기가 어려울 테고

이번학기 나 역시

제도학교의 특수학급 담임을 맡으며 물꼬에서 주말일정을 꾸리는 흐름에서는 틈이 없으니

아마도 방학 잠깐 집약적으로 짬을 내거나(계자도 있는데!)

가을학기로 미루거나.

 

읽을 짬이 되었는 줄 어이 아셨는가.

소식이 닿으나 닿지 않으나

늘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그런 줄 아는 벗의 메일이 닿은 아침.

그에게 메일을 써야지 하며 앉은 책상 앞에서

, 어머, 역시! 그가 방금 쓴 메일을 읽지 않았겠는지.

그간 메일을 써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 자주 그런 신비감이 있다.

간절하게 그리울 때, 메일을 써야지 하는 순간,

'열려라 참깨'처럼 정말 연결의 문이 활짝 열리는!

오랜만에 살아있음이 그저 즐거워 일찍 자리에서 튕겨 일어나

정말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겨 이렇게 글을 쓰오.’로 시작하는 글월이었다.

, ‘생활력을 키우라 하셨지?’

자식들에게 손수 밥을 해먹인 경험이 얼마 없는 그였다.

, 잘 새겨듣고 요리를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오.

마침, 아이들도 코로나 난민으로 미국서 다들 돌아와

먹어주니 이것도 기쁘다오.’

그가 이 변방 깊은 멧골에 있는 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

잘하고 있다, 그대여.

사랑합니다, 당신이여.

때로 내보내는 글월을 통해 허리를 곧추세우기도 하지만

오는 글월을 통해서도 굳건한 마음이 생기나니,

귀한 물꼬의 인연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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